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발짝 물러간 새벽 기운이 상쾌합니다.
제 방에서 창문을 열면 작은 공원이 보입니다. 근린공원이라지만 사실은 어린이 놀이터에 가깝습니다. 저녁이 되면 엄마 아빠와 함께 근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제 저녁, 저도 딸과 함께 거기에 있었습니다.
딸은 요 며칠 자전거 타기에 빠져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어제가 연습 3일차였습니다. 첫날은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두 바퀴 자전거를 처음 탈 때의 고통이 있었습니다. 전혀 중심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의 두 바퀴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반해 무턱대고 보조바퀴를 떼달라고 한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나 봅니다. 제가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몇 번 말하자 이내 자전거 타기를 포기했습니다. 속으로 ‘아차’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말을 바꿨습니다. “남들도 다 처음에는 힘들어. 그래도 동주는 참 빨리 익히는 것 같다. 잘 하네~”
아이는 다시 연습했고, 그 다음날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어제는 거의 제 혼자 타고 다녔습니다.
이럴 때마다 놀랍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은 경이롭습니다. 새로운 것을 익혀나가는 속도도 놀랍거니와 한 순간도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더욱 그러합니다. 새로 접하는 모든 것은 재미의 대상입니다. 지치지도 않습니다. 한 번 재미가 들면 지겹도록 반복합니다. 재미가 없어질 때까지. 그리고 또 다른 호기심을 찾아, 새로운 재미를 찾아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어른들에게 변화는 종종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 이들이 다수입니다. 반면 변화를 재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이끄는 것은 늘 소수의 몫이었습니다. 기업도, 조직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제 목 : 머니볼 Money Ball !
지은이 : 마이클 루이스 / 윤동구 옮김
펴낸곳 : 한스미디어 (초판 출간일 2006.7.15 / 2007.1.30 발행 초판 6쇄를 읽음) ₩13,000
《머니볼》을 읽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의 하나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팀과 이 팀의 단장 빌리 빈이 주인공입니다. 이 구단은 가난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팀 재정이 빈약합니다.
메이저리그는 흔히 자본의 잔치라고 부릅니다. 엄청난 자본력으로 일류급 스타 선수를 보유한 팀이 우승을 한다고 다들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습니다. 2002년 통계를 보면 뉴욕 양키스 팀의 연봉 총액은 1억 2,600만 달러, 약 1,200억 원이었습니다. 반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4,000만 달러, 약 400억 원이었습니다. 실제 1/3도 채 안 되었습니다. 부자 구단은 최고의 선수를 다 사들이고, 가난한 구단은 부상당하거나 부자 구단에서 외면한 선수들만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게임은 해보나마나입니다.
그러나 오클랜드의 순위는 상위 6개팀 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반면 꼴지 6팀 중 4팀은 부자구단(텍사스 레인저스, LA 다저스, 뉴욕 메츠, 볼티모어 오리올스)이었습니다.
저자가 오클랜드 구단을 방문한 2001년, 오클랜드는 선수 총연봉 3,400만 달러로 102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둔 때였습니다. 그 전해에는 2,600만 달러로 91승을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막강한 금전공세의 부자구단에 대항해 가난한 야구단을 승리로 이끄는 비결을 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이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그는 오히려 메이저리그의 전통적 사고 방식을 거부합니다. 그가 데려오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어딘가 모자란 듯한 사람이지만, 그들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는 놀랍습니다. 흔히 ‘파이브 툴’이라고 해서 스피드, 어깨, 수비, 정확도, 장타력을 야구 선수의 5대 재능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스카우터들은 이런 파이브 툴의 체크리스트로 선수들을 평가하여 스카우트 우선순위를 매깁니다. 반면 빌리 빈에게 파이브 툴은 무의미합니다.
그에게 유일한 평가 척도는 ‘출루율’입니다. 장타를 때리든 말든, 홈런을 치든 말든, 타석에서 살아나간 비율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볼넷을 얻어내는 것도 빌리 빈에게는 매우 의미있는 재능입니다. 공을 끝까지 보면서 자신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가능한 것이 볼넷입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진루하는 비율이 많을수록, 당연히 팀의 점수가 오를 확률도 높은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타율에 얽매여 있을 때 빌리 빈은 출루율이라는, 당시에는 아주 생소한 개념으로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다시 쓴 것입니다.
빌리 빈도 메이저리그 출신이지만 그에게 선수시절의 경험에 대한 추억은 오히려 혐오의 대상입니다. 전통적 방식의 극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클랜드에서 과거의 추억은 문제만 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선수를 고용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개인적 경험에 대한 육감과 직감, 빌리 빈은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초반에 전쟁을 치릅니다. 그리하여 결국은 그에게 유일하게 유의미한 출루율을 높이는 능력을 더욱 높여 팀을 승리로 이끕니다.
이 책은 참으로 신선한 감동을 주는 경영서입니다. 저평가된 선수들을 찾아 그만의 방식으로 한껏 가치를 높여 팀 성적을 높이는 한편, 그 선수를 높은 가격으로 되팔아 수익을 남깁니다. 거기에는 돈잔치라 불리는, 가난한 기업에게는 한없이 불리하고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경영, 마케팅, 기획을 담당하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불공정한 경쟁에서 성공의 단초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도 같은 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