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마치 밀가루를 뿌리듯 비인 듯 눈인 듯 내렸습니다. 집으로 오기 위해 버스를 탔습니다. 으레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어제 손에 잡힌 책은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라는 에세이집입니다. 며칠 동안 보던 책이 있었는데도 어제 회사로 배달된 그 책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김광석의 노래에 대한 나름의 추억에 잠긴 채 한참을 정신 없이 읽고 있는데 버스 안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얗게 새운 많은 밤들
이젠 멀어져 기억속으로 묻혀
함께 나누던 우리의 많은 얘긴 가슴에 남아
이젠 다시 추억의 미소만 내게 남겨주네

아, <사랑이라는 이유로>라는 노래입니다. 오랜만에 듣습니다. 눈 내리는 밤 풍경을 보며 끝까지 들었습니다.
나의 눈물이 네 뒷모습으로 가득 고여도
나는 너를 떠날수 없을것만같아
사랑이라는 이유로 많은 날들을 엮어가고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들을 위해
노래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가사가 마치 이 책의 저자이자 사진작가인 임종진의 글 같습니다. 김광석이 죽고, 그는 김광석의 모습이 담긴 필름을 오래도록 벽장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아 있는 기억 때문에 상실감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책과 함께 이제 겨우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 목 :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
지은이 : 임종진
펴낸곳 : 랜덤하우스 / 2008.2.15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3,000
책은 부피에 비해 빠르게 읽혔습니다. 그냥 에세이집이 아니라 사진이 있는 글입니다. 사진작가 임종진이 김광석 생전에 공연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김광석 사후 10년이 된 지금 글과 함께 세상에 공개한 것입니다. 글은 길이가 짧고 사진이 많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글은 매우 사적인 이야기라 그리 특이할 것이 없습니다. 김광석을 가까이서 본, 아직도 그를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한 사람이 그를 추억하며 쓴 글입니다. 그리 문학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글은 읽는 둥 마는 둥 책장을 넘겼습니다. 이 책은 확실히 글보다는 사진입니다.
김광석은 서른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4년생인 그가 1996년 1월 새벽에 그의 집 4층 계단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의 노래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충격은 꽤나 컸습니다. 저 또한 그 소식을 접했을 때의 느낌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후 벌어진 아내와 시아버지와의 갈등, 저작인접권을 둔 서로간의 소송은 그의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음을 알게 했습니다. 그의 하나뿐인 딸 또한 성장장애증후군으로 정상적인 지능이 아니라고 합니다. 아내와 시아버지의 갈등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중입니다. 시아버지의 모든 권리를 김광석의 어머니와 그의 둘째 아들에게 넘긴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김광석 사후 10주기 기념 공연, 기념 앨범은 그 어떤 축복도 없이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10주기를 맞이해 새로운 음반을 준비 중입니다. 그러나 그녀가 이 앨범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녀의 결정에 공감하는 이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진흙탕입니다. 지켜보는 제 가슴이 답답합니다.
괜한 이야기를 했나 봅니다. 이런 이야기는 책에 없습니다. 책은 오로지 김광석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가슴 절절한 사랑과 아픔은 가끔 그의 가정적 불화의 이미지와 오버랩됩니다. 그래서 더 아플 때가 많습니다.
<서른 즈음에>를 부르고 서른을 갓 넘기고 죽었지만 그의 노래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의 노래를 능가하는 사람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처럼 노래를 잘 부르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추억의 깊이는 어느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잘 다듬어진 목소리라기보다는 ‘인간적’인 목소리입니다. 그의 고음은 아주 부드럽게 올라가기보다는 아주 애절하게 떨립니다.
저는 그의 노래 중에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