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에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2권 세트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미 모든 가정의 필독서라 할 수 있을 만큼 널리 읽힌 만화책입니다. 1987년에 흑백으로 된 초판이 나왔으니 벌써 20년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한 권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만약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겸사겸사 한 세트 장만했을 텐데 말입니다.
까짓것 이번 연휴 기간 동안 한번 ‘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12권이지만, 그래봐야 만화책인데 금방 읽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보기좋게 실패했습니다. 연휴가 비록 5일이지만 고향과 큰집을 왔다갔다 하며 3일을 보내고 나니 겨우 이틀 정도, 부지런히 읽었지만 겨우 세 권(네덜란드, 프랑스, 도이칠란트 편) 읽었습니다.
만화책이라고 우습게 봤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일단 여느 만화책에 비해 텍스트량이 많습니다. 만화 컷도 꽤 많습니다. 매 쪽마다 12~13 칸의 만화가 있으니, 한 권당 못잡아도 3,500개 정도의 그림이 있습니다. 각 그림마다 텍스트도 두세 줄 정도 되니 웬만한 얇은 책 한 권 정도의 텍스트량입니다.

내용이 어떻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텍스트량이 많다는 얘기부터 하니 좀 이상합니다만, 혹시라도 만화책이라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히려 내용에 비해 값이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 권에 포함된 내용이 많고, 또 알찹니다.
전체 12권 중에서 6권이 유럽편입니다. 네덜란드, 프랑스, 도이칠란트,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편 2권, 우리나라 한 권, 미국이 세 편, 이렇게 12권이 한 세트입니다.
그중 1권 <네덜란드>의 1/2은 유럽편을 보기 위한 유럽 전체의 역사를 훑고 있습니다. 유럽의 역사는 현재의 나라를 기준으로 한 개별 국가의 역사를 공부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와 같은 유럽 지도가 만들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 유럽은 수 백개의 작은 나라들로 나뉘어 아웅다웅 타투고 있었습니다. 800~900년경을 전후해서야 비로소 유럽의 몇몇 나라, 즉 도이칠란트, 영국, 프랑스 등이 독립된 역사를 갖기 시작했으나 현재의 지도와 같은 국경이 확정된 것은 2차 대전 후이니 불과 몇 십년 전입니다. 또 비록 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여러 민족이 섞여 만들어졌고, 또 통일된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 여전히 남의 나라처럼 생각하는 곳이 태반입니다. 영국만 해도, “당신 영국 사람이지?”라고 물으면 “아니, 난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현재의 영국을 이루고 있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지방색은 매우 큽니다. 참고로 영국(英國)은 중국어로 ‘잉구어’라고 발음하는데 이는 ‘잉글랜드’를 한자로 옮긴 것이고, 이 나라의 정식 명칭은 THE UNITED KINGDOM OF THE GREAT BRITAIN입니다.
제 목 :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지은이 : 이원복 글·그림
펴낸곳 : 김영사 / 2003.12.12 초판 발행, 2007.6.30 발행 초판 132쇄를 읽음
₩124,800 (12권 세트 기준), 각권 9,900원~11,900원
1987년 『먼나라 이웃나라』 (흑백)
1998년 『새 먼나라 이웃나라』 (두가지 색)
2003년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컬러)
고조선에서 지금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큰 물줄기로 이어 내려온 우리역사에 비해 유럽의 역사는 헷갈림 그 자체입니다. 유럽의 공통 역사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네덜란드>편부터 차례대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는 하나의 나라였던 것이 남쪽이 벨기에로 분리되는 역사, 크라커라는 집도둑 이야기, 왜 북쪽의 네덜란드는 외국어에 능통한데 남쪽의 벨기에는 그렇지 않은지 등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네덜란드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보다 더 적은 국토에서 벌어진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참고로 네덜란드는 NEDER(낮은)와 LAND(땅,나라), 즉 땅이 바다보다 낮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육지의 반 이상이 바닷물을 빼내 새로 만든 땅입니다. 네덜란드를 한자로 화란(和蘭)이라고 쓰는데, 이는 홀란트를 한자로 옮긴 것입니다. 홀란트는 네덜란드의 여러 주 가운데 하나인데, 암스테르담, 헤이그, 로테르담 같은 크고 중요한 도시가 이 주에 속해 있습니다.
1권의 반이 유럽 공통의 역사에 할애된 것을 빼면 한 권에 한 나라씩 다루고 있습니다. 한 권에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적당히 버무려 읽기가 쉽습니다. 특이한 것은 한 권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장(chapter)’이 나뉘어있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쉴새없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가끔 했던 얘기를 반복하면서 문맥을 잇기도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특징, 지방색, 생활습관, 음식, 이웃나라와의 관계 등을 알게 되고 역사적 교훈까지 얻게 됩니다. 아마 이 책보다 더 쉽고 재미있게 유럽 여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연령대를 고려해서인지 아이들이 보기에 민망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가혹한 전쟁 장면은 오히려 ‘잔인한 장면 생략’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생이나 일반인이 읽기에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닙니다. 곧 초등학생 학부모가 될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럽을 포함하여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모두에게 훌륭한 역사·문화 입문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마 모든 가정에 PC가 최소한 한 대씩 있듯, 이 책도 어느 가정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