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따는 노래 – 손곡

撲棗謠
박조요 : 대추따는 노래 – 손곡

옆집 어린아이 대추 따는 것을 보고
할아버지 문을 나서며 아이를 쫓네
어린아이 오히려 노인에게 말하길
내년 대추 익을 때까지 사시지도 못할 텐데

蓀谷(손곡) 李達(이달)의 시입니다.
얼굴이 단정하지 못하고 성품이 호탕하여 예법에 구속되기를 싫어하는 성미라 가는 곳마다 업신여김을 당하였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관기인지라 뛰어난 한시에도 불구하고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여, 몸 붙일 데가 없는 비렁뱅이, 천덕꾸러기로 자유분방하게 살다보니 한 곳에 정착해 있지를 못하고 유랑하면서 시와 술을 즐기면서 일생을 불우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허균은 그를 추모하여 ‘그의 몸은 곤궁했지만 그의 시는 썩지 않을 것이다. 어찌 한때의 富貴로써 그 이름을 바꿀 수 있으리오’라고 했답니다.

임진왜란을 관통하여 살아온 인생이라 세상의 아픔을 노래한 시들이 많지만, 이 새벽, 아프기보다는 즐거워지고 싶기에, 웃으며 나를 반성케하는 시 한 편 골라 옮겨 적었습니다.

위 번역은 김용택 시인의 번역인데 참 소박하게 번역하신 것 같습니다.
정황을 보아하니, 대추 몇 개 따러 왔다가 버럭 화를 내며 쫓아내는 늙은이를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는 꼬마가, 도망가다 보니 약이 올라 뒤를 홱 돌아보며, ‘에라 할방구 내년에는 뒈져라’하는 심정에 ‘내년까지 대추 익을 때까지 살 수 있을려나?’라고 놀리며 달아납니다. 그래야 내년에는 마음 놓고 따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 녀석 버르장머리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지만, 그 전에 손자뻘 되는 아이에게 대추 하나 적선할 여유가 없는 늙은 이의 모습이 오히려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 고약한 녀석 말처럼 내년까지 살지 못 살지 알 수 없건만 어찌 그리 야박하신가요.

톱니바퀴처럼 얽힌 세상을 살면서 어찌할 수 없이 싫은 소리 할 때가 있더라도, 차마 야박해지지는 말아야겠습니다.

——————————————–
隣家小兒來撲棗   老翁出門驅小兒
린가소아래박조   노옹출문구소아
小兒還向老翁道   不及明年棗熟時
소아환향노옹도   부급명년조숙시

撲 : 칠 박.
棗 : 대추(나무) 조.
驅 : 말 몰 구. 여기서는 내쫓다는 의미.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한다’에서도 같은 의미.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