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공사가 잠시 주춤하고 있습니다. 사흘 전 청계천 문화재보존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모전교 주변과 하랑교, 효경교와 오간수문지 등 4개 장소에서 발굴된 유구를 해체해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지층 하부조사를 마친 뒤 공사를 시행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청계6가 네거리에 위치한 오간수문터에서 조선시대 동전 600개가 발견되어 화재를 끈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2003년 7월 1일, 청계천 복원 공사를 위해 청계 고가 철거가 시작되면서, 문화재 복원의 중요성부터 노점상들의 생존권 투쟁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청계천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 목 : 도올의 淸溪川 이야기
부 제 : 서울, 유교적 풍류의 미래도시
지은이 : 김용옥
펴낸곳 : 통나무 (초판 출간일 2003.6)
이 책은 청계천 복원 공사가 착공되기 직전, 도올 김용옥 선생이 신문(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을 중심으로 엮은 것입니다.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장 – <유교적 풍류의 도시 철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화일보를 통해 이미 발표되었던 것들입니다. 따라서 그의 글을 읽는데 난해한 면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이 단행본을 위해 쓴 <유교적 풍류의 도시 철학>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대충 서울이 ‘유교적 풍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확대의 논리에는 반드시 제한의 논리가 필요’한데, ‘서울은 팽창의 논리만 생각했지 제한의 논리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의 궁극적 의미는 ‘무위’라고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대문 안을 차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풍류의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불인(不仁)하고 잔인한 죽음의 도시에서 인(仁)과 미(美)의 생명의 도시로! 그것은 문명에 대한 반문명(反文明)이며, 죽어가는 문명을 되살리는 새로운 문화(文化)의 활력’입니다.
<청계천의 본명은 開川, 반드시 열려야 한다>에서는 풍수 이론에 근거해 청계천은 반드시 열려있어야 하는 물길이요, 열려 있어 화기(火氣)를 제압하는 수기(水氣)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을 풍수학적으로 풀이하고 있는 부분은 참 흥미롭습니다.
<유교적 풍류 꿈꾸는 역사 인식의 분기점>에서는 도올과 이명박 시장의 인터뷰 내용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청계천 복원과 교통 문제에 대해 묻는 도울의 질문에 이명박 시장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서울에 등록된 차가 270만대가 있는데) 문제는 서울 차량의 가동 시간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것입니다. 도로 위에 있는 승용차가 62%나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더 가공스러운 통계는 이 62%의 78%가 나홀로 운준(Solo Drive)이라는 것이죠. 이것은 이 지구상의 최악의 기록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새만금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이야기는 마칩니다.
<청계천 복원은 도시 미화 아닌 도시 혁명>은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장을 역임한 레르네르와의 대화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혼잡스럽고 황폐했던 고도 꾸리찌바를 세계적으로 가장 인간적인 환경 도시로 변모시킨 시장(市長)이자 탁월한 건축가인 레르네르와의 대화를 통해 청계천 복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도시의 교통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길은 넓힐수록 오히려 더 막힌다고 합니다. 도로의 확장은 차량의 증가만 불러올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도 버스를 지상철화하여 제대로 적용하면 지하철 공사에 필요한 80분의 1의 비용만으로도 매우 효율적인 대중 교통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청계천 복원은 단순한 국부적인 도시 미화 사업이 아니라 인류의 도시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아방가르드적 혁명의 패러다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론적 사태라는 것을 인색해야’한다고 합니다. (어렵다~)
나머지 장은 이 책의 주제와 직접 연관이 없는 <도올 어린이 교육 신헌>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포함시켰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는데, 그래도 소파 방정환과 해월 최시형에 대해 약간의 지식을 습득한 것에 만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