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남특별시

잠을 자야되는데 잠이 오질 않습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생각만큼 진척되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남은 기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하나 점검을 해야겠습니다.
잠이 오질 않아, 새벽에 일어나면 쓰려고 했던 서평을 미리 씁니다.


   제   목 : 대한민국 강남특별시
   부   제 : 부와 교육 1번지 강남의 모든 것
   지은이 : 김상헌
   펴낸곳 : 위즈덤하우스 (초판 출간일 2004.4.20 | 초판 1쇄를 읽음) ₩10,000


제가 대놓고 책을 사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분명 유용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정말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극히 적을 뿐만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이러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 자체가 유쾌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부와 교육 1번지 강남의 모든 것’을 다룬 책입니다. 표지에 그렇게 씌어있고 저자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강남에 대한 종합 보고서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강남에 대한 ‘외형적’ 보고서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치동 홍보 리플렛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 일각에서 강남의 사치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졸부를 거론할 때 강남 부자들을 단골로 지목하는 현상 등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으며 놀라울 정도로 부지런하다고 강조합니다. 부자 되기의 훌륭한 본보기이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까지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 책에서만큼은, 이와 같은 논리는 궁색해 보입니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고 교육과 유행을 선도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사고가 팽배한 강남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러나 그들은 ‘뭔가 다르다’라고 논리를 전개하는 과정이 너무나 우습습니다. ‘특별한’ 강남에 대해 너무 많은 얘길 하다보니, 미안해서 그냥 양념 삼아 끼워 넣은 듯합니다. 문맥을 보더라도 결코 그들에 대한 존경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일 뿐입니다.

차병원에서 출생하여, 대치초등학교와 대청중학교를 거쳐 대원외고에 입학하고, 강남 메가스터디학원에 단과를 듣다가 혹시 재수하면 강남 대성학원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리츠칼튼이나 메리어트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집은 도곡동 타워팰리스에다 장만하고, 4천에서 8천만원 가까이 하는 메리어트 호텔 마르퀴스나 코엑스 인터컨티넨털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용인 레이크사이드에서 골프를 치다가, 쇼핑할 땐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하고, 차는 BMW를 몰고, 화장품이나 패션은 에스티로와 샤넬을 사용하다가, 아프면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죽은 후에도 삼성병원 장례식장에다 뒷처리를 맡기는 베스트오브베스트 최상류층의 겉모습이 정말로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거나,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더 심하게 말하자면, 신문 잡지 기사에다가 이 출판사에서 전에 냈던 한국의부자들을 짜깁기해놓은 것 같습니다.

부와 돈에 대하여 색안경을 끼고 보진 않습니다. 저 역시 가능하다면 가지고 싶은 것들이니까요. 강남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 역시 없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다만 ‘대한민국 강남 특별시’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책 내용의 90% 이상을 짐작할 수 있는, 이러한 책을 끝까지 봐야했던 시간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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