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 반에 일어나 다섯 시 반에 회사로 향했다. 잠자리가 불편했던지 자주 끙끙거리던 딸이 아주 깊이 잠든 듯하다. 딸이 깰까봐 조심조심 집을 나섰다. 몇 달 전만 같아도 깜깜한 새벽일텐데 이미 낮처럼 환하다.
지난 주에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 매우 바빴다. ‘이나리 기자가 만난 우리 시대 자유인 12인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달린《열정과 결핍》을 일주일 내내 손에 쥐고 다니다기,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다 읽었다. 예전같으면 한 이틀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읽어낼만했는데도 말이다. 이번 주는 사정이 좀 나아질려나 모르겠다.
제 목 : 열정과 결핍
부 제 : 이나리 기자가 만난 우리 시대 12인의 초상
지은이 : 이나리
펴낸곳 : 웅진 (초판 출간일 2003.12.15 | 2004.1.24일판 초판 2쇄를 읽음) ₩12,000
《열정과 결핍》- 열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찾다가 발견했다.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사람 사는 맛이 난다. 그냥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사람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어서 ‘~~형 인간’으로 규정지을 수 없지만, 굳이 말을 만들자면 ‘열정적 인간’의 이야기가 좋다. 닮고 싶기 때문이다.
주간동아의 이나리 기자가 만난 12명의 인터뷰 기사가 주된 내용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윤기, 황구라 황석영, 가수 조영남, 미래에셋 박현주, 정치인 조순형, 이어령 교수, 시사 평론가 진중권, 영화배우 설경구, 가수 이장희, 음반 프로듀서 박진영, 만화가 박재동, 소리꾼 장사익이 주인공이다. 이 중에서 조순형 편은 읽지 않았다. 몇 달 전의 분이 풀리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글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이 부분만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일일이 글로 옮기기는 힘들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나이 마흔 일곱에 가수로 데뷔한 장사익의 이야기가 특히 그러하다. 절절하게 스며드는 그의 노래는 결국 그의 삶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다. 법대 상대에 들어간 친구들과 일직선 상에서 비교되기 싫어, “나는 죽기 전 100권의 책을 쓰리라. 본격적으로 글을 쓸 때까지는 번역을 생업으로 삼으리라. 보들레르는 불어로, 니체는 독일어로, 오비디우스는 라틴어로, 그리스 신화는 희랍어로 읽으리라.”라고 한 이윤기의 독한 다짐도 멋있다. 박진영의 차별화 컨셉도 재밌다. 그냥 댄스 가수는 많지만 연세대생 댄스 가수는 흔치 않아서 그렇게 했단다.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지만, 직접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하는 가수가 많지 않아, 그렇게 했단다. 설경구가 싸움 연기를 하면 진짜 싸운단다. 미친 연기를 하면 진짜 미친단다. 그래서 주위의 배우들도 진짜로 겁을 먹는다고 한다. 정말 ‘꾼’이다. 그래서 멋있다.
멋있게 살고 싶다.
내 나이도 벌써 삼십대 중반이다. 그런데도 기껏 한다는 말이 ‘멋있게 살고 싶다’이다. 그러나, 진짜 그렇게 살고 싶다. 다른 말로 표현하니 맛이 떨어진다. 유치한 표현이지만, 정말 멋있게 살고 싶다.
아침 공기가 무척 시원하다. 10년 쯤 뒤에, ‘멋있게’ 변해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웬지 모를 자신감이 ‘밀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