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SECOND 재빠른 2등 전략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미하다. 방금 이 책을 덮고 난 느낌입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준 기대감에 비해 막상 책을 읽으면서 계속된 동어반복에 지쳐버렸습니다.

  • 신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은 ‘맨 먼저’가 아니라 ‘적절한 시점’이다.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능력과 대중적 시장으로 성장시키는 능력은 다른 것이며 서로 충돌한다.
  • 안정된 대기업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가 되기보다는 ‘재빠른 2등’이 되어라.
    즉 맨 처음 개척한 것은 아니지만 막강한 조직력과 유통,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장으로 만들어라.

책에서는 여러 사례와 부연 설명을 통해 많은 살을 붙이고 있지만 핵심 내용은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제   목 : FAST SECOND 신시장을 지배하는 재빠른 2등 전략
   지은이 :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 외 / 김재문 옮김
   펴낸곳 : 마티 (초판 출간일 2005.12.20) / 초판 1쇄를 읽음 ₩13,000


이 책의 주된 독자는 ‘기존 기업’입니다. 새로운 시장에서 ‘기존 기업’이 성공하는 방식이 주제입니다. 기존 기업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재빠른 2등’을 위한 조건 – 안정된 조직력, 막강한 유통 지배력, 광고 비용, 브랜드 – 이것은 결국 잘 조직되어 있는 기존의 대기업만이 지닐 수 있는 조건들입니다.
그래서 책의 많은 부분이 기존의 성숙한 대기업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시장의 낌새를 빠르게 알아차려서 대중시장으로 키워나가는 방법에 관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논리 전개는 이러합니다.

  • CHAPTER 1~4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과 그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서로 다른 능력이다. ‘혁신’은 시장을 창조하지만 완성하지는 못한다. 혁신(=시장 개척)하는 능력과 시장을 지배(=시장 통합)하는 능력은 다르며 충돌한다.
    → 시장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지배적 디자인(=표준=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 CHAPTER 5
    지배적 디자인으로 시장을 통합하는 마켓 리더에게는 다섯 가지 전략이 있다.
    차별화된 속성을 강조하기, 밴드웨건 효과를 촉진하기, 소비자의 위험을 줄여주고 신뢰를 높이기, 신속한 대응을 위한 유통망 구축하기, 보완재 성장을 촉진하여 시장을 확대하기.

  • CHAPTER 6~7
    위 내용의 반복 및 정리.

이러한 내용이 부적절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이 ‘미미하다’고 한 것은, 이미 이러한 주장은 여러 책들을 통해 익히 알려졌던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옮긴이는 〈블루오션을 완성하는 재빠른 2등 전략〉이라는 글에서 ‘푸른 바다를 지배하는 기업이 그 바다를 처음 발견한 기업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블루오션》을 제대로 읽어본 독자라면, 《블루오션》이 단순한 ‘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블루오션은 곧 가치 혁신이며, 이것은 ‘처음’ 발견이 아니라 간과하고 있던 것의 ‘재발견’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리고 《블루오션》은 그 가치의 재발견과 더불어 실행력을 갖추기 위한 프로세스를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블루오션》을 오독 또는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최초가 되는 것에 대한 반론은 아마도 알리스와 잭트라우트의 주장을 겨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책도 자세히 읽어보면 단순히 시기적인 최초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차별화된 속성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 인식상의 최초를 의미합니다. 그 인식상의 최초를 차지하기 위한 방법이 주된 내용입니다. 그 방법은 비록 이 책이 주장하는 바(=시장통합)와는 다소 다르지만,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측면을 말하는 것 뿐입니다.

결과적으로 ‘FAST SECOND’라는 책 제목이 주는 강렬함이 책을 덮을 때까지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제가 《블루오션》을 읽을 때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주는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옮긴이가 서두에서 밝혔듯이, 기업 경영에서 완벽한 해답은 없습니다. 기업 경영에 관한 모든 주장은 나름대로의 의미와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것을 취사선택하고 자사의 입장에서 해석하여 주되게 적용할지는 결국 경영자의 몫입니다. 이 책도 경영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사고의 균형을 잡는 데에 나름의 도움이 됩니다.

나름의 가치가 있음에도 제가 이 책의 평가에 인색한 듯 보이는 것은, 어쩌면 제가 대기업에 속해 있지 않아 우리 회사와 같은 초기 단계에서는 막상 제가 적용할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사실’보다 ‘희망’이 더 절박할 때가 있습니다. 적절한 희망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이 곧 경영이니까요. 사람이 움직이면 희망은 곧 사실로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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