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의 길을 묻다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길을 묻다》는 우리 나라 광고계의 거장들을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리포터는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인 김병희 교수. 그가 풀어내는 우리 시대 광고 인물 열전에는 10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광고에 대한 ‘이론’이 아닌 광고 ‘현장’을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길비, 번벅, 레오버넷, 영 등 세계적인 광고계의 거장들의 이름도 처음 들었습니다.
제 경험과 지식이 좁고 얕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목 : 크리에이티브의 길을 묻다
   부   제 : 우리 시대 광고 인물 열전
   지은이 : 김병희
   펴낸곳 : 살림 (초판 출간일 2004.8.15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아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명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재구성해봤습니다.
좀 길 수도 있는데요, 광고계 산 증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직접 책을 사서 보시든고, 아니면 그냥 힐끗 훌어보고만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요약판을^^, 별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면 됩니다.

1. 김태형 (1936년생)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여성들이여 잠꾸러기가 되자’ ‘쉿! 소리가 차를 말한다’ – 누가나 한번은 들었음직한 카피를 만든,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광고계의 대부, 그가 바로 김태형입니다. 전 이 책을 통해 김태형의 이름을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나머지 모든 분들 (개그맨 전유성과 성우 권희덕씨 빼구요)

김태형은 광고가 천직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우연히 취직을 했는데 뭔지도 모르고 광고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카피를 쓸 때의 열정은 그 누구에 못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시 <오늘도 걷는다마는>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그렇다 나는 / 신발 바닥에서 아이디어를 캤다 / 길에서 카피를 썼다 / 장터에서 썼다 / 산에서 썼다 / 나는 썼다.” 김태형은 35년간 그렇게 썼습니다.

또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광고나 카피라이팅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앟고 살아왔어요. 인생에서 광고가 가장 소중하다, 이렇게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렇다면 만족한 인생이 아닌데, 기왕 광고를 했고 카피라이터로서 인생을 살아온 결과로 볼 때, 그래도 한 80% 만족이라고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보니 마음만은 괜찮다,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잘하든 못하든 주변에서 잘한다고 봐줬으니깐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요” (p.31~32)

성공한 사람들은 늘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2. 신인섭 (1929년생)

광고정보센터(www.adic.co.kr)에 들어가 문헌 검색창에 ‘신인섭’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누르면 200여 건에 가까운 저술 목록이 뜬다고 합니다. 직접 해봤더니 222건이 검색됩니다. 그렇지만 그는 남한에서는 학적이 없습니다. 평양교원대 국문과를 졸업했는데, 남쪽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학력입니다. 그런 그가 《한국광고사》를 펴냅니다. 그런데 그가 이 책을 내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신인섭이 지가 뭔데 감히 그런 책을 쓰느냐,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먹물들의 세계에서는 참 웃기는 얘기가 많습니다.

3. 윤석태 (1938년생)

1960년대 통혁당 간첩사건에 연루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 광고회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1969년 코카콜라 광고 창작 업무를 총괄한 이래 세종문화를 설립하여 31년간 663편의 광고물을 연출한 그는 이제 은퇴를 하고 세계 최초의 광고영상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그의 연출작 중 국내에서 43편 해외에서 9편 등 총 52편이 방송광고상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그의 영상 광고는 그의 독주 무대였습니다. 스피드011을 비롯해 박동진 명창이 등장하는 솔표 우황청심환, 제일제당 다시다 등이 모두 그의 작품입니다.
그는 영상 광고를 “이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라 정의합니다. 이유가 없다면 그냥 영상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참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4. 이기흥 (1936년생)

진정한 의미에서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라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단호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지식에서 나온다고 봐요. 지식으로부터 모든 창의성이 나올 수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창의성이 지식하고 다른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p.97)
광고인이기 전에 지식인이 되어라고 강조하는 이기흥, 그는 한국일보와 한국방송광고공사, 독립광고대행사 선연의 대표이사를 거치면서 상당 시간을 광고업계 전체를 위한 활동에 할애하였습니다. 판을 키워 광고 업계 전체를 이롭게 해야한다는 이기흥, 유난히 지식을 강조하는 이기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한 발명가 제이콥 레버노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첫째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만약 음악가라면 음악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해요. 음악을 듣고 기억하고 필요할 경우 따라 부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사막 한가운데서 태어나 생전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베토벤처럼 될 수 없겠지요. 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쉽지가 않아요. 새들의 노랫소리를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전원교향곡을 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엄청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그런 환경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5. 김세민 (1949년생)

