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마케터는 괴롭다. 늘 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숫자가 생사를 결정한다. 그래서 마케터는 불안하다. 결과는 언제나 보장되지 않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케팅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자들이 그것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 책에 방법은 없다. 이론만 있을 뿐이다. 책 속에서 검증된 방법도 책 읽는 이에게는 별세상이다. 불안하고 답답하여 속시원한 해답을 기대하며 산 사람들은 여기서 일단 실망한다.

방법은 없되 운이 좋으면 실마리를 찾을 순 있다. 실마리는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이다. 어디서부터 헝클어져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실마리가 보인다고 헝클어진 실이 풀리는 건 아니다. 감긴 순서와 반대로 푼다고 해서 모두 풀리는 건 아니다. 풀리지 않을 땐 잘라야 하듯 이론과 실전은 같지 않다.


   제   목 :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
   원   제 : ALL MARKETERS ARE LIARS
   지은이 : 세스 고딘
   펴낸곳 : 재인 (초판 출간일 2007.3.16 / 초판 1쇄를 읽음) ₩13,500


세스고딘이 또 책을 냈다. 이번에도 제목은 요란하다.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이다. 원제목은 《모든 마케터는 거짓말쟁이 ALL MARKETERS ARE LIARS》이다. 3년 전 마케팅 분야 베스트셀러였던 《보랏빛 소가 온다 PURPLE COW》의 저자이다. 사실 ‘보랏빛 소 PURPLE COW’ 이론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그 책이었다. 그 책 자체가 보랏빛 소였다.

‘보랏빛 소’의 핵심은 ‘리마커블 Remarkable’이다. 그에 따르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서비스(또는 상품)가 있다. ‘리마커블’하거나 아니거나.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없으니 결국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리마커블’하거나 보이지 않거나.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는 《보랏빛 소가 온다》의 후속편이다. ‘리마커블’이 ‘스토리텔링’으로 대체되었다. 성공한 마케터는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판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들에게 사는 것이 물건이 아니라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그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산다. 필요하다는 것은 실용적이며 객관적인 것이지만, 원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주관적인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는 솔직함이 미덕이 아니라 아부가 미덕이다. 소비자의 가치관을 바꾸려하지 않고 그들의 가치관을 오히려 공고하게 만들어 성공한다. 그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스토리’이다.

그러나 ‘스토리’에도 격이 있다. 최상의 스토리는 ‘진실된’ 스토리이다. 일관되고 진정성이 있는 스토리여야 한다. 그런데 그 스토리는 태생적으로 모호할 수밖에 없다. 결정적 결론은 유보되어 마치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만든다. 또한 위대한 스토리는 ‘감각’에 호소한다. 그리고 평균적인 그 누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스토리가 통하는 집단을 집중 공략한다. 스토리에 물을 타면 아무도 설득하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이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인 것은, 제목을 리마커블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마케터는, 사실, 거짓말쟁이가 아니다. 그들은 스토리텔러이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그리고 믿을만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다. 가장 믿을만한 스토리는, 사실은 진실을 말할 때다. 따라서 스토리가, 아이디어가 퍼져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케팅은 대부분 실패한다. 마케팅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마케터가 아니다.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들어주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무심하다. 소비자도 불쌍하다. 광고의 소음이 심하다. 듣고 싶지 않다. 마음을 열고 싶지 않다. 소비자에게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남들 말 다 듣다가는 아무 일도 못한다.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모든 걸 다 듣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상기하라.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단 둘 뿐이다.

1. 사람들이 이야기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기.
2. 당신의 제품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기.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라” – 이것이 이 책의 모토다.

성공한 사업가들은 훌륭한 스토리를 지닌 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누구나 하는 일을 조금 더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더 수익성 높다는 사실을 눈치 챈 자들이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각종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만 시간을 온통 쏟아붓지 않아야 한다.

마케팅 이론의 가장 큰 결함은, 그것이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아무도 ‘구체적’ 행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그 구체적 행위를 위한 실천 지침, 전략을 만드는 것, 그건 과학이 아니라 차라리 예술의 경지다. 마케팅은 예술이다. 알듯 말듯한 소비자의 세계관에 부합해야 하고, 그보다는 반 걸음 더 앞서나가야 한다. 상품은 리마커블해야 하고, 마케터는 스토리텔러여야 한다. 성공은 오직 성공으로서만 증명되고, 성공한 이론과 성공한 실천은 다르지 않다. 스토리는 퍼뜨리기 쉬운 것이어야 하고, 사람들은 그 스토리를 듣고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를 닫고 있는데, 우선 그 귀를 열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이것은 수학 공식으로 증명될 수 없는 아트, 예술이다.

“천 만원만 빌려줘요. 내일 드릴게요”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렇게 얘기해서 성공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난 ‘약속’을 했지만 상대방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약속은 의미없다. 믿지 않는다는 말은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바꾸어 생각하면, 마케터는 소비자들에게 ‘약속’하지 말고, ‘기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 책의 핵심은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라’는 말로 요약된다. 궁금하면 사서 보든지.

마지막으로 세스 고딘이 책의 첫 머리에 써 놓은 말을 그대로 옮긴다. 빨간 색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말하지 말고,
    스토리를 이야기하라.

    리마커블하게!
    일관성있게!
    전정하게!

    당신의 스토리를, 그것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들려주라.

    마케팅은 강력하다.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하라.

    그 거짓말대로 살아가라.

* 책의 성격을 보다 정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오늘 리뷰에 경어체를 쓰지 않은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