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뜻 읽기가 힘들었다. 책 분량이 장난이 아니다. 800페이지가 넘는다. 고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 길에 짬짬이 보기에는 결코 만만한 분량이 아니다. 거의 한 주 내내 들고 다녔다. 무겁기도 하고, 토막토막 읽어나가면서 결코 책 읽는 속도를 낼 수도 없었다. 제대로 집중하지도 못한 채, 말 그대로 듬성듬성 읽었다. 나중에 큰 맘 먹고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고 싶다.
제 목 :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원 제 :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지은이 : THOMAS L. FREIDMAN
펴낸곳 : 창해 (합본호 초판 출간일 2003.11.27 | 초판 1쇄를 읽음) ₩26,000
합본호가 아닌 1,2권 분리된 것은 2000년에 출간되었다.
1997년 12월 8일 아침, 태국 정부가 자국의 58개 주요 금융기관들 가운데 56개를 폐쇄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위기와 러시아의 위기를 이야기 한다. 한국의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 책은 ‘세계화’를 설명하는 교과서다. 세계 대전 이전의 ‘큰’ 세계에서 ‘중간’ 사이즈의 세계로, 다시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로 ‘작은’ 세계가 되는 과정에 대한 약간의 설명으로 시작한 다음, ‘작은’ 세계에서의 세계화와 그 반작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저자는 세계화를 설명함에 있어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지 않는다. 태국에서 만난 아줌마, 중국 벽촌 마을의 마을 이장 선거, 미국에서 밀밭 경작을 하는 농부, 한국의 이홍구 전 총리 등 그야말로 그가 만난 각국의 사람들을 예로 들고 있다. 그야말로 ‘사례의 세계화’라 일컬을만 하다. 뉴욕 타임스 컬럼니스트로서 세계 구석구석을 다녀본 저자의 경험과 식견이 돋보인다.
렉서스는 모두 알다시피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다. 저자는 이를 진보적인 기술 컴퓨터 따위의 상징으로 삼는다. 반면 올리브 나무는 공동체이며 가정 사회 국가를 상징한다. 저자는 이 두 가지를 ‘냉전 이후의 시대’의 상징물로 삼고 있다.
세계의 반쪽은 더 좋은 렉서스를 만들고자 노력하며 냉전으로부터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반쪽은 아직도 누가 어느 올리브나무의 주인인지를 놓고 싸우고 있다. 한쪽은 세계화 체제에서 번영을 구가하고자 현대화에 진력하면서 경제 체제를 합리화하고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있는데 반해, 다른 한쪽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하고 그에 얽매여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공존하는 세상, 저자는 국가를 최후의 올리브나무라고 말한다. 국가라는 존재는 비록 약화될 수 있어도 지구상에서 결코 완전히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야말로 발버둥치고 있다. 과거의 장벽들은 무너지고 세계화에서 벗어난 지역은 없다. 정보로부터 모든 돈은 시작되고, 국가는 ‘황금 구속복’을 입어야 한다. 황금 구속복은 바로 자본주의화, 세계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황금 구속복은 사이즈가 단 하나뿐이다. 무조건 이 옷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저자는 성공하는 국가들의 아홉가지 습관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얼마나 빠른가, 지식을 얼마나 수확하고 있는가, 얼마나 가벼운가, 얼마나 개방적인가… 등등.
그리하여 세계화 시대에는 오직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갖게 된다. 그 상자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저자는 ‘역사는 미국을 선택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러하기에 미국은 오만하며 세계화 시대의 테러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일찍부터 ‘세계화’라는 용어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 1994년 말 김영상 전 대통령이 집권 1년만에 느닷없이 ‘세계화’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과연 세계화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함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로부터 3년이 가기도 전에 우리나라는 심각한 외환 위기를 겪고 말았다. 세계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일찌감치 이런 사태는 대비했어야 했다. 아니, 무지한 국민들을 위해 세계화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세계 은행의 힘을 빌린 것은 아닐까?
어쨌든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대세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세계화라는 좋든 싫든, 그 실체가 정확하게 무엇이든, 결국 무한 경쟁 체제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의 말대로 ‘세계화의 무자비함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책은 우선 이 시스템의 논리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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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르고 있어서 그런지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세계화 시대의 교육에 대해 잠깐 언급한다. 내용은 이렇다.
인터넷 시대에 자녀들을 준비시킴에 있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그들에게 더 많은 기법과 더 수준 높은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또는 그들에게 더 빠른 모뎀과 컴퓨터를 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전통적인 기본 원칙들을 더 강조해야 한다. 아이들이 더 빨리 온라인 위를 움직일 수 있기를 원한다면 부모들은 더 빠른 속도의 모뎀을 사주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라면 그들 자신의 개인적 소프트웨어가 더 강건해지도록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개인적 소프트웨어는 오직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구축될 수 있다. 읽기, 쓰기, 셈하기, 교회 혹은 시나고그, 모스크, 절과 가정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그들을 강건하게 할 수 있따. 이런 것들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없다. 오직 부모와 교사, 목회자들에 의해 업로드될 수 있을 뿐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대학보다 유치원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부모들이 아이들을 건전한 원리원칙으로 무장시키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올곧은 판단력, 올바른 가치관 그리고 열린 기술을 아이들이 스스로 취급할 수 있는 기본적 지식과 기량을 갖추도록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뿐이기 때문이다.(p.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