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2호선을 타면 잠실철교를 통해 한강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릅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경로이지만 늘 새롭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출근을 위해 잠실철교를 건너는 것이 마지막이 되는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동호대교를 통해 한강을 건너야 합니다. 오늘 오후에 사무실이 송파에서 서초로 이전하기 때문입니다. 한강을 건너는 것이 뭐 다를 게 있겠습니까만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이조차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한강을 건너면서 일전에 선배가 추천해준 《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몇 일째 오며가며 읽다가 오늘에서야 이 작은 문고판 책을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일이 매우 바빠서, 그리고 무엇보다 몸이 피곤하여 문자에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나의 몸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제   목 : 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지은이 : 배식한
   펴낸곳 : 책세상 (초판 출간일 2000.7.25 | 2003.9.20일판 초판 4쇄를 읽음) ₩4,900


이 책의 저자는 철학박사입니다. 따라서 책 제목에 나와 있는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 즉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을 공학적 관점이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월드와이드웹의 하이퍼텍스트적 특성을 글쓰기의 문제와 연결시켜놓았습니다. 저자는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가 결국은 종이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시간이 촉박하여 길게 정리하지는 못하고 저자의 핵심 주장만 옮겨 적습니다.)

책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2장은 하이퍼텍스트의 역사와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3장. 하이퍼텍스트를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포스트모더니즘과 연관시키고 있습니다. 나아가 책의 종말과 책의 미래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 저자가 말하는 책의 종말은, 종이 책의 효용이 없어져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책이 ‘권위’가 되어온 500여년의 역사가 전환되는 시점을 맞이했다는 뜻입니다. 한 번 기록하면 고치기 어렵고, 이 때문에 책을 쓰는 과정이 힘들고 – 즉 아무나 쓸 수 없고, 이로 인해 책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나뉘어져 있으며, 책을 쓰는 사람과 책 자체에 권위가 더해진 상황이 바로 지금까지의 책의 의미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이퍼텍스트적 글쓰기는 이 모든 것을 혁파할만큼 위력적인 것이며, 마치 열린 소스를 지향한 리눅스가 대중적 위치를 점하게 된 것처럼, 열린 책쓰기가 앞으로 대세를 차지할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사람이 쓰는 하나의 책’ – 이것이 바로 미래의 책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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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을 너무 줄여 놓으니,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학적 주장을, 사고와 전개 과정을 배제하고 그 결론만 늘어놓고보니 참 한심합니다. 마치 참고서의 몇 줄짜리  핵심요약과 같은 저의 글을 보고, 이 책과 저자의 생각에 대해 예단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디지털화되는 세계의 모습을 철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라는 어감이 주는 거부감을 역사적·논리적으로 제거하는 전개 과정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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