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15] 하늘 아래 오행이 아닌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오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주역》과 오행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주역》 어디에도 오행을 언급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후대에 《주역》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오행 사상까지 결합한 것 같습니다. 오행의 역사와 그 변천사를 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양이 될 것 같습니다. 동양의 사상을 두루 이해하기 위한 기본 개념으로서의 오행에 대해서 간단하게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행은 수, 화, 목, 금, 토입니다. 우리나라 요일 이름이니 따로 욀 필요도 없습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양과 음을 대표하는 해와 달을 말하고, 나머지 요일이 오행입니다. 오행의 순서는 조금 달리 부를 수 있으나, 오행이 가장 먼저 언급된 <서경>의 <홍범> 편에 나오는 순서를 그대로 따르면 수, 화, 목, 금, 토가 됩니다. 문헌상에 나타난 것으로만 따지면, 오행이 음양 개념보다 먼저인 듯합니다.

<서경>의 <홍범> 편에 오행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홍범|洪範|의 첫째는 오행|五行|이니 수, 화, 목, 금, 토이다.
    물은 아래로 흘러가면서 윤택하게 한다. 짠맛이 난다.
    불은 위로 타오른다. 쓴맛이 난다.
    나무는 굽거나 곧다. 신맛이 난다.
    쇠는 단련하여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매운 맛이 난다.
    흙은 식물을 자라게 한다. 단맛이 난다.

잘 이해가 안 되죠? 오행과 맛의 연관 관계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옛사람이 아무 뜻도 없이 이런 말을 했을 리가 만무하니 상상력을 발휘하여 그 뜻을 밝히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물은 계속 아래로 흘러내려가서 결국에는 바다를 만나니 그래서 짜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불이 계속 타서 남은 재는 쓴맛이 납니다. 신맛은 입맛을 돋웁니다. 상큼한 봄, 싱싱한 채소의 푸른 빛, 이런 것은 모두 신맛과 연계됩니다. 따라서 나무와 풀과 같은 식물은 신맛이 난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쇠가 왜 매운지는 저의 상상력으로는 해결하기 힘듭니다. 흙이 달다는 것은 제가 먹어봐서 압니다. 어렸을 때 가끔 마당의 흙을 집어먹은 적이 있는데 의외로 그 끝 맛이 달았습니다. 오행과 맛의 연관관계를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문헌이 없어 제가 좀 억지스럽게 적어봤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묵자|墨子|는 ‘오행 가운데 항상 이기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회남자|淮南子|에 따르면, 불은 뜨겁지만 물로 꺼버릴 수 있고, 쇠는 강하지만 불로 녹일 수 있고, 나무도 곧고 딱딱하지만 쇠로 만든 도끼로 베어버릴 수 있습니다. 물은 아래로 흘러내리지만 흙을 쌓아 막아버릴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오행은 서로 생성하거나 막아내는 성질이 있다하여 상생 상극으로 설명합니다.

우선 상생 관계를 보자면, 물이 있어야 나무가 자라니 물은 나무를 낳는다고 합니다. 이를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합니다. 나무를 태워 불을 만드니 이를 목생화|木生火|라고 합니다. 예전에 화전을 일굴 때 불을 태워 밭을 만들었으니, 화생토|火生土|라고 합니다. 아니면 지구가 오래 전에 불덩어리였다가 흙이 되었던 것을 알고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흙에서 쇠를 얻었으니 토생금|土生金|이라고 합니다. 아침에 쇠 표면에 물이 맺힙니다. 쇠가 물을 낳는 것이죠. 이를 금생수|金生水|라고 합니다. 공기 속의 수증기가 차가워져 금속 표면에 이슬이 맺히는 현상을 몰라서였던 것 같습니다.

반면 상극 관계로 보면, 나무는 흙을 뚫고 나옵니다. 나무가 흙을 이겼습니다. 이를 목극토|木克土|라고 합니다. 흙은 흐르는 물을 덮어버리거나 막을 수 있습니다. 토극수|土克水|입니다. 물은 불을 꺼버리니 수극화|水克火|입니다. 불은 쇠를 녹이니 화극금|火克金|입니다. 쇠로 만든 도끼로 나무를 베니 금극목|金克木|입니다.

오행설은 《주역》이나 음양 개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주역》과는 상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송대 주자|周子|가 음양이 오행을 낳는 것으로까지 연결시켰습니다. 이렇게 발전하다보니 나중에는 오행과 연결이 되지 않은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지요.

하늘 아래 오행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다섯 가지가 ‘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하여 움직일 행|行|을 쓰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오행이 신체 기관과 연결되면 그것이 곧 한의학으로 발전합니다. 천간과 지지, 방위 개념과 어울려 점술로도 발전합니다. 초기 자연과학적 성격의 오행 개념이 지나치게 확대 적용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오행 사상은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일 이름이 왜 일, 월, 화, 수, 목, 금, 토인지, 오행을 모르면 전혀 알 수 없는 명칭입니다.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등 오성|五星|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와 달과 별을 일월성신(日月星辰)이라 부릅니다. 일|日|은 해, 월|月|은 달, 성|星|은 별입니다. 신|辰|은 별자리입니다. 별자리 중에서 28개 별자리, 즉 28 수|宿|를 말합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천체가 있지만, 이중에서 해와 달이 가장 크고 빛나기 때문에 일월|日月|이라 따로 부릅니다. 나머지 수많은 별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5개의 별을 오성|五星|이라고 하는데, 움직인다는 의미로 행성|行星|이라 불렀습니다. 이 별들이 바로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른 행성이 있지만, 망원경이 없던 때라 다른 별들은 볼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해는 밝은 낮을 주관하는 아버지 같은 존재이고, 달은 어두운 밤을 주관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입니다. 어느 날 해와 달이 만나 다섯 개의 별을 낳았는데, 이들 이름이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입니다. 화성은 아버지의 불같은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수성은 조용한 어머니의 성격을 가졌습니다. 목성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많이 닮았고, 금성은 아버지를 좀 더 많이 닮았습니다. 막내인 토성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를 정확하게 반반씩 물려받았습니다.

일월|日月|과 오성|五星|을 제외한 나머지 별들은 너무 많아 따로따로 이름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서남북 4방으로 눈에 잘 띄는 별자리 7개씩을 각각 수|宿|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별자리는 4 곱하기 7 해서 모두 28 수|宿|가 생긴 것입니다.

* 내일, 드디어 <주역> 마지막 편입니다. ^^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