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02] 위풍당당 맹자

위풍당당 맹자

비록 남들이 무시하는 비주류 학파의 사상가였지만, 그러나 맹자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맹자>를 펼치자마자 처음 나오는 것이 바로 양혜왕과 만나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양혜왕은 양나라 혜왕이라는 뜻인데, 양나라가 원래는 주나라의 제후국이기 때문에 왕이라는 호칭을 쓰면 안 됩니다. 오직 주나라 왕만이 쓸 수 있었던 칭호인데, 종법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전국시대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스스로 왕이라고 칭했습니다. 양|梁|은 위나라의 다른 이름입니다. 수도가 대량|大粱|에 있었기 때문에 양나라라고도 했습니다. 전국칠웅 중의 하나인 큰 나라였습니다.

그런 나라의 왕이 맹자에게 묻습니다.
“선생께서 천리길을 멀다 않고 찾아주셨으니 장차 이 나라를 이롭게 할 방도를 가져오셨겠지요?”

그런데 맹자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대뜸 왕을 나무라고 꾸짖습니다.
“왕은 하필이면 이익을 말하십니까? 다만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는 왜 왕은 이익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오직 인과 의를 생각해야 하는지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위에서 말한, 불량배를 만나 정신이 쏙 빠지도록 두들겨 맞은 사람에게 오직 마음을 어질게 하라고 훈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당시 위나라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제나라와 싸워 태자가 죽고, 진나라에는 땅을 바치고, 초나라와의 싸움에서도 7개의 성을 잃는 등, 당시 위나라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다가가는 나라가 없어질 판에, 어떻게든 나라의 힘을 키우고 싶어 했었는데, 그런 왕 앞에서 딴 소리를 합니다. 왕의 질문 자체를 거부합니다. 그리고는 평소의 소신대로 인의|仁義|의 중요성을 피력합니다. 맹자의 소신이 양혜왕에게는 동문서답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왕도정치를 논할 때 자세히 하기로 하죠.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맹자의 위풍당당한 태도입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할 말은 다하고 맙니다. 말에 거침이 없습니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제자들을 줄줄이 달고 다녔습니다. 그를 만난 제후들은 맹자와 그의 무리들에게 엄청난 식사 대접을 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머무는 동안 숙식비를 제공하고 떠날 때는 노잣돈까지 쥐어줘야 했습니다. 그런 접대를 받고도 맹자는 떳떳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모습을 계속 봐왔던 팽경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뒤를 따르는 수십 대의 수레와 수백 명의 종자를 거느리고 제후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이 아닙니까?”

맹자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정도|正道|가 아니라면 한 그릇의 밥이라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정도라면 순임금은 요임금에게 천하를 받은 일도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자네는 이것을 지나치다고 여기는가?”

맹자는 은근슬쩍 자신을 요순|堯舜|과 동격으로 놓고 얘기합니다. 순임금도 정도를 걸었고, 나도 지금 정도를 걷고 있다, 순임금이 요임금에게서 천하를 얻은 것을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내가 밥 몇 그릇 얻어먹는 것이 무어 그리 대수냐, 마치 이런 투입니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말입니다.

이런 까닭에 <맹자>는 참 재미있습니다. <논어>가 정적이라면 <맹자>는 매우 역동적입니다. 해석이 분분한 <논어>와는 달리 <맹자>는 논리정연하며 명쾌합니다. 문구의 생략과 중복이 절묘하고, 흐름이 경쾌하고 민첩하며, 비유가 풍부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한문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맹자>는 건너뛸 수 없는 필수 과목입니다.

