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사 내부의 문제로 인해 조금 마음이 혼란할 때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문제로 인해 의사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판단이 정말 옳았는지에 대해 스스로의 의문을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사 결정의 순간》- 바로 당시 저의 마음을 그대로 꿰뚫는 표제였습니다. 혹시 여기에 어떤 길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그런 마음으로 구입한 책입니다.
제 목 : 미래를 내 것으로 만드는 의사결정의 순간
원 제 : HARVARD BUSINESS REVIEW ON DECISION MAKING
지은이 : 피터드러커 外
펴낸곳 : 21세기북스 (초판 출간일 2004.8.23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자료를 분석하고 대안을 검토하는 것은 회사 안팎의 전문가들과 함께 할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릴 때 경영자는 늘 혼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외롭기도 하고 고독의 경지에서 내리는 그 결정은 경외(敬畏)롭기까지 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경영은 의사결정이기도 합니다. 또한 의사결정에 따른 실적이 성공한 경영자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경영자와 리더들을 위한, 의사결정을 위한 원칙과 기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표 저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명한 경영 잡지인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의사결정’과 관련된 8개의 글을 골라 엮어놓은 책입니다. 따라서 글이 씌어진 시기 또한 제각각이어서 피터드러커의 글은 1967년에, 그리고 나머지 글들도 멀게는 1965년에서 가깝게는 2001년의 글까지 있습니다.
책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실의 ‘의사결정’의 순간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읽었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책 속의 글이 모두 여섯 편, 그 중에서 두 편은 동일한 주제의 글이니 전체 7편의 글이라고 보면, 그 모두 주장하고 전달하는 바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의사결정에 있어 충분한 검토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과정을 중요시해야한다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육감’이 중요성을 역설한 글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대안을 두고 하나씩 없애가는, 일종의 ‘맞교환법’을 설명하고 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부분적인 정보만으로도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아주 점진적인 ‘혼합스캐닝’ 방식의 유용함을 주장하는 글이 있습니다. 물론 그 모두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하지만, ‘의사결정’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두고 7인 7색을 내는 이 책을 통해 ‘손에 확~ 잡히는’ 무언가를 얻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6단계를 거친다.
제1장에서 피터드러커는,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기 전에 ‘옳은’ 대안을 먼저 찾으라고 합니다. 아~ 정말 공감하지만 정말 쉽지 않은 말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과 같은 여섯 단계의 절차를 밟을 것을 권유합니다.
①문제를 분석한다 ②문제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③답을 열거한다 ④’경계조건’에 맞춘 수용 가능한 해결책보다는 ‘옳은 것’으로 결정을 내린다 ⑤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결정한다 ⑥의사결정 내용이 현실성이 있는지, 유용한지를 실험한다
여기서 ‘경계조건’이라 함은 “의사결정의 목적이 무엇인가” “최소한의 목표는 무엇인가” “만족시켜야할 조건에은 어떤 것이 있는가”라는 세부적인 내용을 말합니다. 따라서 모든 의사결정은 이 경계조건을 만족시킬 때에만 유효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빵 반쪽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는 의사결정을 할 때는 어찌 됐든 경계조건이 충족되는 상황이고, “반쪽 아기는 없는 것만 못하다.”라고 결정한 것은 그 결정(반쪽 아기, 아마 죽었겠죠…)이 ㄱ여계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나 피터드러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순히 경계조건을 만족시키는 여러 대안들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 가운데에서 ‘옳은 것’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합니다.마지막으로 그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현장 확인을 통한 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이런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군대에서 자주 사용하는 오래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군의 사령관은 보고서만으로 자기가 내린 의사결정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현장에 나가 보거나 보좌관을 보내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현장을 확인하는 것은 부하를 믿지 못학 때문이 아니라 추상적인 ‘의사소통’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p.30) - 탁월한 선택에는 올바른 교환이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거쳐야되는 과정인 대안들 간의 교환(trade-off)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목표와 대안들 사이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맞교환법(even-swamp)’라는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이 교환법은, 교환의 메커니즘을 단순화함으로써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의사결정에 쏟아부어 회사에 보다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 대안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나씩 지워가면서 최종적으로 올바른 대안을 찾아낼 수 있는지, 그 기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장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별 재미가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 체계적으로 문제를 분석하는 케프너-트리거 기법
제3장과 4장에 걸쳐, 구체적인 예를 통해 케프너-트리거 기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40여 개국 100만 명이 넘는 경영자와 관리자가 활용하고 있는 학습 시스템이라고는 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내용만 가지고 그 기법을 몸으로 익힌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내공’은, 충분한 지식과 경험,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결국 불가능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분석에는 자세한 명세표와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자세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라… - 보이지 않는 함정과 인간관계의 위험함을 경계하라
제5장과 7장에서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여러 함정과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과거의 결정은 이제 회복할 수 없는 과거의 투자 시간과 비용, 즉 매몰 비용일 뿐이다.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몰 비용이 현재 결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매몰 비용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그로 인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p.123)
이것이 바로 매몰 비용의 함정이라는 것이구요, 이 외에도 고정 관념의 함정, 현상 유지의 함정, 증거 찾기의 함정, 구성의 함정, 평가와 예측의 함정, 지나친 자신감의 함정, 신중함의 함정, 회상 능력의 함정 등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함정을 다 피해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 부분적인 정보만으로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제6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분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분적인 정보만으로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른바 ‘적응적’ 의사결정 기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치 의사가 처음에 처방을 할 때, 자신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1차적 치료 목표만 정한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 – 예를 들어 어떤 약을 몇 일동안 사용한 뒤에 없으면 다른 약으로 시도하는, 그런 과정을 말합니다. 이를 혼합 스캐닝(mixed scanning) 또는 적응적(adaptive) 의사결정법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 인간적인 감성과 느낌에 귀를 기울여라.
마지막 8장에서는, 경영자의 ‘육감’의 중요성과, 육감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릴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장의 내용을 ‘실천’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육감’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고도로 응축된 지식과 경험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 물론, 이 책의 결론이 아니라,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다는 겁니다.
의사결정이란 고도의 판단 능력이며, 그 능력의 공력은 경험의 지식화와 실행력에 따라 달라진다,라고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일정한 패턴으로 추상화하여 다른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능력 – 이를 저는 ‘경험의 지식화’라고 이름을 붙여 봤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건, 그 결과가 육감이든 아니면 자세한 명세표를 통해 도출해낸 논리적인 결과이든, 아니면 ‘안되면 말고…’라는 적응적 기법이든, 가장 중요한 건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이른 바 ‘집중적인 시도와 오류 개선’을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의사결정한 내용을 현실화시키느냐 못시키느냐를 결정하는 핵심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