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을 넘어선 자본

위 그림은 윌리엄 호가스의 1751년작, 《맥주 거리》라는 작품입니다. 원래 진을 비난하고 맥주를 찬양하려고 그린 것입니다만, 그림에서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건물을 짓다가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공사장에서도 술의 종류는 달라도 가끔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일이 끝나면 한잔 하고, 좋은 일이나 궂은 일이 생기면 또 한잔하는 이런 생활. 이는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자’에게 매우 흔한 일상이었습니다. 이는 아직도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수중에 충분히 장악되지 않았다는 사실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 한가로운 시절은 산업혁명과 더불어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한없는 ‘근면'(industry)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노동자에서 근로자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매우 낯익고 익숙해,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법칙은 마치 수학의 공리처럼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숨쉬는 이유를 고민하지 않듯이 우리를 둘러싸고 나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살까,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과 질문에는 늘 이렇게 괄호 속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는 전제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자본》은, 제가 아는 한,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마르크스가 평생에 걸쳐 지독하게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지금 시대에 무슨 마르크스? 라고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 생각에는, 지금 시대야 말로 마르크스와 《자본》이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변혁과 혁명이 아니라 개인 수양을 위해서라도 《자본》의 정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궤변 같지요^^

이유인 즉,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까닭이 무어라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인정하듯이 물욕(物慾)때문이 아닌가요? 재물을 탐내는 마음을 물욕이라고 합니다. 재물이 무엇인가요? 돈이나 값나가는 물건을 재물이라 합니다. 이 돈이나 값나가는 물건의 정체를 밝힌 것이 바로 《자본》입니다.
값나가는 물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개의 경우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 이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인 관계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 상품 자체에 가치가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합니다. 이런 혼동을 ‘물신화’라고 합니다. 사막에서 물이 귀하다고 해서 ‘마시지 말고 가지고 돌아가서 아파트 계약금으로 써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우리는 지금 이러한 착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마치 물 자체에 본래부터 가치가 있었던 것처럼 착각하듯이…

물신화를 만들어내는 사회 관계 그 자체를 분석하지 않으면 물신화를 피할 수 없습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은 바로 상품세계의 물신화 그 자체를 해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양을 위해서라도 《자본》의 독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제   목 : 자본을 넘어선 자본
   지은이 : 이진경
   펴낸곳 : 그린비(초판 출간일 2004.4.20)/ 초판1쇄를 읽음 / 값 15,900원


《자본》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연재를 하겠습니다. 오늘은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해설서인 《자본을 넘어선 자본》에 대한 소개를 하려 합니다.
본명보다 필명이 더 유명한, 그래서 본명을 잃어버린(?) 서울산업대 이진경 교수가 썼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행동이나 사유, 삶의 방식에서 변혁이나 혁명을 사유하는 데 맑스에게 커다란 신세를 졌다.’ 그래서 그는 맑스의 가장 중요한 저작인 《자본(Das Kapital)》에 대해, 거기서 배운 것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이 책은 《자본》에 대한 해설서이자 저자 이진경이 《자본》을 통해 사유하여 새롭게 해석한 《자본》입니다. 도식적인 《자본》 해설서가 아니라 《자본》이 본래 하고자 했던 바, 마르크스가 《자본》을 기획한 이유를 따져물으며 《자본》의 현대적 읽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자본》의 해설서가 아니라, 《자본》을 통한 저자의 사유의 결과물입니다. ‘이진경의 《자본》’이 되는 셈입니다. 마치 《노자》와 《주역》을 해설한 왕필의 책이 ‘왕필의 《노자》’, ‘왕필의 《주역》’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듯이 말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책입니다. 그러나 《자본》의 근본을 다루며 그 현재적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 중에서 이보다 쉽게 설명한 책은 없을 듯합니다. 끝까지 정독하는 데 만만치 않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래도 《자본》 원전 번역본을 읽는 데 비하면 상당히 ‘경제적’입니다^^
참, 매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에서 다루었던 주제의 이해를 돕는 그림이 여럿 있습니다. 《자본》의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보여드렸던 윌리엄 호가스의 그림도 바로 이 책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