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는 惡인가? – 경제학 콘서트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에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는 얘기를 안 합니다. 굳이 시간을 들여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요. 저는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배고플 때 아무 것이나 먹으면 그만이지 굳이 식도락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품질의 적당한 양이면 됩니다. 먹는 것에 비싼 돈을 들이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뷔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의 식사량으로는 절대로 본전을 뽑을 수 없으니까요. 심리적으로 매우 불쾌합니다. 흔히 뷔페에서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로 손꼽히는 김밥이나 죽, 국수만 먹고 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자유롭게 먹고 싶은 것 무한대로 먹으라는 뷔페의 장점이 저에게는 오히려 구속입니다. 2,000원짜리 김밥 한 줄이면 되는데…

대한민국에서 집 사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집값 상승률은 웬만한 봉급쟁이의 연평균 소득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것은 국가적 재앙입니다. 정정당당하게 땀 흘려서 번 돈의 가치가 목좋은 곳에 대출에 전세 끼고 아파트 한 채 사는 것보다 못합니다. 물론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곳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입니다. 한쪽에서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데 또 한쪽은 제자리이니 그 허탈감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옛날에는 출신성분에 따라 인생이 달라졌듯이 이제는 거주지역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게 생겼으니… 저도 좋은 집에 살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좋은 집은 주거환경도 환경이지만 그것보다는 재산상의 손실을 보지 않는 집입니다. 잘 나가는 지역만큼은 아니더라도 다른 집값 오를 때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생각들이 모이고 또 모이니 집은 원래의 사용가치와는 무관하게 교환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입니다.

음식에 큰 관심이 없는 이에게 비싼 돈을 주고 뷔페에서 아무 것이나 먹을 수 있는 ‘자유’가 과연 자유일까요? 강호동의 뷔페 입장료도 20,000원이고 저의 입장료도 20,000원이면 누가 보아도 제 돈으로 강호동의 배를 채워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운만 좋으면 좋은 자리에 집을 사놓기만 해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과연 진정한 자유일까요? 돈 없어서 집 못 산다는 게 말이 되냐, 열심히 일해서 몇 천만원 모으면 강원도 산골에 아무 집이나 살 수 있을텐데 무어 그리 엄살이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빵을 달라’는 성난 군중의 함성에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던 루이 16세처럼 말입니다.

불합리한 것이 많을수록 사람의 관계는 황폐하게 됩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과 그 사람들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사람으로 나뉘게 됩니다. 억대 연봉자의 그늘에는 최소한의 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치솟는 집값의 이면에는 떨어지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노동력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일 겁니다.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아니 최소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늉이라도 내는 것이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본분일 것입니다.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뜨겁습니다. 집값이 너무 오른다고 호들갑을 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세금 폭탄’이라고 또 난리입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그 어떤 정책도 애꿎은 ‘서민’ 운운하면서 규제 자체의 철폐를 말합니다. 물론 세금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겠지요. 그런데 그게 무엇일까요? 혹시 정말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 집값이 툭 떨어지게 되면, 그렇다면 또 우리의 언론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빚내서 집 샀더니 집값 떨어졌다고 또 호들갑을 떨겠죠. 물론 실제 그러한 사람들도 많을 테구요.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뉴올리언스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에 나오는 내용을 조금 옮겨보겠습니다.


   제   목 : 경제학 콘서트
   원   제 :  Undercover Economist
   지은이 :팀 하포드 / 김명철 옮김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초판 출간일 2006.2.5) 2006.3.15일刊 초판 40쇄를 읽음/ 값 13,000원


뉴올리언스를 방문해보면 사람들이 가격 신호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뉴올리언스에는 ‘낙타 등’ 모양의 독특한 건축양식의 집들이 있는데 이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다. 19세기 말에 주택은 입구에서 보았을 때 몇 층이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었는데, 낙타 등 주택은 입구에서 보았을 때는 1층이고 뒤에서 보았을 때는 여러 층이다. 디자인은 매력적이지만 실용적이지는 못하다. 영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1696년부터 1851년까지 유리창의 숫자대로 세금을 매기는 정책 때문에 온통 음침한 집들이 많이 생겨났다. (p.144)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오늘자 중앙일보에는 해괴한 글이 실렸습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로 인해 강남주민이 꼼짝달싹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금이 이사의 자유를 막는 최대 걸림돌이라 하며, 중세 농노가 이사의 자유를 얻기 위해 처절한 방법을 썼던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뉴올리언스 효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뉴올리언스 효과를 세금의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효과는 위 인용에서도 나타나듯 사람들이 가격 신호에 얼마나 크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03년 초에 런던 시내에 혼잡세 과세 지역을 지정하자 1년 후에 자동차 운전자 수가 1/3로 줄어든 경우처럼 말입니다.

교통혼잡세는 보다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내 돈으로 기름 사서 내 돈으로 자동차 몰고 돌아다니는데 왜 혼잡세를 내느냐고 억울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제값을 다 치르고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일까요? 자동차에서 뿜어나오는 매연과 그로 인한 도시 지역의 환경 파괴에 대한 보상을 적절하게 하고 있을까요? 혹여 환경 오염 부담금을 또 낸다고 한들 정말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그 피해는 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확실한 것은 방법이 어떠하든 자동차의 운행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런던의 혼잡세는 바로 이것을 노렸던 것입니다.

자동차의 예처럼 나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생기는 폐해를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대형 상가가 생기면 교통 정체가 유발되어 건물주에게 따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외부효과’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외부효과로 인한 손해에 돈을 청구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만들 수는 없겠지만, 자신들이 다른 사람에게 일으키는 불편을 자각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 외부효과에 대한 청구는 즐거움과 불편함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돈 다 주고 집을 산 사람들을 시기하여 그들에게 세금 폭탄을 물리는 것이 아니라, 이상적인 집값 급등 자체를 막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집값이 급등한 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신호는 어떻게든 계속 보내야하지 않을까요. 저도 집값 폭등을 못잡은, 오히려 집값이 폭등되는 결과를 초래한 정부의 정책에 실망이 큽니다. 그러나 집값 폭등을 잡지 못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에 종부세 문제를 얹어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이유야 있겠죠.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훨씬 더 쉬우니까요.

책 얘기를 해야하는데 엉뚱한 말만 늘어놓다 시간이 다 가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특히 정치적 사안에 대해 민감하신 독자들께 죄송합니다. 오늘 또 독서노트 수신거부자 몇 분 나올 것 같습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