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다 잘해라! – 깨진 유리창 법칙

문일지십(聞一知十),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로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말도 있습니다. 작은 행동 하나만 보아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 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익히 들어왔던 나비효과입니다. 사소하게 보이는 원인이 아주 큰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논리학 관점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때도 있습니다. 사람 관계에서, 또는 무언가 중요한 판단을 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비즈니스를 논할 때는 또 달라져야 합니다. 논리적인 비약이 종종 현실입니다. 사람의 행동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카오스 이론에 버금가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많은 마케팅 서적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고객은 자신이 옳다는 생각을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설득이 불가능합니다.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 이론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의 ‘인식’은 결코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그 인식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그래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고난의 과정입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첫 번째 행동 원칙은, ‘나’의 신중한 판단보다는 ‘소비자’의 일반적인 판단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의 삶은 생각보다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이 사람입니다. 자라는 자라이고 솥뚜껑은 솥뚜껑이지만 놀랍게도 그 둘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더러운 화장실을 보고 그 식당의 주방도 더럽다고 생각하며, 불친절한 직원 하나를 보고 그 회사 전체가 그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소비자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디자인이 허접스럽거나 잘못된 정보, 깨진 그림이 방치되어 있을 때 그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신뢰가 극감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   목 : 깨진 유리창 법칙
   원   제 : Broken windows, Broken business
   지은이 : Michel Levine / 김민주 이영숙 옮김
   펴낸곳 : 흐름출판(초판 출간일 2006.4.10) 초판 1쇄를 읽음/ 값 10,000원


동양고전을 연재하느라 짬이 없어 소개드리지 못한 책 중에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습니다.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는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발표한 글의 제목입니다. 지하철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는 것은 곧 법 질서의 부재를 말함이고, 잠재적 범법자를 부추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지하철 유리를 깨는 경범죄부터 발본색원해야만 치안이 확립된다는 논리입니다. 범죄학의 ‘깨진 유리창 이론’을 비즈니스에 접목하여 설명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을 서둘러 막지 않으면 그야말로 비즈니스가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린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건물 벽의 벗겨진 페인트, 더러운 화장실, 과장된 광고, 병원의 낡은 카펫, 불친절한 사원, 기업의 오만 등 모든 것을 깨진 유리창에 비유하여 서둘러 조치할 것을 주장합니다. 나아가 경영자는 깨진 유리창에 대해 강박관념과 강박행동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엇이든 더 나아질 수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잘못이고 변명의 여지없이 완벽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00-1=99가 아니라 100-1이 0이 될 수도 있는 현실, 그 1이 바로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허점, 깨진 유리창이라고 합니다.
이런 깨진 유리창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성공한 사례들, 방치하여 실패한 사례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마케팅 서적이 대개 그러하듯 결과론적인 사례 풀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업, 실패한 사업, 성공한 기업, 실패한 기업에는 수많은 원인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오로지 깨진 유리창을 즉각적으로 보수해서 또는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서 나타난 결과만은 아닙니다. 이 점 염두에 두고 읽으면, 읽는 내내 반성하고 다시 생각할 내용들이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크게 생각해야 할 모든 것에 다 강박적으로 집착해야한다는 말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다 잘해라’는 말로 들립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암, 다 잘해야죠^^

***
이 책의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목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 내용에 함몰되지 않고, 반박해가면서 읽는 것도 맛이라면 맛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다소 극단적인 사례들, 성공과 실패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부각하는 부분들은 독자가 직접 가려 읽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소비자에게 ‘기대보다 낮은 수준’을 제공하는 것도 깨진 유리창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 책도 깨진 유리창이 아닐지…^^

이 책을 만약 적극적으로 읽는다면, 굳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업무상 극복해야 할 깨진 유리창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 생활에서 반복되는 깨진 유리창이 무엇인지, 연인 관계, 부부 관계, 가족 관계에서 저지르기 쉬운 깨진 유리창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