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너무나 다른 아이들

[질문] 너무 다른 쌍둥이 (왕비하나공주셋 님)

2학년 쌍둥이 여자애들이예요… 어릴때부터 노는것과 성향이 무척 달라 힘들었는데 이제 학교에 들어가고 학생이 되면서 학습을 잡아주는게 더욱 힘들어지는것 같습니다.
큰애는 매사에 시큰둥한 편입니다. 공부에 큰 열의도 없고 문제집을 하나 풀리려고 해도 몇 시간이 걸립니다. 답도 건성건성 쓰고 맞춤법은 거의 생각지 않고 소리나는 대로 답을 써서 학교 시험 볼때도 억울(? 바른생활이나 슬기로운 생활등에서 소리나는 대로 엉망으로 쓰니… 엄마가 한참을 읽어보면 무슨 글을 썼는지 알수 있을 정도여서 틀렸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가 산만한 편이어서 무슨 문제를 풀다가다도 갑자기 뭔가 떠오르면 가서 확인을 하고 와야만 해서 진득하게 앉아 있기가 힘이 들지요.
반면 둘째는 성취욕구도 강하고 지는걸 싫어해서 문제집이든 프린트물이든 욕심껏 하려고 덤비는 애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성적차이도 많이 나구요… 제가 알게 모르게 큰 애를 욱잡는 경우가 많지요.
근데 요즘 들어서는 큰 애도 걱정이지만 둘째애 때문에 너무 당황이 됩니다. 뭐든 알아서 하고 말귀도 잘 알아 듣던 녀석이 요즘들어 자기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거나 이해가 힘들면 앉아서 짜증을 부리다가 나중엔 울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또 일기로 속을 썩이네요… 매일 쓸 거리가 없다고 투정을 부려서 제가 몇번 불러줘 보기도 하고 책을 읽고 써보라기도 하고 했는데… 몇번을 그러더니 이젠 대놓고 못하겠다고 짜증을 내다가 울고 앉아 있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이고만 앉아 있으려니 애가 미운 생각까지 들면서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생각다 못해 상담드립니다.
전 2학년 쌍둥이와 6살… 이렇게 세 아이를 두고 있구요… 한꺼번에 세 아이를 앉혀 놓고 뭔가를 한다는게… 제 능력 부족인지 자꾸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는 좌절감이 자꾸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성향이 너무 다르고 학습 스타일이 다른 두 쌍둥이와 6살 세째까지 있는 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습관을 잡아주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답답하고 걱정스런 맘에 두서없이 쓴 것 같습니다

[답변] 뛰어난 교사가 되진 못해도 따뜻한 엄마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 아이들이 따릅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며 자책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우울한 감정을 가져보지 않은 엄마도 드물구요. 하물며 아이 셋을 돌보면서 스스로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요.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답답하고 좌절감이 생길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 내 탓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단언컨대 거의 모든 엄마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마음이니까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이러한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집니다.

아이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사실 자녀교육의 근본 문제는 같습니다.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모든 어머니들의 고통의 근원은 아이를 바꾸려는 데 있습니다. 엄마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려 하는데 그 방향으로 따라주지 않는 아이로 인해 좌절감이 생기는 겁니다. 좌절감은 때로는 무력감으로 때로는 화라는 형태로 표출됩니다. 그러나 이미 경험하셔서 아시다시피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반응은 다릅니다. 누가 맞고 틀리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타고난 기질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각기 다르게 반응합니다. 일단 그것을 진정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했는데 어떤 아이는 엄마의 말귀를 알아듣고 따를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쇠귀에 경 읽기 마냥 흘러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엄마는 ‘이 아이는 이런 방식이 통하는구나’, ‘이 아이는 이렇게 얘기해서는 잘 통하지 않는구나’라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얘는 말을 잘 듣는데 왜 얘는 안 들을까 또는 예전에는 잘 듣다가 지금은 왜 안 들을까를 지나치게 고민하다 보면 아이들이 미워집니다. 일단 한 번 미워지기 시작하면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아이가 미워서 더 소리를 높이게 되고, 그래서 더 말을 듣지 않으면 더 화가 납니다.

