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새해 새아침, 2006년의 계획은 마련하셨나요?
아직 없다면 오늘 잠시 시간을 내서 조용히 지난해를 반성하고 올해를 설계할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몇 해 전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혼자만의 의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거창한 것은 아니구요, 그저 새해를 맞아 나의 ‘사명서’를 업데이트하는 일입니다.
저의 사명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나 손병목은,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스스로 쉼 없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나의 열정이 내 주위를 전염토록 하여 나와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성공하는 인생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런 다음 보다 구체적인 목표와 헌신 대상, 방법 등에 대해 씁니다.
올해도 내용을 조금 보완하여, 목표, 헌신, 행동원칙, 겸손, 오늘, 죽음이라는 여섯 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내가 스스로 부여한 ‘사명’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새롭게 ‘죽음’이라는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 죽음
칸트는 죽음에 임하여 미동도 아니 하고 Es ist gut! “좋다” – 단 한 마디 남겼다. 죽음이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이라고는 늙고 추레한 껍데기 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다 갈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를 비운다.
하루 중에서 나를 비우는 첫 단계가 바로 새벽에 독서노트를 쓰는 일입니다.
2006년 새해 첫 독서노트는 안광복 선생님의 《철학, 역사를 비우다》로 출발합니다.
제 목 : 철학, 역사를 만나다
지은이 : 안광복
펴낸곳 : 웅진 (초판 출간일 2005.12.15) / 초판 1쇄를 읽음 ₩9,800
‘철학’ – 왜 새해 첫날부터 난해하게 출발하느냐구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철학 교사인 저자가 청소년을 위해 《고교독서평설》에 연재한 글들을 다시 엮어 만든 책입니다. ‘청소년용’이라는 딱지는 어른이 되어 이런 책을 읽은 이들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그러나 지식과 지혜를 찾아나서는 데 꼬리표에 천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쉽게 쓰여져서 읽기에 편하니 오히려 더 실용적입니다.
읽기 쉽다는 것은, 반대로 글 쓰는 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쉽다고 해서 핵심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짧은 글에 저자의 성찰과 내공을 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철학, 역사를 만나다》는 저자가 10년 간 철학도로서, 그리고 철학 교사로서 역사와 철학을 통해 얻은 나름의 철학적 성찰을 모은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요즘 아이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이런 책을 진작 접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말을 입시에 찌들린 학생들이 듣는다면 무척 욕을 하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책을 읽고 자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저처럼 《철학에세이》를 읽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 일은 드물 것입니다. 제 주위에 만약 고등학생이 있다면, 방학 때 이런 책 한 권쯤은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 철학, 공자와 동중서, 노자, 상앙과 한비, 십자군 전쟁 ,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주자학, 데카르트, 프랑스 혁명, 마르크스, 공리주의, 헤겔, 니체, 논리 실증주의 등 열 여섯 가지 철학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책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듯이, 이 철학 이야기는 모두 역사적 배경과 함께 소개되어 있습니다. 철학으로부터 역사를 탈곡하여 무미건조한 철학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책을 다 읽고 다시 장 제목만 봐도 책 내용이 쉽게 떠오릅니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 – 스파르타여, 타락한 아테네를 구원하라!’, ‘스토아 철학 – 로마 제국을 지탱한 국가 철학의 힘’, ‘노자 – 은둔의 철학인가, 통치의 철학인가’, ‘십자군 전쟁 – 무지한 십자군, 형제에게 칼을 겨누다’, ‘프랑스 혁명 – 자유와 평등으로 치른 인류의 성인식’, ‘니체 – 히틀러를 위한 철학자?’ 등등.
재미도 재미지만, 역사와 철학 이야기를 읽다보면 늘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철학을 오늘날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하면 중세 암흑기가 떠오릅니다. 스콜라 철학의 대부. 그러나 그는 ‘황소’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우직한 학자로, 초인적인 지구력이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신학 대전》과 《대(對) 이교도 대전》을 남겼습니다. 냉엄한 논리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기독교 교리를 재정립한 그에에, 어찌 ‘중세 암흑’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만 할 수 있겠습니까. 자본주의에 날개를 달아 준 공리주의의 두 거두 – 벤담과 밀 역시 당시에는 철학적 급진주의자라 할 만 했습니다.
청소년용이건 성인용이건, 철학은 언제나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얕은 지식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갖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