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위해 일요일은 늘 무리하지 않게 조심하기 때문인지, 월요일은 유달리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한 주도 기분 좋은, 열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요근래 하나의 주제로 계속해서 독서노트를 보냈는데, 제 생각에 적지 않은 분들이 스팸 메일로 분류하여 휴지통에 쌓아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정보성 메일이라도 매일같이 날아오면 저조차도 그러한데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나의 주제로 계속해서 글을 쓸 때는, 묶음배송(^^)을 하겠습니다. 주중에 쓴 글을 한 주에 한 차례만 보내겠습니다. 제 사이트에서는 계속 글을 올리겠지만, 매일 같이 날아드는 메일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을 위해 주 1회만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신, 사이사이 다른 주제의 독서노트를 쓰게 되면, 그건 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어때요, 이게 낫겠죠?
다음 [논어] 이야기는, 다음 주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묶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중국판 소피스트 ‘사|士|’의 출현
이처럼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나라가 여러 개로 쪼개지듯 신분제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핵심은 바로 사|士|라는 새로운 신분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논어>를 소개하기 전에 이렇게 장황하게 중국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사|士|를 떼어놓고서는 공자와 <논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인지, 흔히 사|士|가 최고의 계층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농공상 전체가 왕과 귀족들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계층이었습니다. 그런데 피지배계층에서 사|士|의 위치는 조금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신분 계층은 크게 귀족과 평민으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귀족이니 평민이니 하는 말은 없었습니다. 요즘 말로 치자면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평민은 직접 일을 하여 세금을 바칩니다. 귀족은 평민이 바친 세금을 먹고 삽니다. 결국 직접 농사를 지어 생산하는 계층과 이 중의 일부를 세금으로 받아 사는 두 계층밖에 없었습니다. 귀족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는 물론 왕입니다.
당시 중국의 왕은 천자|天子|라 했습니다. 천|天|은 신들의 왕입니다. 여러 부족들이 각기 숭배하는 신들이 있었는데, 이를 토템이라 합니다. 그 부족들을 대표하거나 그 위에 군림해야 하는 대표왕은 어느 한 부족의 신을 숭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들 중의 최고의 신, 신 위의 신으로 ‘하늘’을 삼은 것입니다. 그 하늘의 아들이 바로 천자|天子|입니다. 하늘은 형체는 없지만 만물의 창조자이자 통치자입니다. 천자는 단 한 사람, 주|周|의 왕만이 곧 천자였습니다.
천자가 자신의 땅 일부를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는데, 이를 봉토|封土|라고 하고, 이 봉토를 관리하는 자를 제후|諸侯|라고 한다는 것은 앞서 애기한 적이 있습니다. 제후는 실제 왕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제후에도 등급이 있었다고 합니다. 최고의 제후가 공|公|, 그 아래 후|侯|, 백|伯|, 자|子|, 남 |男|등의 순입니다. 서양 봉건시대의 귀족의 작위를 우리말로 번역할 때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으로 번역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앞서 주나라를 건국한 무왕의 아버지를 서백 창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창은 이름이고 서백|西伯|은 작위인데, 서쪽의 백|伯|이라는 뜻입니다. 왕의 친인척들보다는 급이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은나라의 최고위 관직이었겠죠. 은나라의 녹봉을 받고 있는 자가 어떻게 왕을 배신하여 쿠데타를 일으키냐며 길을 가로막았던 자가 백이와 숙제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제후가 실제 왕이나 마찬가지였으므로 그 아래 신하가 있었는데, 그 중 최고의 지위가 대부였습니다. 제후는 대부에게 땅을 떼어주어 거기서 세금을 거둬들이게 했습니다. 이 땅을 식읍|食邑|이라고 합니다. 대부는 제후의 신하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군대를 갖춘 나라 안의 작은 왕의 지위를 누렸습니다. 여기까지가 바로 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지배층입니다. 공통점은 자신 소유의 땅이 있고, 여기서 나는 세금을 주된 수입원으로 한 것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서인|庶人|, 요즘 말로 평민, 백성, 서민이었습니다. 몸으로 일하는 계층입니다. 식읍에서 일을 하고 그 중 일부를 세금으로 바치는 생산자들입니다.
