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감시의 두 얼굴 – 유비쿼터스

이 책의 원제는 《World Without Secerts : Business, Crime, and Privacy in the Age of Ubiquitous Computing》(비밀이 없는 세계 :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비즈니스, 범죄 그리고 사생활)입니다.

“유비쿼터스(Ubiqitous)”는 “언제, 어디서나 있는”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사용자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998년 미국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의 마크 와이저 소장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IT 업계가 나가야할 목표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맥락에서 유비쿼터스를 논하지는 않습니다. 기술서라기보다는 유비쿼터스가 몰고 올 미래의 전망에 관한 ‘미래 전망서’ 또는 ‘철학서’에 가깝습니다.

이 책의 첫 장의 제목은 ‘당신의 정보는 안전한가’입니다.
안전할 리가 없죠. 알게 모르게 우리의 모든 정보는 어딘가에 누적되고 있고, 그것을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례로, OK 캐시백 카드 소지자가 약 1,000만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 인구 거의 모두가 소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매우 당연하게도 SK에는 경제 활동 인구 1,000만명에 대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주소, 연락처 등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캐시백 포인트가 누적되는 추이를 분석하면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그 사람의 행동 반경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분이 좋지는 않죠?
다른 예로, 전 세계인에 대한 개인 정보를 소지한 곳은 어 어느 나라의 국가 권력도 아닌 비자나 마스터와 같은 신용카드 회사입니다. 그들은 국경을 초월한 개인 정보를 소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가 조차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한 비판보다는 현실이 그러하고 미래에는 이것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법한데, 저자는 오히려 낙관론자에 가깝습니다.
저자의 서문 중 일부를 그대로 옮깁니다.

“우리에게는 이 세상 어느 누구도 헐벗고 굶주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자원이 있지만, 아직 우리는 그런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충분한 힘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러한 일을 시도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비밀이 없는 거리, 비밀 없는 가정, 비밀 없는 자동차, 네트워크 군대 – N 정당이 온다, 비밀 없는 소프트웨어, 비밀 없는 세계 – 이민 등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책 제목에서 이미 드러났듯 비밀이 없는 세계의 각 영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미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며, 가까운 미래에는 더욱 그러하리라는 내용입니다.

책 줄거리를 모두 옮기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고, 대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인 ‘멘탯(Mentat)’에 대해 잠깐만 설명하겠습니다.

미래에는 정보를 찾아주는 멘탯(Mentat)이 등장합니다. 아니, 이미 멘탯은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멘탯은 프랑크 허버트의 공상과학소설 《모래행성》에 나오는 용어인데요, 인간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에 멘탯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즉 멘탯은 인간이지만 사고하는 기계의 역할을 합니다.

그럼 왜 멘탯이 필요할까요?
앞으로 정보의 양은 더욱 늘텐데 이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 가공하여 간결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럼 검색 엔진이 멘탯일까요? 검색 엔진은 멘탯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사실 검색 엔진에서 찾지 못하는 웹 페이지가 검색할 수 있는 웹 페이지의 500배에 달합니다. 아주 강력한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웹에 저장된 모든 문서를 검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왜냐하면 웹에 저장되는 문서의 양은 프로세서의 발전 속도를 능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만 있는 건 아닙니다. 검색 엔진은 정보를 조작하고 관련성이 없거나 중요한 정보가 아니면 제거를 하는데, 이 기준 자체가 나쁜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의도는 인터넷 사용자의 흥미와 가장 정확히 관련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반면 숨겨진 의도는 광고 비용을 지불하는 웹 사이트의 정보를 일차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웹을 사업 매체로 하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를 매우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의 유용도에 따라 상업적 가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검색 엔진은 ‘구글’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멘탯은 누구인가? 완전한 의미의 멘탯은 사실 없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검색 엔진이나 TV와 라디오, 신문과 같은 매체일 수도 있고, 자신이 즐겨 찾는 웹 사이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과 계약을 맺은 어떤 컨설턴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 자신을 대신하여 판단해 주거나 판단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비록 멘탯의 등장과 그 역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판단력’ – 경영에서는 ‘의사 결정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종류의 멘탯 –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식 검색과 같은 것들 – 이 등장할 것이라는 겁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본다면 멘탯 사업도 유망하리라고 봅니다. 지식 검색이 그러하고 각종 정보, 컨설팅 사업이 모두 이런 범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멘탯을 또 다르게 표현하면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할 줄 아는, 해당 분야의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유능한 멘탯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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