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07] 주나라 국립 점괘 데이터베이스

데이터베이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이 말은 컴퓨터를 전공하는 사람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였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았 것입니다. 인터넷을 연결하면 으레 처음 접속하는 곳이 검색 사이트입니다. 검색 사이트는 엄청난 정보를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의 전형입니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 중에 ‘오라클(oracle)’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꽤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비싸기도 하구요. 오라클의 우리말 뜻은 ’신탁|神託|’입니다. 옛날에는 인간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를 곧잘 신|神|에게 물었습니다. 이때 신이 응답한 것을 신탁이라고 합니다.

신탁의 초기 형태가 점|占|입니다. 신의 뜻을 직접 알 수 없어서 점을 쳤습니다. 별을 보고 신의 뜻을 알아차리는 점성, 꿈을 해몽하는 꿈점, 짐승의 뼈나 거북의 등껍질을 이용하는 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달랐습니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신의 뜻을 읽을 수 있는 특수한 위치의 사람만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을 샤면(shaman), 영매자|靈媒者|라고 합니다.

중국 허난성|河南省| 샤오툰촌|小屯村|에 있는 고대 상나라의 수도인 은|殷|의 유적을 은허|殷墟|라고 합니다. 은허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 갑골문자는 매우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갑골문자는 고대 상나라의 점술사가 왕가를 위하여 점을 친 점괘의 기록입니다. 갑골|胛骨|은 귀갑|龜甲|·우골|牛骨|의 줄임말입니다. 거북의 등가죽과 소뼈입니다. 상나라 민족은 아마도 수렵과 목축을 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신의 뜻이 거북이나 짐승의 뼈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겠죠.

반면 일찍이 농경생활에 들어간 주|周|민족은 신탁을 위해 시서|蓍筮|라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시|蓍|는 풀의 일종입니다. 이 풀을 이용해서 점|筮|을 치는 것을 시서라고 합니다. 후세에 와서 이 풀을 다루기가 쉽지 않아 대나무 가지로 바꾸었습니다. <주역>에는 댓가지로 점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댓가지조차 구하기 어려워 주머니 속의 동전으로 점을 치고 있습니다. 수렵인은 짐승 뼈로, 농경인은 풀과 댓가지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저는 동전으로.

여하튼, 어떠한 방식으로든 고대인들은 신의 뜻을 물었고, 그 중 일부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 중의 단연 으뜸은 <주역>입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한자|漢字|의 힘이기도 합니다.

<주역>에는 고대인들이 신의 뜻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The oracle of oracle, 신탁 데이터베이스. 이것이 바로 <주역>입니다. 신탁은 곧 예언입니다. 사람의 운명을 예언한다는 역술가들의 전공 필독서가 <주역>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참,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예언자 이름도 ‘오라클’이었죠,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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