그런데 춘추전국시대에 귀족과 서인 사이에 사|士|라는 새로운 계층이 생겨납니다. 사|士|에게는 식읍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세금을 받을 수 있는 귀족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몸으로 농사를 짓지도 않습니다. 직접 생산하는 것도 없습니다. 사|士|는 요즘으로 치자면 봉급을 받고 일하는 전문가에 해당됩니다. 당대의 지식인이기도 하고, 관료이기도 합니다. 왕과 제후, 대부의 경제 비서관, 군사 참모, 행정 관료의 역할을 했으니까요. 사|士|라는 말은 그전부터 쓰였지만, 봉급을 받는 전문 지식인으로서의 사는 이 시기에 와서 형성됩니다. 그 중 최초의 전문적인 사|士| 그룹이 공자와 그의 제자들입니다. 요즘 말로 ‘공선생 컨설팅 연구소’ 또는 ‘공선생 학원’ 정도 될 것입니다.
공자는 스스로 제후가 되거나 천자가 되기를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나 끊임 없이 대부의 위치에 올라 정치를 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대부의 자리를 탐내다가 제자로부터 면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단 한 번도 사|士|의 신분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공자를 포함한 여러 사상가들과 학파를 아울러 제자백가|諸子百家|라고 합니다. 여기서 자|子|는 학자를 뜻하고, 가|家|는 학파를 뜻합니다. 수많은 학자들과 학파들이 성행했던 시기가 바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뒤에서 학|學|의 의미를 설명할 때 자세히 말하겠지만, 제자백가가 출현하게 된 것은 춘추전국시대라는 과도기·격변기였기에 가능한 현상이었습니다. 노예제 사회에서는 배워서 신분 상승을 하는 일은 꿈도 못 꾸었으니까요.
사|士| vs. 소피스트
춘추전국시대에 사|士|라는 새로운 계층이 형성되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 그리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피스트가 등장합니다.
소피스트라고 하면 궤변론자라고 생각합니다만, 소피스트는 원래 현자|賢者|이자 지자|知者|라는 뜻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이면서, 요즘 용어로 말하자면 지식인입니다. 소피스트는 기원전 5~4 세기 경에 그리스에서 활약한 지식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에 의해 지혜로운 자에서 궤변론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소피스트 스스로는 ‘일신|一身|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선|善|을 도모하고, 언론이나 행위에서도 유능한 사람이 되는 길’을 청년들에게 가르친다고 자부하였습니다만,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문답법으로 그들이 말하는 선의 내용이 없음을 밝힙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에게 소피스트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궤변론자일 뿐입니다. 그들을 진정한 철학자|哲人|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생각이었습니다. 소피스트를 궤변론자에서 철인으로!
춘추전국시대에 사|士|도 지식인입니다. 제후와 대부들 아래에서 그들을 위한 전문적인 일에 종사합니다. 다들 나름대로의 철학과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그러나 공자가 보기에 그들은 소인|小人|일 뿐입니다. 그들을 대인|大人|, 곧 군자|君子|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입니다. 사|士|를 소인에서 군자로!
이 외에도 소크라테스와 공자, 소피스트와 사|士|,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와 맹자·순자. 이들을 서로 대비하여 보면 흥미 있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공자와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시대는 말의 중요성이 매우 부각된 때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왕의 말 한 마디에 한순간에 사람의 목숨이 달아났습니다. 제후와 대부라고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말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사|士|가 바로 이런 역할을 했습니다.
공자가 죽고 10년 후에 지구 반대편에서 소크라테스가 태어납니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그리스는 민주제가 실시되긴 했지만 심판은 오로지 한 번에 끝나는 단심제였습니다. 한 번의 판결로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던 때였습니다.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 사이에 소송이 빈번했습니다. 재판에 이기기 위해서는 말 잘하는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 능력이었습니다. 말 잘하는 능력, 변론술은 소피스트의 특기였습니다.
춘추전국시대와 그리스 시대는 그 이전보다 생산력이 훨씬 발전한 시기였습니다. 원시 공동체의 평등하던 때는 이미 지난 지 오래이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경계는 명확했습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것을 관리할 전문적인 인력이 또 필요하게 됩니다. 가진 자보다 못 가진 자가 많으니 그들을 다루기 위한 능력도 필요했습니다. 제후와 대부 몇 사람이서 해결할 수 있는 한도가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사|士|와 소피스트가 수행한 것입니다.
(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