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있으되 가지 않는다

제가 요즘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길은 있으나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길은 있으되 그리로 가지 않으면서 자꾸 왜 길이 없냐고 아우성입니다. 길을 안내해 드려도 다른 길을 찾습니다. 아이의 학습지도에서 문제가 생기면, 화내면서 아이를 가르쳐봐야 아무런 소득도 없으니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읽어주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가르치라고 말씀 드립니다. 벌써 이런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늘 올라오는 사연은 똑같습니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쉽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길이 그것밖에 없는 걸 어떡합니까? 그 길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떡합니까? 그런데도 그쪽으로 가려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도 아이도 불행해집니다. 아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함입니다. 공부 때문에 부모도 아이도 불행해진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공부도 아이가 하는 것이고, 독서도 아이가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절대로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공부도 스스로 하려 할 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고, 독서는 스스로 책읽기를 즐겨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제발 이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몇 회에 걸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계속 말씀 드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뻔한 이야기를 거듭 강조하는 까닭은, 너무나 많은 부모들이 독서 지도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마저도 개인과외나 학원으로 특별한 방법을 찾는 부모도 있고, 그저 넋 놓고 방임하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책이 점점 싫어지고 있는 아이에게 그저 책을 읽으라고 강요만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고 화만 낼 뿐 정작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잊고 있습니다. ‘책 읽어주기’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어느 만큼 중요한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습니다. 길은 있으되 가지 않으려 하니, 제가 그 길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반복하여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이유 4] 책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좋아진다

오늘은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 중에서 아이 혼자 책을 읽을 때와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의 다른 점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두뇌의 여러 기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이할 만한 것은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전두엽은 계획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충동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여러 부위에서 흡수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정리 판단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전두엽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전두엽의 기능이 강한 아이들이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서에 몰입하면 이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문자를 문장으로 만들고, 그 의미를 엮고, 이미 경험한 정보와 배경지식을 총동원하여 해석하는 작업은 매우 고차원적인 작업입니다. 책 잘 읽는 아이가 공부 잘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공부에 필요한 기초적인 능력이 책 읽기를 통해 이미 길러졌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통해 독해력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공부에 필요한 근본 능력이 강화됩니다.

그런데 혼자 책을 읽지 않고 부모가 옆에서 읽어줄 때는 더 신비로운 현상이 벌어집니다. 혼자 읽을 때는 거의 활동하지 않던 변연계가 활성화된다는 겁니다. 이 변연계는 ‘감정의 뇌’라고 불리는 영역입니다. 감정의 뇌가 움직이면 책 속에 더 빠져들게 되고, 책이 좋아지고, 덤으로 그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의 정서적 유대관계도 좋아지게 됩니다.

최소한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읽어주자고 말씀 드렸습니다. 5,6학년이면 이미 사춘기입니다. 사춘기 때까지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것을 경험한 아이는 평생 기억을 합니다. 비록 우리는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때론 힘들게 읽어주고 있지만, 사춘기 때까지 엄마가 책 읽어주는 것을 경험한 아이가 2세를 낳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읽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대물림을 만드는 것이 부모교육의 목표입니다.  

(정독습관,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