김세민은 창의적인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광고 기획자입니다. 비록 그가 기획자인긴 하지만, 기획자가 단지 전략만 짠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OB 맥주 광고의 경우, 카피라이터가 써온 카피가 여러 면에서 수준 미달이라고 보고, 광고주에게 양해를 구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달 가량 연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피라이터에게 수차례 방향을 제시하며 카피를 다시 고칠 것을 요구해서 거의 막판에 <사람들이 좋다 OB가 좋다>가 나오자, 그는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다. 저도 이 카피가 맘에 들어 즐겨 마시던 카스와 함께 거부감 없이 OB 맥주를 마셨던 적이 꽤 있습니다.

6. 이강우 (1941년생)

25년에 걸친 그의 광고 이력은 단 세 줄로 요약됩니다. 동아방송 PD – 세종문화 전무를 거처 광고회사 Lee & DDB의 선생님. 앞서 언급한 윤석태가 설립했다는 그 세종문화에 22년 동안 있었습니다.
‘스피드 011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맞다 게보린’ 이 바로 그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이 ‘맞다 게보린’ 이것이 너무나 유치하다는 주위의 평가에 하도 스트레스를 받고 스스로도 창피하다고 생각해 광고주에게 다시 만들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고통을 나눠가질 수가 있습니다. 두통, 치통, 생리통에 – 게보린’이란 근사한 카피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것도 넉 달 만에… 그런데 노출 시간대나 프로그램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예전 그대로 방송을 내보냈건만 매출은 하락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곧바로 다시 만들어서 ‘맞다 게보린’하면서 악을 쓰는 광고를 만들었는데 다시 매출이 올라갔다고 합니다. “도대체 훌륭한 광고가 뭐냐고 반문하고 싶어요.” – 25년 광고 인생을 살아온 그가 우리에게 반문합니다.

이강우씨는 윤석태 감독과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윤감독과 자신의 관계는 이렇다.
“윤 사장하고 저는 인생관부터 살아가는 태도까지 모든 면에서 99%가 달랐는데, 1%의 본질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함께 일하며 인간적인 갈등이나 일에서의 갈등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을 극복한 원천이 뭐냐 하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었지요. 제가 만약 99%를 가지고 있고 저에게 없는 1%를 그가 가지고 있어서 둘이 합해 100%가 되면, 내 99%나 상대방의 1%나 비중이 똑같은 거지요. 동업의 원칙이 거기에 있다고 보는데, 나는 99%이고 너는 1%밖에 없은데 어떻게 똑같이 나눠먹느냐며 따지면 기본적으로 동업을 못해요.”

저자가 또 묻습니다. 아마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것 같은데, 윤석태씨는 사장이고 당신은 만년 전무인데, 자칫하면 윤사장의 참모 이미지로만 폄하될 수도 있지 않았느냐,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이강우씨의 대답에 프로의 기질이 느껴집니다.

“크리에이터는 언제나 현장에 있어야 합니다. 30대의 미숙했을 때라면 몰라도 50대 이후에도 30대 시절하고 생각이 별로 달라짖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창피한 일이지, 내 앞에 부하 직원이 몇 명 깔려 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크리에이텨러면 평생토록 자신의 창의성이 지금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가를 반문해야지, 국장이면 어떻고 사장이면 어떻겠어요?”(p.171)

자신이 만든 광고가 ‘자기 작품’이라는 유혹을 받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걸작입니다.
“내 돈 내서 광고를 만들어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광고라는 직업 자체가 남의 목적을 위해 남의 돈으로 내 재능을 팔아먹는 직업이니까, 자기 목적을 위해서 자기를 나타내는 일을 하려고 한다면 남의 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종종 광고주 돈으로 크리에이터의 성과만 높이려는 광고가 있는데, 이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봐요.”

휴~ 월요일 아침, 시간이 없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치구요. 다음에 기회 있으면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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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읽어 보고 싶은 책

1. 광고에서 창의력을 배운다 – 이성구
2. 대한민국 광고에는 신제품이 없다 – 이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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