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0년 5월 4일 화요일 26면 손병목의 학부모 마음 읽기
원제 : 가르치지 말고 공부법을 찾아라
초등학교 3학년 재원이는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다. 공부 문제로 엄마의 잔소리가 그칠 날이 없다. 반면 4학년 도현이는 엄마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엄마의 지도방식을 잘 따른다. 주위 엄마들이 부러워한다. 다만 노력에 비해 사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다. 4학년 다은이는 책 읽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정작 학교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다. 평소 책 읽는 것만 봐서는 공부도 잘할 것 같은데, 시험공부하기를 매우 싫어한다.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다은이 엄마는 시험만 끝나면 남부끄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다.
공부를 하는 태도와 유형에 대한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이들에게 좋은 공부습관을 들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지도해야 결과가 잘 나올지, 모든 학부모의 공통된 고민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과목별 공부법도 자녀를 지도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이를 학습지도해 보면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아는 데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아이를 직접 지도해본 부모라면 아이가 문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어른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자녀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부모의 머릿속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그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사도 제 자식을 가르치기 힘들어하고, 꽤 잘나가는 학원 강사도 제 자식의 공부 지도에는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학원이든 학교든 학생들 중 일부가 잘하면 나머지 일부는 못해도 상관이 없다. 평균적으로 잘하면, 교사는 그것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본인의 자녀에게 평균은 무의미하다. 공부를 잘하든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만 존재할 뿐이다. 학부모에게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공부 지도법이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공부 지도법이 필요하다.
공부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 혼란스러워진다. 대개 수업중 필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어떤 아이는 필기를 전혀 하지 않는데도 전국 최상위권인 아이가 있다. 계획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누구는 5분 단위로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또 다른 아이는 하루에 해야 할 양을 개략적으로 메모하는 수준에서 그치기도 한다. 두 아이 모두 전국 최상위권이며 명문 대학에 진학을 했다. 한 문제집을 여러 번 푸는 아이도 있고, 많은 양의 문제집으로 다양한 유형을 익혀 성공했다는 아이도 있다. 엄마가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고,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여 엄마의 역할이 거의 없었던 사례도 많다. 입시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 볼수록, 공부 유형은 100인 100색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차이가 있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부에 성공한 아이들 모두 자기만의 공부법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공부할 때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는지, 어떤 식으로 암기할 때 기억에 오래 남는지,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어 이를 실천한 이들이다. 누구에게나 통하는 비법 따위는 없다. 다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고, 이를 습관적으로 실천할 때에만 성취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자신의 공부법을 찾도록 도와주고, 그것을 습관화하여 고통스럽지 않게 공부하도록 이끌어 주는 데 있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데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마다 타고난 지능이 다르고, 현재까지 개발된 지능이 다르다.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는 공부할 때 혼자서 중얼거리며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아이에게 조용히 공부하라고 하면 공부가 따분해진다. 음악지능이 상대적으로 높다면 책의 내용을 스스로 노래로 만들어 암기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고, 신체지능이 높은 아이라면 가만히 앉아 공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움직이며 공부할 때 더 능률이 오른다. 능률이 오르면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고, 고통을 덜 느껴 공부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자기성찰지능이 높은 아이는 혼자 공부하더라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인간친화지능이 높은 아이는 또래 집단을 만들어 공부할 때 큰 재미를 느낀다. 논리수학지능이 뛰어난 아이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과목별 노트 단권화 작업을 잘할 줄 알며, 공간지능이 뛰어난 아이라면 생각지도를 그려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공부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일단 상식부터 깨야 한다.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서 조용히 공부해야 하는 법은 없다. 집에 오면 침대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공부하는 아이 중에 전국 모의고사 상위 0.1%에 드는 아이도 있다. 앉아서 공부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는 차라리 서서 공부하거나 움직이며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것이 좋다. 말하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엄마에게 학교에서 배운 것을 가르치라고 하면 흥겹게 가르치면서 동시에 놀라운 복습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함께 시도해보고, 결과를 얘기해보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평생 아이를 가르칠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는 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