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07] 왕도정치의 시작은 민생 보장

왕도정치의 시작은 민생 보장

맹자가 생각한 이상적인 정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맹자의 정치사상의 핵심은 왕도정치입니다. 왕도정치는 곧 덕치|德治|를 말합니다. 덕치는 힘에 의한 패도|覇道|정치를 거부합니다. 패도정치는 힘으로 백성을 이끕니다. 왕도정치는 덕으로써 백성을 이끕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이 <맹자> 여러 편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먼저 왕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민생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농사철을 어기지 않으면 곡식을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에 넣지 않으면 고기와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도끼를 알맞은 때에 산림에 들여놓으면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곡식과 자라를 이루 다 먹을 수 없으며, 재목을 이루 다 쓸 수 없으면 이는 백성으로 하여금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데에 유감이 없게 하는 것이니, 산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지내는 데 유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 왕도|王道|의 시작입니다. <양혜왕 上>

농사철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은, 농번기를 피해 부역에 동원하라는 말이기도 하고, 전쟁을 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물은 눈을 크게 해서 작은 고기를 잡지 말게 하여 물고기가 늘 자랄 수 있도록 하고, 나무를 베더라도 봄에 새싹이 날 때 베지 않아 늘 자라도록 한다면 백성들의 생활이 풍족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백성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져야만 왕도정치를 실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나라의 창고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맹자는 민생의 안정과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세금을 최소화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아져 나라가 절로 부강해질 것이라 믿고 있었습니다.

통치자가 현명한 이를 존중하고 유능한 인재를 등용시켜 걸출한 인물들이 벼슬자리에 있으면 온 천하의 지식인들이 모두 기뻐하여 그 나라의 조정에서 봉사하기를 원하게 된다. 시장에 점포세만 받고 물품 저장에 대한 세금은 징수하지 않으며, 오랫동안 판매가 안 된 상품은 관에서 법에 따라 돈을 주고 거둬들이고 점포세까지 징수하지 않으면 온 천하의 상인들이 기뻐하고 그 나라의 시장에서 상품을 비축하기를 원하게 된다. 세관에서는 신상조사만 하고 통행세를 징수하지 않으면 온 천하의 여행자들이 모두 기뻐하여 그 나라의 길로 돌아다니기를 원하게 된다. 경작인에게는 정전의 노동지대만을 요구하고 다른 세금을 거두지 않으면 온 천하의 농민들이 모두 기뻐하며 그 나라의 농지에서 농사짓기를 바라게 된다. 거주자에 인구세와 가구세를 거두지 않으면 온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여 그곳의 백성이 되기를 원하게 된다. <공손추 上>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세금을 최소화하고 남은 것을 모두 백성에게 갖도록 한다는데 어느 백성이 이를 마다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사방에서 백성들이 몰려들 것이고, 사람이 수가 곧 국력이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고단수의 정책이기도 합니다. 고대에서 국력은 곧 그 나라의 사람 수였으니까요. 억지로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 강제로 땅을 빼앗지 않아도, 저절로 사람들이 몰려들 테니까요.
그런데 위에서 ‘정전’이라는 표현이 보입니다. 정전|井田|은 우물 정|井|자에 밭 전|田|자를 사용합니다. 혹시 국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조선시대에도 이런 주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약용이 <경세유표>에서 토지문제·농업문제·조세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으로서 정전제의 실시를 주장했었습니다.
정전제는 <맹자>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그만큼 왕도정치를 위한 경제 정책의 기초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맹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사방 1리를 1정|井|으로 하고 1정은 900무입니다. 그 가운데 100무는 공전|公田|으로 하고, 8가구가 각각 100무의 사전|私田|을 갖고 있으면서 공전을 공동으로 경작합니다. 공전의 일이 끝나면 그 때 각자의 사전에 가서 일을 합니다. 이상이 정전제에 관한 개략적인 설명입니다. 이것을 지금의 시대와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군주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등문공 上>

등나라 문공이 신하를 시켜 정전제가 어떤 것인지를 묻자, 맹자가 대답한 말 중의 일부입니다. 이를 그림으로 보면 오른쪽 그림과 같습니다. 전체 땅을 9등분으로 나눕니다. 이렇게 나눈 모양이 마치 우물 정|井|자와 비슷하여 정전|井田|이라 부른 것입니다. 한 가운데를 공동 경작지인 공전으로 두고, 나머지 8개를 8가구가 나누어 가집니다. 이를 개인적인 밭이라하여 사전이라고 합니다.

농사를 지을 때는 공전을 먼저 지어야 합니다. 그것은 공적인 일을 앞세우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대신 더 할 것도 없이 딱 그만큼만 하면 됩니다. 8가구에서 하나의 공전을 관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각자에게 주어진 사전을 돌보면 됩니다. 더 이상의 세금은 없습니다. 공전에서 거두어들인 것은 나라에 바치고 사전에서 가꾼 것은 모두 개인적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나 땅을 저렇게 나누는 것이 힘들 수도 있고, 인구수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기가 어렵다면, 등나라 실정에 맞게 고쳐서 시행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한 것입니다.

(내일 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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