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업무 목적으로 작성된 여러 문서를 보면, 그때마다 새삼스레 중고등학교 문법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지난달 말 동아일보에 소개된 중학생들의 예와 같은 충격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문법적 지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사를 조금 인용해볼까요.
‘나는 약간 삼만함니다(산만합니다). 나서는 걸 좋아하지만 아페못나감니다(앞에 못 나갑니다).’
‘내꿈은 기술자였는대(데) 지금은 꿈이 밖였슴니다(바뀌었습니다).’
인하대 박덕유(朴德裕·국어교육) 교수는 지난해 12월 서울과 인천, 충남 천안시의 6개 중학교에서 치른 글짓기 시험 답안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2006.2.26 동아일보 기사에서.☞ 원문보기)
제 목 : 문법교육의 이론과 실제
지은이 : 박덕유
펴낸곳 : 역락(초판 출간일 2005.2.28)/초판 1쇄를 읽음/ 값 16,000원
위 기사에 인용된 인하대 박덕유 교수가 쓴 《문법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읽었습니다.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행본은 아닙니다. 인하대학교의 지원으로 연구한 학술적인 글로, 국어교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 논문 성격이 강합니다. 연구 논문이기는 하지만, 최근 문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좀 깊이 생각하는 것이 있어 구해봤는데,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국어·논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 업체에 몸담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일반적인 문법서와는 다르게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된 문법 교육 내용(=학교문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크게 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제7차 국어교육과정의 내용 중 ‘국어 지식’에 해당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2장은 학교에서 배우는 문법의 내용 아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교육과정이란, 학교 교육에 있어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목표를, 어떠한 교육내용과 방법, 평가를 통하여 성취시킬 것인가를 정해 놓은 공통적·일반적 기준을 말합니다. 1955년에 제1차 교육과정을 만든 이후로 몇 차례 개정 과정을 거쳐 현재는 1997년에 제정된 7차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리말 안내서가 많이 있으나, 주로 헷갈리는 표현을 바로잡는 내용이 위주입니다. 매우 실용적이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표현을 다루고 있어 우리말의 문법을 체계적으로 습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책은 학술 목적으로 쓰인, 비록 일반인들에게 매우 지루한 글일지는 몰라도 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다시 정리하여 체계를 세우는 데는 아주 좋습니다. 욕심이지만, 이렇게 체계적이면서도 단행본의 재미와 실용성을 모두 갖춘 그런 국어 문법 입문서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면 능력이 좀 부족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제가 쓸까요? ^^
평소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제 야구를 보니 마치 지난 월드컵 때처럼 내 일인 양 기분이 좋았습니다.
유쾌한 기분을 이어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옥의 티
이 책은 내용의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를 매우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연구논문이나 기타 학술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글 독음이 없는 국한문 혼용을 사용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꽤 많습니다. 비록 한글만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글전용 입장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글에서 한글 독음 없이 한자와 영어를 마구 쓰는 것에는 분명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변형생성문법론을 창시한 ‘Chomsky는 이를 인간의 언어에만 나타나는 回歸性(recursion)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Hauser 교수는…” (p.96)
“변형생성문법론을 창시한 촘스키(Chomsky)는 이를 인간의 언어에만 나타나는 회귀성(回歸性,recursion)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하우저(M. Hauser) 교수는…”과 같이 친절하게 써주는 것이 그렇게 힘든 걸까요?
저자는 현대 국어 어휘 중에서 ‘외래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위세적 동기’를 들었습니다. 위세적 동기란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배되고 있는 사람들이 지배계급이나 자기들보다 높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경우에 생기는 현상으로, 필요한 어구가 갖추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위 있는 말, 위신 있는 언어로부터 차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위신을 높이려는 동기에서 차용한 경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p.169~170) 로드 맵이니 어젠다니 하는 말들이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국·한·영 혼용과 외래어와는 분명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동기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본문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위대한 문화 유산, 한글’이라고 추켜세운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