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읽는 아이, 정독 습관 들이는 방법

[이유 5] 책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 초인지 능력

지금까지는 주로 책 읽기를 어려워하거나,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책을 충분히 좋아하는 아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에게도 어머니께서는 책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흔히 ‘읽기 독립’이라고 하면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책을 읽는 시기를 말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아직 읽기 독립이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질문합니다. 그럴 때 저는 제발 단어에 얽매이지 말라고 말씀 드립니다. 어떤 아이는 그 시기가 매우 빠를 수 있고, 어떤 아이는 매우 늦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의 ‘읽기 독립’을 재촉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비록 아이가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다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책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읽어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혼자 읽을 때보다 엄마와 대화하며 책을 읽을 때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엄마가 말을 할 수 있고, 엄마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아이가 말할 수 있습니다. 혼자 읽을 때는 마치 자신이 읽고 이해한 것이 전부인 양 생각됩니다. 다른 사람과 얘길하다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내가 알고 느낀 것은 결국 나의 관점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게 됩니다. 독서 지도에서 이러한 능력을 ‘초인지’ 능력이라고 합니다.

초인지는 인지를 초월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능력을 말합니다. 나를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검증하고, 수정 보완하는 것이 초인지 독서 과정입니다. 혼자서 책을 읽을 때보다 엄마와 대화하며 책을 읽을 때 이러한 능력이 더 잘 개발될 수 있습니다.

초인지 능력은 문제해결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곧 초인지 독서 과정입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능력, 이것 역시 초인지 능력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며, 자연스레 왜 주인공 닭이 자기 이름을 ‘잎싹’이라고 지었는지, 왜 잎싹은 자신의 몸을 족제비에게 내주었는지, 왜 잎싹은 초록머리를 옆에 두지 않고 떠나보냈는지, 만약에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엄마는 또 어떻게 했을 것 같은지, 이런 무궁한 얘깃거리를 가지고 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이런 대화를 시도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책 읽어주며 대화하는 방법을 따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한 후에 자연스레 아이의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눈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책을 혼자 읽을 때는 이 정도까지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책을 충분히 좋아하고 있는 아이라 하더라도, 엄마가 읽어주며 대화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 읽기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삶을 살아갈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힘을 줘야 합니다.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하는 힘, 지식 또는 경험을 통해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힘, 그것은 곧 생각하는 힘입니다. 욕심 내지 않고 하루 일정한 시간 꾸준히 대화하며 책 읽는 동안 이러한 능력도 무럭무럭 자라나게 됩니다.

[이유 6] 정독 습관은 정독하는 즐거움을 알아야 !

저는 외부 강연 때 늘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독하는 습관이라고 강조합니다. 정독이라는 것은 ‘느리게 읽기’가 아니라 ‘생각하며 읽기’입니다. 아이들마다 읽는 속도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읽고 느리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속도의 차이가 정독이냐 아니냐를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정독(正讀)은 글의 참뜻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정독(情讀)은 마음을 붙여 읽는 것입니다. 정독(精讀)은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는 것입니다. 흔히 ‘정독’이라고 하면 세 번째 의미의 정독(精讀)을 말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 가지의 정독이 모두 하나로 통합니다. 마음을 붙여 뜻을 새겨가며 읽을 때 글의 참뜻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관찰하면 정독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보입니다. 급하게 읽고, 대충 읽고, 마지못해 읽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너무 급하게 읽지 말고 천천히 읽으라고 말해도 그때뿐입니다. 이런 고민을 안고 계신 분이 참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천천히 읽으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 걸까요?

천천히 읽으며, 생각하며, 뜻을 곱씹으며 읽는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훑어봐도 모든 내용을 다 이해했겠거니 생각하니까 그렇게 읽는 겁니다. 정독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책을 대충 읽으라고 해도 그렇기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읽으면 맛이 없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아직 그것을 못 느낀 겁니다.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한 겁니다.

엄마가 아이와 대화하며 책 읽는 것은, 그 자체가 정독입니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아이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 읽는 중간 중간 생각하며 읽는 것, 그것이 곧 정독입니다. 엄마가 대화를 하며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 아이는 자연스레 정독하는 법을 알게 됩니다. 자연스레 정독하는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오랫동안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되면, 아이는 혼자 책을 읽을 때도 마치 부모와 대화하며 책을 읽을 때처럼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책을 읽게 됩니다.

책을 급하게 읽는 아이, 대충 읽는 아이, 이들에게 정독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엄마가 책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대화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대화하며 책 읽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 시간의 주제입니다.

참, 모든 책을 반드시 정독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책 읽는 방법 중 오로지 정독하는 방법만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요즘 하도 다독, 다독 하면서 책 많이 읽히기를 강요하니까 제가 정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싶어서 강조하는 겁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독하며 다독하는 것이겠죠. 그것이 가능하려면, 늘 말씀 드리지만, 책이 좋아져야 합니다. 심심할 때 책보고 싶도록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고, 그것의 효용에 대하여 한 달 넘게 말씀 드리고 있는 겁니다.  

(정독 습관과 독해력을 키워주는 책 읽어주기 방법,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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