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 교수의 인체 기행

장수하는 책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1994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내가 읽은 것은 2004년 2월에 인쇄한 개정판 10쇄본이다. 인체 기행이라는 쉽지 않은 주제의 기초 의학서(?)가 스테디셀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읽어 보면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분명 다른 누구에겐가 추천하게 될 것이다.


   제   목 : 인체기행 [개정증보판]
   부   제 : 권오길 교수와 함께 떠나는 인체 탐방
   지은이 : 권오길
   펴낸곳 : 지성사 (초판 출간일 1994.9.15 | 개정판 10쇄를 읽음) ₩9,000


선배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새삼스레 무슨 ‘인체 기행’이냐고 생각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냥 과학 상식이 약간 풍부해지겠구나, 그 정도만 생각했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에 푹 빠졌다. 뇌의 일부라는 눈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귀, 코, 허파, 심장, 뇌, 신경 등은 제 1부 <외부세계를 받아들이는 관문>에서 다루고 있다. 호르몬, 혈액, 지라, 에이즈, 뼈, 근육, 피부에 대한 이야기는 제 2부 <우리 몸의  얼개>에서 다루고 있다. 그 외에 제 3부 <입에서 항문까지>는 음식물이 소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몸의 각 기관을 설명하고 제 4부 <인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미래>에서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생명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세포와 유전 공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이 책은 매우 쉽게 읽힌다. 권오길 교수의 박식함과 그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입담이 참 부럽다. 무릇 책은 이렇게 써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는 사람의 글은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체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는 글이 모두 살아있는 듯하다. 따라서 그 문장은 글이 아니라 말이다.
“비록 조막만하지만 심장은 ‘마음’의 근원이요, 박동은 그 힘이 대단하여 권투선수가 힘껏 휘두른 펀치보다 더 큰 힘을 낸다고 하니 여기에서도 우리 몸의 불가사의한 일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한 힘이 없으면 어떻게 우리 몸에 분포한 13만Km(지구의 둘레는 4만km이다)의 혈관에 피를 뿜어 보낼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청춘예찬’에서는 “청춘,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였고, 청춘의 심장을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차다”고 하지 않았던가. 2분에 온몸을 한 바퀴 도는 그런 빠른 속도로 피가 흐른다!”
심장 박동의 힘과 우리 몸의 혈관의 길이를, 이처럼 가슴에 팍팍 와닿게 설명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만약 중고등학교 생물책이 이러했다면, 대개의 학생들이 선택 과목으로 생물을 선택했을른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억지로 외울 필요 없는 생물 교과서와도 같다.

쥐꼬리 자르기를 21대(代)에 걸쳐 계속하여도 태어난 쥐는 모두 꼬리를 달고 나왔다고 한다. 몸이란 이와 같아서 인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먹거리가 유행따라 바뀔 수는 있어도 우리의 몸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모든 이의 바람이라면,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을 알지 못하고 어찌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겠는가?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엇보다 내 몸 알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고 하지 않던가.”
매우 지당하신 말씀이다. 시간 내어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
퇴근 길에 책 읽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내 몸은,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피로함에 매우 힘겨워한다. 집에 가면 바로 곯아 떨어진다. 예전에 책 읽기가, 아침과 밤, 이렇게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된 데 반해, 요즘은 제1부밖에 없다. 그러나 사력을 다해 집중해야할 그 무엇이 생겼다는 것이니 이 또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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