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힘

커트 모텐슨이 쓴 《설득의 힘(Maxmum Influence)》을 읽었습니다. 부제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12가지 심리기술(The 12 Universal Laws of Power Pesuasion)’입니다.

책 제목을 보고 부정적인 선입견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설득’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일 것입니다. ‘설득’이라는 말은 중립적인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좋지 않은 행동을 꼬드기는 듯한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보면, 인간사(人間事) 어떠한 일이든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일이 아닌 게 없습니다. 설득의 사전적 의미는 ‘잘 설명하거나 타이르거나 해서 납득시킴’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다름 아닙니다. 다만 단순한 의사소통의 차원을 넘어서 무언가 뚜렷한 ‘목적’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책은 쓴 사람의 목적보다는 읽는 이의 목적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쓴 의도와는 다르게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매우 다르게 읽힙니다. 저는 이 책을 시종일관 마케팅의 관점에서 읽었습니다. 1:1 대인 관계의 기술보다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았습니다.


   제   목 : 설득의 힘
   원    제 : Maximun Influence – The 12 Universal Laws of Power Persuasion
   지은이 : 커트 모텐슨
   펴낸곳 : 황금부엉이(초판 출간일 2006.2.20)/초판 1쇄를 읽음/ 값 14,800원


설득에 관한 최초의 문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The Art of Rhetoric》입니다. 어쩌면 이 책도 《수사학》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란 설득을 시도할 때마다 특정 공식에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설득에 관한 세 가지 개념을 정의했는데,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로고스(logos)’가 바로 그것입니다.

에토스는 화자(話者)의 고유한 성품을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화자를 신뢰해야만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단이 바로 에토스라고 가르쳤습니다. 체형, 신장, 자세, 옷차림, 목소리, 청결, 명성, 단어 선택, 눈맞춤, 성실, 신뢰, 전문적 기술, 카리스마 등이 모두 에토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자가 화자로부터 신뢰성을 느끼는 것들이니까요.

파토스는 청자(聽者)의 심리 상태입니다.청자의 실제 정신 상태일 수도 있고 청자가 바라는 정신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로고스는 메시지의 본질 또는 청자에게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기 위한 논리를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인 이치에 근거하는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인간들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이 세 가지를 엮어 한마디로 말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 믿을 만한 메시지를 통해 수신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설득이 된다는 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그러하듯, 이 책에서 말하는 설득의 법칙·기술 또한 중립적입니다. 좋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영향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되길 바랍니다.

이 책에는 12가지 설득의 기술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부조화의 법칙, 채무감의 법칙, 연결성의 법칙, 사회적 인정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 언어 포장의 법칙, 대조의 법칙, 기대의 법칙, 개입의 법칙, 존중의 법칙, 연상의 법칙, 균형의 법칙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합니다. 어설픈 설득은 소위 ‘설득의 함정(persuasion pitfall)’에 빠뜨립니다. 모든 사람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대할 때 설득의 함정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이, 그저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경우 청자는 오히려 불쾌감만 느낄 뿐입니다. 나를 포함하여 세상 사람 누구나, 자신이 조정당하거나 강요당했다는 느낌을 끔찍하게 싫어합니다. 무지한 설득자들은 공격적이고 생색내는 듯하며 매우 불쾌하게 행동하고 무례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오로지 하나의 기술, 바로 ‘경청의 기술’부터 습득해야 합니다.

겉으로만 듣는 척하며 오로지 자신이 말할 차례만 기다리는 것은 경청의 기술이 아닙니다.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주고, 가끔 질문을 던져 대화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진정한 경청 훈련이 필요합니다. 경청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중요한 사람이며 이해받는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이것이 곧 이 책에서 말하는 ‘존중의 법칙’입니다.

12가지의 법칙은, 사실은 어느 하나 실천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들입니다. 그저 실천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수많은 훈련을 통해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결정을 내릴 때 합리적인 이치에 근거하는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대부분 ‘자동 속도 조절장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미 굳혀진 세계관과 습관들로 인해, 어떤 상황이 닥치면 즉시 반응합니다. 그 프로세스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IT 용어 중에, ‘트리거(trigger)’라는 것이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가 미리 정해 놓은 조건을 만족하거나 어떤 동작이 수행되면 자동적으로 수행되는 동작을 말합니다. 알게 모르게 굳혀진 우리의 세계관과 습관들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조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트리거의 작동 원리는 어떠하고, 그래서 언제 어떻게 잡아 당겨야 – 트리거의 원뜻은 ‘방아쇠’입니다. – 가장 효과적인지를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설득의 법칙 – 12가지 설득의 기술’입니다.

아, 그러나 만만치 않습니다. 설득의 법칙을 터득하느냐, 아니면 설득의 함정에 빠지느냐!
설득의 기술을 익히기 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에토스’의 개념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에토스 → 파토스 → 그리고 마지막에 비로소 로고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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