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02] 신화 속의 인물 2 – 오제 (씨족공동체)

신화 속의 인물 2 – 오제 (씨족공동체)

오제는, 황제, 전욱, 곡, 요, 순을 이르는 말입니다. 곡, 요, 순은 앞에 임금 제|帝|자를 붙여 제곡, 제요, 제순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문헌을 보면 ‘요순’이라는 표현이 매우 많이 나옵니다. 살기 좋았던 시절, 유토피아를 말할 때 으레 요순시절이라고 하고, 그와 같은 이상적인 정치 모습을 ‘요순의 치|治|’라고 합니다.
사실 삼황오제 시대는 역사상 꽤 괜찮은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때가 씨족 공동체 사회였습니다. 같은 신화를 믿는 혈연끼리 부락을 만들어 살던 때였는데, 모든 게 평등하던 때였습니다. 수장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개인적인 이득이 없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수장은 씨족의 여러 사람들을 위해 수고를 하는 그야말로 일꾼이었습니다. 지금이 한창 선거철인데, 이맘 때만 되면 갑자기 툭 튀어 나와 여러분의 일꾼이 되겠다고 떠들어대다가, 막상 당선되면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오늘날의 정치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안 됩니다. 여러 사람이 추천한 사람에게 수장을 하라고 강요하는 식이었습니다. 따라서 수장의 지위를 뺏고 빼앗는 일은 없었습니다.
빈부와 신분의 차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후세의 많은 사람들은 이 때를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전설 속의 삼황오제 때입니다. 삼황오제 중에서도 황제와 요, 순이 유명합니다.

약 4천년 전, 황하와 장강 유역에 많은 부락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부락의 수장이 황제|黃帝|였습니다. 좀 멀리 떨어진 부락에 염제|炎帝|라는 수장이 있었습니다. 염제는 치우|蚩尤|라는 수장과 한 판 싸우게 되었는데, 염제가 패하고 맙니다. 염제는 황제에게 원수를 갚아 달라고 간청합니다. 황제 또한 예전부터 치우 부락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없애버리려고 벼르고 있던 때라 염제 부락과 연합해서 치우 부락과 결전을 치르게 됩니다. 이 장소가 탁록이어서 ‘탁록대전’이라고 합니다.
탁록대전에서 황제-염제 연합군이 승리를 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황제와 염제 사이에도 갈등이 생겨 싸우는데, 황제가 이를 물리치고 드디어 그 일대 부락 연맹의 수령이 됩니다. 전설 속의 황제는 못하는 게 없습니다. 수레, 배, 게다가 옷을 만드는 방법까지 모두 황제가 발명했다고 합니다.

신화 속에서는 농사의 신 신농씨가 불의 신, 태양의 신이기도 하여 염제와 동일인처럼 취급됩니다. 이때의 염|炎|자가 불탈 염자입니다. 불의 신이 농사의 신과 동일인이 된 것은 당시 농업은 산과 들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어 이루어졌고 태양은 농작물의 생장을 주관하기 때문입니다. 염제는 고구려 벽화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시조신으로 숭배합니다. 아마도 황제에게 패해서 남쪽으로 쫓겨난 부족이 훗날 고구려와 베트남 지역에서 살게 된 것 같습니다.
황제와 치우의 대결은 동양신화에서 신들의 주도권 쟁탈을 위한 최대의 전투 장면입니다. 치우는 동방의 구려|九黎|라는 신족의 우두머리로 생김새 또한 범상치 않았다고 합니다. 구리로 된 머리에 쇠로 된 이마, 사람의 몸과 소의 발굽에 4개의 눈과 6개의 손을 가지고 주식은 모래와 돌이었다고 합니다. 이 엽기적 모습은 그가 타고난 싸움꾼이었고, 그의 부족은 당시 강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신화 속에서 치우는 염제 계열의 신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동방계의 염제와 치우, 서방계의 황제가 중원의 패권을 놓고 한 판 대결을 한 것입니다. 서방계 신의 대표 황제 승!

요와 순은 성군의 대명사입니다. 그들도 부락 연맹의 수령인데, 요를 이어 수령을 한 사람이 순입니다.
요는 농업을 중시하였으며 일 년을 366일로 하고 3년에 한 번 윤달을 둔 것도 요 임금 시대의 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요 임금의 최대 업적은 후계자를 자식에게 넘기지 않고 덕이 높고 능력이 뛰어난 순에게 넘겼다는 것입니다. 요즘 식으로 보자면 ‘전문경영인’에게 가업을 넘겨준 것과 비슷합니다.
요 임금이 뒤를 이을 사람을 찾기 위해 여러 부락의 수령을 모아놓고 추천을 받습니다. 이 때 추천된 인물이 순입니다. 이 때 순의 나이 약 30세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요 임금은 30년 후에 세상을 떠납니다. 자그마치 30년에 걸친 후계자 수업을 한 셈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순은 요 임금이 죽자 도망을 갑니다. 요 임금의 아들인 단주가 왕위를 이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황하 남쪽으로 피신합니다. 그러나 수령들이 찾아와 사정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임금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 61세 때의 일이라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임금의 자리를 세습이 아니라 덕 있는 사람에게 물려주는 것을 선양|禪讓|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간에 《사기》 <백이열전>을 이야기하면서 선양과 방벌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요가 순에게 선양을 했듯이, 순은 나중에 우에게 선양을 합니다. 임금이 죽으면 일단 도망을 가고 보는 게 전통인지, 우 임금 역시 순의 아들에게 제위를 양보하고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수령들이 또 찾아가 사정을 해서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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