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남아입니다.
매번알려줫도 계속 틀리는 문제도 있구요 방금푸렀던 문제인데도 또 한장넘겨 풀면 틀리고요 약분을 해야 맞는다고 틀리면 문제까지 모조리 오답노트에 적어야한다고해도 약분안해서 틀리네요. 이제는 매번 약분 해야되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수학 뺄셈할때 백의자리와 십의자리를 빼기도 하구요 분수의 곱셈에서 약분후에 분모는 분모끼리 남는 숫자 곱하고 분자끼리 남는 숫자 곱하는데도 곱하기에서 틀리는일이 다반사이며 국어도 못해요. 국어도 왼쪽장에 내용정리나오고 오른쪽에서 문제푸는데 왼쪽에 분명 설명 다 나와서 보고 찾아 내면 답인데도 그걸 못찾고 헤메이다가 시간다가고 결국 제가 알려줍니다. 에휴
과학에서도 속력계산문제에서 공식은 알고있?는데 공식은 물어보면 대답하구요. 그런데 계산은 못합니다. 매번 속력문제는 백퍼센트 틀립니다.
이런문제로 수학 문제집을 오답정리 하면서 푼게 3권이나 됩니다.
물론 학원에서 낸 숙제도 거의 안해가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틀리는 게 일정한반면 우리아이는 틀리는 패턴이 불규칙적이며 앞에서는 맞고 뒤장에선 또 틀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탕의 3분의 1을 먹고 나머지의 2분의 1을 동생이 먹었다 나머지는?
요런 문제도 나머지의 2분의 1이 무었인지를 전혀 찾아내질 못합니다.
알려주고 그림도 그려보고 설명을 하면 그?땐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다시 그 문제가 나오면 틀리고 또 알려주면 알고 대답하고
혼자 풀어보라면 못풀고 틀립니다.
아~~계속 반복되는데요
무슨문제일까?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참 답답하고 속이 많이 상했겠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는 하늘개울님 아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꽤 많은 학부모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의 상황으로 봐서는 국어나 수학, 과학 등 각 과목별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공부 전반에 대한 문제이며, 특히 집중력과 문제해결력의 문제이며, 결국 생각하는 힘의 문제입니다. 기본 개념을 확실히 다지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 하며, 이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먼저 이 상황부터 인식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아이는 지금 공부하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습니다. 그저 마지못해 하고 있으며, 그래서 똑같은 문제라도 앞장과 뒷장의 문제가 비슷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저 문제가 나올 때마다 풀어내기 급급한 상황인 거죠.
기본 개념도 매우 취약합니다. 속력을 내는 공식을 안다는 것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속력을 내는 공식을 알아도, 그 문제가 그 공식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인지를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구요. 따로 떼어내어 물어보면 아는 것 같아도, 여러 문제 안에 섞여 있으면 풀다 못풀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는 헷갈리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입니다. 사탕의 1/3을 먹고 나머지의 1/2을 동생이 먹었다는 의미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것입니다. 분수의 계산은 할 줄 알아도 서술형 문제는 감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현재 7차 교육과정의 초등학교 5학년 교과과정은 ‘구체적조작기’에서 ‘형식적조작기’로 넘어간다는 전제하에 갑자기 어려워지는 단계입니다. 4학년 때까지 자연수의 사칙연산을 하다가 5학년이 되면 최소공배수,최대공약수,분수와 소수의 덧셈과 뺄셈, 곱셈 나눗셈까지 그야말로 갑자기 어려워지고 더 추상적인 문제를 풀게 되는 단계입니다. 흔히 말하는 ‘수학포기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도 이때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이 이후의 공부 의욕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답답해도 화를 내며 가르치는 순간, 아이는 점점 공부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중고등학교 때 어머니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 아들의 문제는 5학년이 되어서 발생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미 그동안에도 이러한 현상이 있어왔을 것이며, 그 때 제대로 습관을 잡아주지 못한 것이 오늘에 이르러 이렇게까지 힘들게 된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가 공부에 대한 생각, 태도, 습관이 바뀔 수 있도록 잘 지도해야 합니다. 어렵지만, 사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와 같은 상태는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엄마가 큰 그림을 그리고, 긴 안목에서 차근차근 지도하여,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까지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기본 개념과 초등 수준의 문제해결력은 갖추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몇 달 만에 해결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개념과 문제를 푸는 태도입니다.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복습을 해야 합니다. 문제를 푸는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문제 한문제 차근차근 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매일같이 실천할 때, 몇 달 또는 1년여 시간이 지나면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많은 문제를 풀 생각을 마시고, 교과서 복습과 해당 범위의 기본문제 풀이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언뜻 아이가 아는 것 같아 넘어가더라도 실제로 아이가 모르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개념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답을 맞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현재 왜 약분을 해야 하는지, 통분은 왜 필요한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 전에 분수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않습니다. 