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마켓 리더의 조건
부 제 : 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최대의 수익 창출을 위한 최상의 전략
지은이 : 제러드 J. 텔리스 / 피터 N. 골더
출판사 : 시아출판사 (초판 출간일 2002.11)
이 책의 원제는 《Will & Vision ; How Latecomers Grow to Dominate Markets》입니다.부제를 보면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지각자(늦게 온 사람)가 시장을 지배하는가”, 즉 흔히 말하는 시장 개척자가 아닌 후발 주자가 어째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하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저자들은 자그마치 10년에 걸쳐 66개 부문의 시장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한 경제경영서보다 훨씬 더 많은 샘플 조사를 통해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상식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말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서둘러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자를 추월하여 그 시장에서 첫째가 되라.” – 즉 시장을 먼저 개척한 기업이 오랫동안 시장의 리더로 남았다는 주장 – 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입니다.
그들은 리스와 트라우트가 말한 ‘변하지 않는 마케팅의 제1법칙’인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리스와 트라우트는 어제 소개한 “포지셔닝”의 저자입니다.)
저자는 위와 같은 일반적인 견해의 문제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합니다.
- 실패에 대한 망각 : 즉 시장 개척자들 중에서 실패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살아남은 기업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생존자 편항(survival bias)’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질레트는 최초의 일회용 면도기를 발명한 기업이 아니고 HP도 레이저 프린터를 최초 개발한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개척자의 자기 신성화 : 주로 시장에서 현재 리드를 하고 있는 기업들만을 인터뷰하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를 일명 ‘셀프 리포트(self-report)’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얘기하다가 보니 스스로를 신성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자기본위적 시장 정의
시장 개척자들이 시장을 정의할 때 매우 좁게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을 좁게 정의하면 시장 점유율 수치를 매우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척자라는 말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정의하는 것도 문제라는 것입니다. 개척자를 ‘일찍 시장에 진출한 회사 중의 하나’라고 정의하는데, 이런 애매한 정의로 인해 잘못된 결론이 유도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장 개척자를 ‘어떤 물건을 맨 처음 상품화한 회사’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제1장에서는 기존 견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위의 견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겨우리만치 많은) 사례를 통해 반박하고 있습니다.(특히 질레트 얘기는 책 시작부터 끝까지 나옵니다. 계속 반복해서^^)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냅니다.
시장 개척자가 아니었음에도 지속적인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업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
1. 비전(vision)
2. 끈기(persistence)
3. 혁신(innovation)
4. 헌신(commitment)
5. 자산 레버리지(asset leverage)
이 중에서 2~4를 합쳐서 의지(will)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따라서 이 책의 원제와 같이 “Will & Vision”이야말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가장 먼저 제품을 출시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 그런 시간적인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 얼마나 제대로 된 비전과 의지가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은 “대량 소비시장”에 대한 비전입니다. 흔히 말하는 ‘틈새 시장’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책상과 가정에 컴퓨터가 설치될 것이니, 그 모든 컴퓨터에 자사의 제품을 심겠다는 비전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전에 CP/M과 같은 훌륭한 OS를 ‘먼저’ 만들었던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맥도널드 형제의 레스토랑을 전세계에 보급하고자 했던 레이 크록의 비전이 현재의 맥도널드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한번 쓰고 날이 무뎌지면 버리는 보급형 면도기를 만들어 모든 이들에게 보급하고자 했던 질레트의 비전이 현재의 질네트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얘기를 400여쪽의 지면을 통해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소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반복도 결국은 기존의 ‘일반적 견해’를 뒤집기 위한 구체적인 증거를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초기에 언급한 잭 트라우트의 “첫째가 되라”는 말을 단순히 “맨 먼저 상품화하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듯한 대목은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시장 진입 순서가 핵심이 아니라는 말이 〈포지셔닝〉에서 말하는 “첫번째가 되라”는 말에 대한 반박 논리는 아닌 것입니다. 포지셔닝에서 말하는 ‘첫번째’는 ‘인식’의 문제이지 물리적·시간적 선후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소비자 마인드에서 첫번째라는 ‘인식’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의지와 끈기, 혁신이라는 말로 대체해버리는 것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의 핵심이 Will & Vision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 사례를 통해 일반화를 하다보니 자칫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진정 시장의 리더로서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비전과 의지로 강력하게 뒷받침하되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전략과 전술을 책에서는 말하는 ‘끊임없는 혁신’에 포함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따지고 보면 ‘의지’라는 말에 포함되지 않는 게 없을 듯 싶네요… 그래서 지나친 일반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