지금 어머니 고민의 핵심은 두 아이의 성향이 달라서가 아닙니다.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에 대한 실망감이 근원입니다. 큰아이는 원래부터 그랬고 작은아이는 최근 들어 그렇습니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쓰지 않아서 괴롭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깊이 고민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모른다고 짜증내니 괴롭습니다. 여기서 괴로운 건 엄마의 마음입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더 괴롭습니다. 뭔가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된 겁니다. 괴로워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먼저 괴로워하는 마음부터 다스리시기 바랍니다.

엄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이를 조금이라도 바른 길로 이끌고 싶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엄마가 원하는 것, 그 기대가 대개 현실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돌아오는 것은 괴로움뿐입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엄마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치 엄마가 전문 직업인 것처럼 프로페셔널한 엄마가 있습니다. 아이 교육도 매우 체계적으로 하며, 옆에서 보기에 다소 극성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스로 즐기는 듯한 경지에 다다른 사람입니다. 이런 엄마들이 흔치는 않습니다만 아주 가끔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를 억지로 바꾸겠다는 마음이 없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며, 가르친다는 강박관념 없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탁월한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부모교육을 배운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끌어내는 데 뛰어난 재능이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유형 중 어머니는 어떤 유형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는 거의 모든 경우에 후자를 추천합니다. 특히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면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진정으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과는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매우 근본적인 방법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프로페셔널한 엄마를 흉내내다가 오히려 부모-자녀 간의 관계만 악화된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앞의 것도 아니고 뒤의 것도 아니고, 그냥 남들처럼 고만고만하게라도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운에 맡기는 것으로, 부모의 긍정적인 면을 이어받아 잘 자라줄 수도 있고, 부모의 부정적인 면에 영향을 받아 부모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자라고 관계마저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나는 어떤 엄마로 아이들에게 기억되고 싶은지,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로 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지, 이것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도, 쉽게 괴로워하지도 않습니다.

작은애를 보면서 지금까지 엄마 말을 잘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는데 이제는 대드는 걸 보니 좀 컸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큰애를 보면서 엄마가 억지로 무엇을 시키려 해도 안 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런 다음에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셔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어떻게 바꿀까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간절해야 합니다.

그럴 때 엄마의 눈에 아이가 있는 그대로 보이고,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학습지도하는 방식도 달리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글자를 못 알아봐서 평소에 필기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아이 중에도 전국 최상위권 아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공부의 열의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다고 중학교 가서야, 고등학교 가서야 공부에 몰입하는 아이도 참 많습니다. 현재의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특성임을 받아들일 줄 모르면, 엄마도 괴롭고 아이도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큰애와 작은애에게 지금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비법을 기대하셨겠지만, 저의 답변이 이렇게 근본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까닭은, 어머니의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려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모든 가정의 공통적인 문제이고 근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는 걸 싫어하고 성취욕구가 강한 작은애에게 분명 어머니께서는 칭찬을 많이 하셨을 것입니다. 잘한다 잘한다 많은 칭찬을 하셨을 것이고, 아이는 그 방향으로 계속 자라면서 이제는 잘하지 못하는 것에 쉽게 짜증을 내게 된 겁니다.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노력했고, 그 노력한 것만큼 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화를 낼 것이 아니라 더욱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평소에 그런 식의 양육을 해야 하는데, 거의 모든 어머니들께서 이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한두 마디의 지시나 훈계가 아니라 평소의 언어습관 칭찬습관 전체에 대한 교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서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매사에 시큰둥한 큰애에게는 아마 자주 실망감을 드러내거나 화를 냈을 것입니다. 은연중에 비교하는 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는 말을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난 원래 공부 못해,라는 생각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쌍둥이 동생과 자꾸 비교가 되며,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자존감을 키워주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공부의 흥미를 느끼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아이를 따로 가르치는 것은 어렵습니다.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서 함께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두 아이 모두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대화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집만의 공부 규칙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유능한 교사는 한 반에 여러 성향의 아이를 두고도 잘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교사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의 말을 오해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공부하는 시간이 비록 지루하고 어렵더라도 숙제나 복습과 같은 최소한의 공부라도 할 수 있는 습관을 잡아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당장 습관을 바꾸겠다는 기대를 하지 마시고, 엄마의 말투와 언어습관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아이들에게 하루에 30분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금씩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장의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나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하시기 바랍니다.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시대를 사는 따뜻한 부모들의 이야기>라는 책을 매일 읽으시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시길 바랍니다.

게시판 답변을 통해 이렇게밖에 말씀 드릴 수 없는 제 마음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결국은 모든 것을 어머니 몫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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