전쟁터에서 인의|仁義|를 역설하다

맹자의 삶에 대해 간략하게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맹자의 이름은 가|軻|입니다. 그의 생몰 연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대략 기원전 4세기 중반 경에 활동했던 인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추나라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선조는 노나라의 귀족이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공자 이야기를 할 때 노나라에 삼환|三桓|이라는 세 귀족이 있다고 했지요. 계손씨, 맹손씨, 숙손씨가 바로 그들인데, 그 중 맹손씨가 바로 맹자의 선조입니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사구라는 벼슬에 있으면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삼환의 세력을 제거하려고 하다가 결국은 그들에게 밀려 노나라를 떠나게 됩니다. 그래서 14년 간의 망명 생활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맹자의 우상 공자를, 맹자의 선조가 그리 핍박한 것입니다.

여하튼 맹자는, 비록 지금은 가세가 몰락했지만 한때는 노나라 최고의 가문이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 이런 생각이, 왕들 앞에서도 전혀 굴하지 않는 위풍당당한 맹자의 태도에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유가의 가르침에 대한 확신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이지만요.

맹자는 몰락한 가문에 태어나, 공자와 마찬가지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는 별로 똑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말썽꾸러기였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할 이야기이지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이라는 고사를 보면, 남을 흉내 내기를 무척 좋아했나 봅니다. 공동묘지 근처에 살 때는 죽은 사람 장사지내는 놀이를 주로 하여 어머니 속을 썩이더니, 시장 근처로 이사 가서는 장사꾼 흉내만 내서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당시 장사꾼은 매우 천한 직업이었던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글방 근처로 옮기고 나니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유향의 <열녀전>에 나오는 고사인데 진실성이 의심이 갑니다. 같은 책에 맹모단기지계|孟母斷機之戒|라는 고사도 함께 있습니다. 맹자가 좀 커서 공부를 하러 집을 떠났다가 이유도 없이 집으로 돌아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한석봉 얘기와 비슷합니다. 맹자의 어머니는 베틀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석봉의 어머니처럼 아들과 내기는 하지 않습니다. 과격하게도, 짜고 있던 베틀의 날실을 그냥 끊어버립니다. 그리고는 “네가 공부를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온 것은 지금 내가 짜고 있던 베의 날실을 끊어버린 것과 같은 것이다.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꾸짖습니다. 맹자는 어머니의 이 말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다시 스승에게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그의 스승이 누구인지도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아마 <중용>을 지은 자사|子思| 계열의 학파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자사는 공자의 손자인데, 그에게 직접 배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자사의 문하생에게서 공자가 편찬했다는 육경 – 시,서,역,예,악,춘추 – 을 배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맹자가 어느 정도 학문적 성과를 거두자, 유가의 관례대로 제자를 가르쳤습니다. 공자처럼 각국을 주유하며 군주를 만나 정치 컨설팅을 하면서 유가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시대를 아는지 모르는지, 너나 할 것 없이 부국강병이 절대절명의 목표였을 때 오히려 전쟁을 하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남들이 다 힘에 의한 패권정치를 이야기할 때, 그는 임금의 덕에 의한 왕도정치를 이야기합니다. 하늘을 뚫을 듯한 그의 위풍당당함에도 불구하고, 전쟁터에서 인의|仁義|을 유세하던 맹자의 주장은 어느 군주에게서도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제나라에서 잠깐의 벼슬을 한 것 외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려 30여 년을 주유하다가 고향인 추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면서 겪었던 고달픔과 시련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상갓집의 개와 같다던 소리까지 들으면서 떠돌이 생활을 돌아다니다가 제자의 도움으로 겨우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공자와는 달리, 맹자는 늘 수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매우 당연한 예우이며 대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당당하고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었는지, 현실 정치 참여에 대한 미련을 접고 교육과 집필에만 전념하다 세상을 뜨니, 그 때 그의 나이 84세였다고 합니다. 74세였다고도 하고 97세라는 설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 수는 없지만, 고대 그리스인의 평균 수명이 19세, 16세기의 유럽인의 평균 수명이 21세였던 것에 비하면, 천수를 모두 누리고 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천수를 누렸으되, 그러나 그가 꿈꾸던 세상은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맹자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전국시대의 유가는 여전히 마이너리티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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