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발표를 두려워 하는 아이

큰아이는 9살 작은아이는 7살입니다.
큰아이는 과묵하지만 발표를 잘하는데
작은 아이는 조잘 조잘 말은 많이 합니다.
그러나 앞에 나가서 발표를 못하고
선생님에게 숙제를 한 것도 내지를 못합니다.
왜 그러냐고 그러면 부끄럽다고 합니다.
어찌해야 할지..
자주 손가락을 물기도 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질문 내용으로 보자면, 아이가 남들 앞에서 말하거나 발표하는 것을 너무 부끄러워하는데, 어떻게 하면 발표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고민이라는 거죠?

답변을 드리기 전에 좀 엉뚱한 질문을 먼저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아이가 남들 앞에서 부끄러워하고 발표를 잘하지 못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발표를 못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 생각에는 발표력 있는 아이로 만들고 싶은 것인가요?

너무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이마다 그 성향이 모두 달라, 남들 앞에서 말하기를 즐기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우선 큰 아이는 발표하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시고, 이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남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유독 많이 느끼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런 성향일 뿐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발표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표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엄마가 옆에서 ‘떨지 말고 편하게 잘 말해봐…’ 또는 ‘그냥 당당하게 말하면 되지, 왜 그렇게 겁 먹니? 그럴 필요 없다니까.’ 이런 식으로 충고하고 조언하면, 아이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나쁘고 잘못되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면 고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를 수학 잘하게 만들기 더 어려운 것처럼, 스스로 발표력이 떨어지고 부끄러워하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아이를 바꾸기는 참 힘이 듭니다.

우선 우리 아이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버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바꾸려하지 마시고 지금의 모습 그 자체부터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라야 내적인 자신감이 회복되고, 나아가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발표력이 뛰어난 아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남들 앞에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손가락을 깨물 때,

“부끄러워하지마, 자신있게 말해봐!”라고 말하기 전에

“정말 부끄럽지? 사람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것 같고…. 내가 말을 실수하면 놀릴 것 같기도 하고… 남들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고…. ”

이렇게 아이 마음을 읽어주세요.

“사실, 나도 그랬어. 나도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 정말 못해. 에구…. 떨려…”

아이는 자신의 상태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이 들 때 안정이 됩니다.

“그런데, 나도 남들 앞에서 말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도 그렇지?”

“한번에 안 되겠지만,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될거야. 엄마도 조금 도와줄게. 그런데 남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다고 해도 그건 잘못이 아냐. 대신 좀 불편하기는 하지…”

이런 식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남의 자식 이야기라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제 딸 역시 남들 앞에 서는 걸 유독 싫어합니다. 발표 시키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러나 저는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눕니다.

바꾸려 하지 마시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부터 인정하고 사랑하는 아이로 만들어주세요. 그래야 나중에라도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여지가 있습니다.

대개의 어머니들은 머릿속에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을 두고 있습니다. ‘발표 잘하는 아이’ 역시 어머니 머릿속에 있는 큰 아이의 상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런 아이로 개조하려 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들고,
혹시 부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이 고쳐야 할 것이라면 노력하도록 격려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라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도록 해보세요.

그것이 엄마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하게 자녀를 지도하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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