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동물농장을 읽었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누구 앞에서 책 좀 읽었다는 티를 내지 못한다. 물론 책 읽는 것이 누구에게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러나 고전을 읽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뭔가 많은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고 이번에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펼쳐든 것이 ‘고전을 읽기 위해서’는 또 아니다. 그냥 책장에서 가볍게 읽을만한 책을 찾다보니 우연히 잡힌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분명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사건이다. 아무리 읽을 책이 없다한들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집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개인사에 있어 일대 사건이다^^
글을 써놓고 보니 웃긴다. 웬만한 사람은 이미 다 읽었을 얇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떤다.


   제   목 : 동물농장
   지은이 : 조지 오웰 / 도정일 옮김
   펴낸곳 : 민음사 (초판 출간일 1998.8.1 | 초판 1쇄를 읽음) ₩5,000


이 책, 참 재밌다. 번역서인데도 참 매끈하다. 네 편의 글이 있다. 동물농장 뿐만 아니라 〈자유와 행복〉,〈나는 왜 쓰는가〉라는 수필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도정일 교수의 작품 해설까지.
동물농장은, 누구든 읽어보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시대 상황을 조금 알고 읽으면 더 재밌다. 도정일 교수의 작품 해설은 바로 그러한 역할을 한다. 나같이 역사적 지식이 천박한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건 하등의 쓸모가 없을 것 같다. 혹시나 저처럼 아직 이 책을 읽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사서 읽어 보시라.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 그냥 쉽게 읽을 수 있다. 배반의 혁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니, 독재에 대한 풍자니 하는 말들로 이 책의 의미를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야기 중간중간 툭하면 나오는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는 양들의 외침이 주는, 표현하기 힘든 묘한 쾌감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이 말은 책 말미에 이렇게 바뀌어 있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네 발은 동물이며 두 발은 인간인데, 이제 동물들도 인간처럼 두 발로 서서 걷기를 흉내내고 있다. 혁명은 혁명하는 순간의 혁명일 뿐,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그 뜻이 사라진다. 결국은 혁명의 대상이었던 자들을 닮아가는 우를 범한다. 조지 오웰이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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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냥 읽어도 재밌지만, 등장 인물을 역사적 인물 또는 대상과 1:1로 연관지어 읽을 수도 있다. 이리 읽으나 저리 읽으나 느껴지는 건 매 한 가지다.
농장주 존즈는 러시아 황제 니콜라스 2세를, 메이저는 마르크스, 수퇘지 나폴레옹은 스탈린, 스노블은 트로츠키, 돼지들은 볼셰비키, 복서는 프롤레타리아트, 스퀼러는 프라우다, <잉글랜드의 짐승들>이라는 노래는 인터내셔널가와 연관지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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