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말에 의하면 이외수는 ‘뼈를 깎는 구도자’입니다. 그의 작품은 천재의 일필휘지가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라는 말입니다. 문학 작품을 많이 읽지 않는 저로서는 그의 문학에서가 아니라 그가 사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 목 : 글쓰기의 공중부양
부 제 : 언어의 연금술사 이외수가 전해주는 신비한 문장백신
지은이 : 이외수
펴낸곳 : 동방미디어(초판 출간일 2006.3.1)/ 초판1쇄를 읽음 / 값 9,000원
그가 글쓰기 책을 냈습니다. 요 근래 낸 것이 아니라 작년 3월에 냈습니다. 저도 읽어본 지가 꽤 됐는데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서야 독서노트를 씁니다.이외수가 이런 책, 그러니까 글쓰기·논술 붐에 편승한 유행성 책을 냈다는 것에 혹시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내심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거니와 이 책을 읽으면 ‘고맙습니다’라는 말부터 나옵니다. 정말 저는 진실로 저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말 못하는 이에게 ‘수화’가 개벽이듯이 글 못쓰는 이에게 이 책은 개벽입니다. 마치 그믐날 밤 여명이 보이는 듯한 기분입니다.
글을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7)
이외수가 말하는 글은 기본적으로 ‘인품’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인품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글입니다. 현란한 기교에 대한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하수의 눈으로는 절대로 고수를 측량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수의 눈으로는 하수를 대번에 측량할 수 있다. (…)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내가 달라지면 반드시 세상도 달라진다.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달라져 본 적이 없는 하수다.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 (p.89~p.90)
인품이나 인격은 같은 말입니다. 사람의 품격이나 됨됨이를 말합니다. 그는 시종일관 글은 인품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격의 수양만 이야기하다 끝나지는 않습니다. 글이 생명력을 갖기 위한 여러 조건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예문들이 훌륭하여 단번에 무언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원론적일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기막한 스킬 따위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멋진 글을 쓸 수는 없습니다.
마치 이 책은 무림 고수들 사이에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비서(祕書)와 같습니다. 비서만 있다고 해서 무림의 절대지존으로 등극할 수는 없습니다. 비서에 나오는 대로 훈련해야죠. 피나는 훈련을 통해 비서가 말하는 바를 몸으로 깨우쳐야죠. 체득해야죠. 그것이 비서를 익히는 일이겠죠. 읽고 이해만 한다고 해서 고수가 되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저놈은 문학에 대한 재능을 타고났어.
사람들이 가끔 내게 그런 표현을 쓸 때가 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구둣발로 엉덩이를 세차게 걷어차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어떤 분야에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반 사람들이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피눈물나는 노력에 의해 그런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예전에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진행자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께서는 참 좋으시겠어요. 소설도 쓰시고 그림도 그리시고 작곡도 하시니 말입니다. 내가 답변했다. 칼국수를 끓일 줄 아는 사람이 수제비인들 못 끓이겠습니까. 이어 진행자는 모차라트의 천재성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그토록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음표 하나 수정하지 않고 하룻밤에 완성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은 모차르트만 생각하면 극심한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재는 결코 위대한 존재가 아니라고 나는 말해주었다. 하늘이 능력을 부여해준다면 누군들 모차르트를 능가하지 못하랴. 굳이 부러워하겠다면 타고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라. (p.127)
노력할 생각이 있다면 이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바를 실천으로 옮기시기 비랍니다. 시키는 대로 노력한다면, 분명 글로써 명성을 날릴 수 있을 것입니다. 속된 말로 ‘뜰 수’ 있습니다. 공중부양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비법은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 참, 이 책은 논술 책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문학적 글쓰기를 위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