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0년 7월 6일 화요일 22면 손병목의 학부모 마음 읽기
[원고 원본] 자기주도학습의 시작, 복습하기
올해 중학생이 된 효재는 아직도 예습과 복습을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때와 같이 아이를 직접 지도하는 데 한계를 느낀 효재 엄마는 걱정이 태산이다. 중학생이면 이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데, 자기주도학습은 고사하고 예습복습도 제대로 할 줄 모르니 어떡하냐고 하소연을 했다. 학기 초에 이런 일이 있었다. 중학생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체계적으로 복습을 하라고 했더니 복습을 어떻게 하느냐고 묻더라는 거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듣고 집에 와서 중요한 부분을 다시 보면 된다고 했더니, 문제집에 중요한 것 다 있으니 그냥 문제집 풀어보면 되지 않느냐는 거다. 그래도 교과서는 다시 봐야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문제집에 모두 요약되어 있으니 괜찮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엄마가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복습하는 것과 문제집 푸는 것이 분명히 다른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하더라는 것이다.
효재가 예습복습 하는 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초등학생 대부분이 예습복습을 꾸준히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의 일반적인 공부 내용은 학교수업, 학원수업, 학교숙제, 학원숙제 그리고 엄마가 따로 내주는 숙제 등이다. 이것을 크게 나누면 수업과 숙제가 전부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누군가 지정해 놓은 교재의 해당 범위를 공부한다. 배운 내용을 스스로 복습하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교과서를 다시 보고, 선생님의 말씀을 회상해내고, 틀린 문제를 집중 공략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한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자연스레 깨칠 리 만무하다.
효재나 효재 엄마 모두 복습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복습을 글자그대로 다시 공부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반복하여 머릿속에 집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다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이미 머릿속에 든 내용을 끄집어내는 과정이다. 이미 배운 내용을 끄집어내는 연습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머릿속에 입력하되, 나중에 끄집어내기 쉽도록 입력하는 연습이 곧 복습이다. 이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단(舌端)현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막상 생각해내려면 입안에서 맴돌 뿐 확실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혀끝에서만 살살 맴도는 현상을 설단현상이라고 한다.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은 되어 있는데 그 꼬리만 보이고 몸통을 꺼낼 수 없는 상태이다. 복습이 불완전했다는 방증이다.
복습은 기억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다. 기억(記憶)은 기록할 기(記)와 생각할 억(憶)자로 이루어져 있다. 머릿속에 ‘기록’된 것을 ‘생각’해낼 때 진정한 기억이 되는 것이다. 수업은 머릿속에 기록하기 위한 1차 과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선생님이 주도하기 때문에 아이들마다 머릿속에 기록되는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마치 이삿짐을 누군가 대신 정리한 것과 비슷하다. 필요해서 찾을 때 어디에 뒀는지 모를 수 있다. 복습은 머릿속에 기록된 것을 처음으로 끄집어내어보는 연습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회상하다가 뜻이 불명확한 것이 있을 때 다시 공부하여 머릿속에 기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복습은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있을 때 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시 보게 되면 머릿속에서 끄집어낼 것이 별로 없다. 다시 공부해야 하는데 그건 ‘복습’이 아니라 두 번째 새로 ‘공부’하는 것이다. 복습은 회상을 통해 처음으로 머릿속 지식을 끄집어내는 연습이다. 이 과정에서 불명확한 것은 다시 정리하여 머릿속에 기록한다. 복습은 회상과 정리 연습에 다름 아니다.
공부의 달인은 한결같이 정리의 달인이다. 정리는 공책 정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이 가르쳐 준 내용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모든 방법을 말한다. 머릿속에 저장할 때 누군가 대신 정리하여 기록해준 것과 스스로 정리하여 기록하는 것과의 차이는 필요한 순간 생각해낼 때 확연히 드러난다. 전자를 수업이라 하고 후자를 복습이라 한다.
이처럼 중요한 복습을 우리가 간과하는 까닭은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다시 공부한다는 뜻으로만 이해하면 학원 공부든, 엄마가 따로 내준 숙제를 하든 모두 복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복습은 가장 질이 낮은 학습 방법이다. 늘 다른 사람이 정리한 것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주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복습이며, 이는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다.
효과적인 복습 방법은 아이에 따라 다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수업 중에 배운 내용을 엄마에게 가르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 집에 돌아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엄마에게 그대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회상과 정리가 동시에 진행된다. 생각지도(마인드맵)를 그리는 것도 훌륭한 복습 방법이다. 여기저기서 배운 내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식화하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온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전환된다. 스스로의 힘으로 필요할 때 끄집어내기 쉽게 정리되어 머릿속에 저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