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너는 들어보지 못했느냐?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해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했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하고 슬퍼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죽어버렸다.
이것은 자기와 같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은 것이다.

且女獨不聞邪? 昔者海鳥止於魯郊, 魯侯御而觴之于廟, 奏九韶以爲樂, 具太牢以爲膳.
차여독불문사? 석자해조지어로교, 노후어이상지우묘, 주구소이위락, 구태뢰이위선.
鳥乃眩視憂悲, 不敢食一련, 不敢飮一杯, 三日而死.
조내현시우비, 불감식일련, 불감음일배, 삼일이사.
此以己養養鳥也, 非以鳥養養鳥也.
차이기양양조야, 비이조양양조야.

『장자』 「至樂」편의 일부로 『장자』 중에서 비교적 자주 인용되는 문장인데, 강신주의 『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에서 재인용했습니다.


   제   목 : 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주체의 변형
   지은이 : 강신주
   펴낸곳 : 태학사 / 2003.9.27 초판 발행, 2005.4.9 발행 초판 2쇄를 읽음  ₩12,000


바닷새를 너무나도 끔찍하게 사랑한 노나라 임금이 새를 죽이고 만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새 모이를 주지 않고 술과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를 대접하였더니 하나도 먹지 않고 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굳이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장자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전달되었으리라 봅니다. 장자는 인간의 이러한 마음을 성심(成心)이라 표현했습니다. 성심(成心)은 ‘이루어진 마음’, 즉 이미 구성된 마음을 말합니다. 선입견이라 할 수도 있고 편견이라 할 수도 있고, 흔한 말로 상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식이나 선입견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런 것이 없다면 매사를 판단하는 데 매우 많은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판단의 순간마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살면서 경험적으로 이루어진 성심(成心)은, 그래서 일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성심(成心)을 버려야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소통을 방해할 때가 바로 그러합니다. 나의 지극한 성심(成心)이 오히려 새를 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나의 경험, 나의 생각이 다른 이와 다를 때, 그것으로 인해 서로 소통이 불가능할 때, 그 때, 나의 성심을 버려야 합니다.

「소요유」편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
장보라는 송나라 사람이 월나라에 모자를 팔러 갔습니다. 그런데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짧게 깎고 문신을 하는 풍습이 있어 모자가 필요 없었습니다. 송나라 모자 장수가 허탕을 치게 된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장자』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어제 점심 시간에 회사 동료 한 분이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운 때가 언제냐는 퀴즈를 냈습니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한여름인 7월이나 8월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답은 1월이었습니다. 「만들어진 신」 212 페이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지구는 1월에 태양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고 7월에 가장 멀리 떨어집니다. 북반구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우리들은 상식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언뜻 수긍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성심(成心)은 나를 지탱하고 있는 근본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진리에 다가갈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나의 성심(成心)이 남과의 소통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심(成心)은 과거형이 아닌 진행형이어야 마땅합니다. 이미 ‘이루어진’ 마음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제물론」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길은 걸어다녔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고 道行之而成
사물은 우리가 그렇게 불러서 그런 것처럼 보인다 物謂之而然

누구나 인정하는 도(道)나 진리라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 걸어다녀서 이루어진 것이고,
우리가 자명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그렇게 불러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이 말, 장자는 참으로 많은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나를 지탱해온 성심(成心)을 의심하고, 내가 자명하다고 믿었던 진리도 의심하며, 내가 그렇게 불렀던 그 모든 것을 한번쯤은 의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 강신주는 최근에 그린비에서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펴냈습니다. 리라이팅 클래식은 참 좋은 시리즈입니다. 책 소개를 보니 이 책(<장자 : 타자와의 소통과 변형>)에서 다룬 내용이 주된 것 같습니다. 조만간 소개할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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