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108배

원래는 김용택 시인이 엮은 <시가 내게로 왔다>에 대해 쓰려 했는데, 아쉽게도 시집을 잃어버렸습니다. 누굴 만나 얘기하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시집을 꺼내 뒷면에 몇자 적어 놓았는데, 식당을 나오면서 그냥 놔두고 왔나 봅니다. 시를 읽으며 느낀 감상을 뒷면 빽빽하게 적어 놓았었는데, 잃어버리고 나니 막상 생각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제   목 : 시가 내게로 왔다
   지은이 : 김용택 엮음
   펴낸곳 : 마음산책 / 2001.4 초판 발행, 잃어버려 몇 쇄를 읽었는지 알 수 없음  ₩5,500


처음에는 잃어버린 책이 무척 아까워 마음이 아프기도 했으나, 지나고 나니 그 시집이 나를 꾸짖기 위해 나를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메모한 것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시는 내게 1회용이다.

이 시집은 김용택 시인이 젊은날 즐겨 읽던, 시집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읽었던 아끼는 시들을 엮고, 자신의 감상을 함께 적어 놓은 것입니다. 반면, 한번 읽은 시집을 다시 꺼내 읽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저에게, 시집은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1회용이었습니다. 다시 음미할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감히 시를 읽었다고 할 수 없죠. 그래서 시집이 화가 나서 저를 떠났나 봅니다. 그렇게 한번 읽고 처박아 둘 것 같으면, 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 줄 다른 사람을 찾아 가겠노라 하면서요.

오늘부터 108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108배를 하였습니다. 얼마 전 108배를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어렵지 않데요. 처음 했는데도 2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108배를 시작하는 것은, 제가 드디어 불교에 귀의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여전히 종교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나 있습니다. 108배를 종교적 의식으로 보지 않고, 내 마음을 다스리고, 나를 돌아보고,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명상의 한 방법으로 본 것입니다. 또한 그 어떤 운동도 즐겨하지 못하는 저에게 가장 맞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TV 프로그램을 통해 108배의 효과에 대해서 충분히 보고 들은 바가 있어 쉽게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SBS 스페셜 《0.2평의 기적 108배》,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8배의 수수께끼》에서 108배, 즉 절운동에 대해 아주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여러 과학적 실험을 통해 108배의 효과를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 위 프로그램을 구하시려면 두 프로그램 중에서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8배의 수수께끼》를 보시기 바랍니다. 더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 같습니다.

문제는 ‘이해’가 아니라 ‘실천’이었습니다. 해야지, 해야지, 마음만 먹은 게 벌써 한참입니다. 그러다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 몇 주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체력이 바닥이 난 건지, 마음에 병이 있어서인지 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목 : 나를 깨우는 108배
   지은이 : 구본일 지음 (고은 시인 감수, 영진스님 독송)
   펴낸곳 : 김영사 / 2008.2.27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25,000


<나를 깨우는 108배>에는 108 참회문과 108배를 돕는 DVD, 오디오 CD가 들어 있습니다. DVD나 오디오 CD는 일전에 TV에서 방영했던 108배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로그램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영진스님이 독송하신 108 참회문 음성이 들어 있습니다. CD를 켜놓고 스님의 참회문 독송에 맞춰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고, 감사하고, 더 나은 나를 위해 발원하며 절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조금 비싸다는 것이 흠인데, 나를 발견하고 나를 깨우고 내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는 의식을 치루는 비용이라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며 108배의 효과를 목격했지만 바로 실천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러했으니까요.

절운동 또는 수행을 오랫동안 한 분들에게는 별필요 없어 보이지만, 저같은 초보자들은 스님의 독송 소리에 맞춰 한번 한번 마음을 다해 108배를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TV를 보고난 후 하나 둘 세어가며 108배를 몇 번 해보았는데,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절하기보다는 숫자 세는 데 집중하다보니 마음이 흐트러졌습니다. 반면 CD를 켜놓고 스님의 독송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비우니 온전히 절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 친화적인 분들에게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듣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교적 의식, 언어 등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경산성당 주임신부인 정홍규 신부님은 성당 안에 절하는 방을 두고 매일 108배를 하십니다. 성당에서 절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았고 오해도 적지 않게 받았지만, 그런 선입견보다 더 중요한 진실은 우리의 절을 통해 몸과 마음이 치유된다는 사실이며 온전하게 건강해진다고 말합니다.

겨우 20분 정도의 운동인데 등에 땀이 촉촉합니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흐트러진 정신이 가지런해집니다. 새벽에 일어나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니 이처럼 기분이 좋을 수도 없습니다.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상쾌한 마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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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를 처음 하실 때 저처럼 CD 독송 소리에 맞춰 하실 수도 있고, 108 염주를 사용하거나, 천주교에서 기도할 때 쓰는 묵주를 사용하여 횟수를 세어가며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횟수를 무시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반복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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