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정본 윤동주 전집>이란 책을 문득 넘기다가

1940년 12월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다음 시를 발견했다.

    팔복
    – 마태복음 5장 3~12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책장을 넘기던 눈길이 멈추고, 가슴이 콱, 저미어왔다.

아, 정말 슬펐나 보다.

다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아, 정말 슬펐나 보다, 이 찐한 느낌.

기독교와 예수, 그리고 첨탑. 내겐 그리 좋은 느낌의 단어들가 아닌데, 윤동주에게만 오면 달라진다.

윤동주 – 그는 슬프다. 그러나 슬픔을 넘어선 초월의 의미를 읽는다.
예수의 그것이기도 하고, 붓다의 그것이기도 하고, 공자의 그것이기도 하다.

지독하게 슬픈 시를, 무방비 상태에서 맞이했다.
그런데 웬걸, 슬픔 밑바닥의 꿈틀거리는 그 무엇이 느껴진다.

윤동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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