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제목 붙이기’로 국어 실력 키우기

경향신문 2010년 6월 8일 22면 손병목의 학부모 마음 읽기

[원고 원본] 짧은 글 제목 붙이기로 국어 실력 높이기

초등학교 4학년 나윤이는 수학보다 국어가 어렵다고 한다. 성적을 보면 그리 나쁘지 않지만 스스로 국어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같은 학년 형우는 실제로 국어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형우가 책 읽기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꾸준히 책을 읽는데도 국어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고학년으로 갈수록 국어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 독서와 국어 점수의 불일치도 종종 발생한다. 독서가 국어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책 읽는 양과 국어 점수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나윤이와 형우 엄마는 어떻게 해야 국어 실력을 올릴 수 있을지 답답해하고 있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꽤 많다. 수학은 문제라도 많이 풀어 보면 될 것 같은데, 국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많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공부의 이치는 결국 하나다. 공부 잘하는 비법을 줄이고 줄이면 단 두 단어로 정리가 가능하다. ‘제대로, 충분히’ 하면 된다. 충분히 공부하지 않고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 없다. 또한 많이 하되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막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방법은 ‘제대로, 충분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이해만 했다고 해서 시험을 잘 보는 것은 아니다. 시험은 결국 제한시간 내에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 두어야 한다. 이 정도는 모든 부모가 다 알고 있다. 문제는, 시험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 공부할 시간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학교도 가야하고, 조금이라도 놀아야 하고, 부모가 감당하기 힘든 것은 학원의 힘을 빌어야 한다. 이런 저런 시간을 빼고 나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빠듯하다. 결국 공부의 성패는 한정된 시간의 효율적 활용에 달려 있다.

하루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길게 보면 시간은 충분하다. 다행히도 공부는 장기전이다. 단기전에서의 효율과 장기전에서의 효율은 다르다. 내일의 시험이 마지막이라면 벼락치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십년을 보고 하는 공부라면 전략이 달라야 한다. 조급한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축구를 할 때, 공을 차는 기본기도 없으면서 화려한 개인기를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수영을 할 때, 숨쉬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빠른 속도를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모든 공부도 단계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어 공부에도 기본기가 있고 단계가 있다.

국어의 기본기는 ‘사실적 이해’ 능력이다. 쉽게 말해서, 한 문장을 읽었으면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능력, 그것이 사실적 이해 능력이다. 국어의 비문학은 사실적, 추론적, 비판적, 창의적 이해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추론하고 비판하고 창의적으로 이해하기 전에 무엇보다 사실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필수다. 그것이 안 되면 다른 그 어떤 능력도 소용이 없다.

국어의 기본기, 사실적 이해 능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짧은 글 제목 붙이기’ 연습니다. 국어 문제집을 풀 때 답만 채점하지 말고, 제시된 지문의 문단마다 제목을 붙이는 연습을 해보자. 짧은 글에 제목을 붙이는 연습은 교과목으로서의 국어 실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축구로 말하자면 체력과 기본기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짧은 글 제목 붙이기를 통해 아이는 글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문제를 많이 풀어 봐도 실력이 잘 오르지 않는 건 글의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강할 때, 연습은 곧 실력이 된다.

그러나 기본기가 약한 아이가 기본기를 갖추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본기를 익히지 못한 아이는, 아무리 해도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공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 되어 공부 의욕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다. 위험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의 성적은 오르지 않더라도 짧은 글 제목 붙이기 연습을 통해 우리 아이의 기본 능력을 키워주자. 짧은 글인데도 그 내용을 요약하여 제목 붙이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답답할 것이다. 명심하자. 지켜보는 사람보다 그 과제를 해내지 못하는 아이의 마음이 더 답답하다. 다만 부모 앞에서 티를 내지 못할 뿐이다. 그 답답함이 좌절감이 되지 않도록 따뜻하게 격려해야 함을 잊지 말자.

책을 많이 읽는데도 국어 성적이 잘 안 나온다면 ‘열 줄 독서록’ 또는 ‘한 줄 독서록’ 쓰기부터 시작하자. 독서감상문에는 대개 줄거리와 느낀 점이 포함되는데, 많은 부모들이 그 두 가지를 처음부터 모두 요구한다. 줄거리를 제대로 요약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느낀 점을 강요한다. 욕심을 버리자. 독서가 국어 실력으로 연결되기를 원한다면, 우선 줄거리라도 제대로 쓰도록 도와주자.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묻기 전에 아이와 대화를 하며 기억을 되살리도록 도와주자. 긴 글을 짧게 정리하는 법을 꾸준히 연습하자. 줄거리를 속속들이 얘기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줄여서 얘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짧게 정리하는 것은 고도의 추상화 능력이다. 매일 온전한 독서감상문을 쓰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책 한 권을 읽고, 그것을 열 줄 또는 한 줄로 줄여보자. 이를 ‘열 줄 독서록’, ‘한 줄 독서록’이라고 한다. 양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 아이들의 거부감도 덜하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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