막연히 분자와 분모로 이루어진 모양의 숫자를 분수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1보다 작은 수를 표현하기 위해 분수가 만들어진 경위, 직접 사과 하나를 쪼개본 경험, 이런 것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는 분수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3,4학년 때 다루는 분수의 기본개념을 확실하게 다지지 않은 탓이겠죠. 과학의 속력도 마찬가지구요. 사실 속도와 속력의 차이 등을 아이가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공식도 그저 외운 것일 뿐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비록 교과과정은 ‘형식적조작기’ 즉, 추상적인 문제를 다루는 단계로 넘어갔지만, 우리 아이의 인지 단계는 ‘구체적조작기’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로 만지고 경험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그저 아랍어로 씌어진 글을 읽는 것처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러한 단계를 보내고 있으며,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4학년 시기에 충분한 경험과 조작을 통해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기초부터 잡아야 합니다. 교과 진도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보면, 결국 이 문제를 중학교까지 안고 가게 됩니다. 수학은 3학년 교과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에게 수학적 개념을 명확하게 하며, 자신감을 회복시켜야 합니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관력, 사고력, 자신감 등인데, 직관과 사고력은 자신감이 없으면 결코 작동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보자마자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오답노트가 아닙니다. 오답노트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진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수준에서는 오답노트가 아니라 기본 개념을 철저하게 다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여름방학, 2학기, 겨울방학 때까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현재의 5학년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상태입니다. 5학년 과정은 그 과정 대로 복습위주로 진도를 나가되, 3학년과정부터 차근차근 밟아갈 수 있도록 하루 일과표를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머뭇거리다가는 또 1년이 지나갑니다. 기초는 이렇게 다져가시기 바랍니다.
문제를 차분히 푸는 습관은,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절대 화 내지 않고, 한문제 한문제 정성껏 풀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며 도와주셔야 합니다. 뻔히 보이는 답도 못찾는 순간 누구나 화가 나겠지만, 그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으면 엄마표 지도는 불가능합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데,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화가 나는 겁니다. 이를 ‘당위적 기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기대가 과연 정당한 것인가요? 이것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야, 옆에 다 적혀있잖아. 앞장에서 똑같은 문제 풀어봤잖아!!!”라고 화를 내면, 우리 아이가 다음에는 제대로 할 거라는 기대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 이 아이의 문제해결력, 사고력은 엄마의 잔소리로 해결될 성질이 아닙니다. 아이 두뇌의 학습회로(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를 바꾸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화를 내지 않고, 아이 곁에서 한 문제 한 문제 천천히 생각하며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아이가 문제를 풀 때 안정된 상태로 풀 수 있게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이런 노력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서서히 문제를 풀 때 안정된 상태에서 차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옆에서 다그치거나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충분히 차분하게 설명했음에도 다음에 또 틀리는 것, 그건 결국 사고력의 문제입니다. 지난번 가르쳐줬던 문제와 지금의 문제가 동일한 문제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새로운 문제로 느끼는 겁니다. 엄마가 가르쳐주면 풀다가 며칠 후에 다시 풀면 또 다른 방식으로 푸는 것은, 그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문제를 스스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매일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해결했을 때의 쾌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작은 성공경험이 자신감으로 형성됩니다.
일단 매일 문제 푸는 양을 줄이고, 대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최대한 차근차근 근본개념부터 설명하면서, 그날 해결한 단 10문제라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충분한 반복훈련이 아니라, 단 한 문제라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입니다. 그런 노력이 꾸준히 지속될 때, 공부에 관여하는 두뇌 속 학습회로가 서서히 변화되며,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속 시원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공부를 하는 태도와 습관, 그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위에서 말씀 드린 느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 외에 방법이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이러한 노력을 시작한다면,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은 충분합니다. 멀리 보고, 화 내지 않고, 단 몇문제를 풀더라도 문제해결의 자신감이 생기도록 아이를 지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북지역에서 강연회가 있다면 제 강연을 들으시면 더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그쪽에서 강연 요청이 없네요. 오는 6월 26일(금) 오전 10시 EBS <60분 부모>에 제가 출연하는데, 아쉬운 대로 이 시간을 통해서라도 엄마표 지도의 원칙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