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코치의 80/20 법칙

’80/20 법칙’에 대해서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마케팅이나 기획 분야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라면 귀가 닳도록 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수도 없이 들어왔으며 스스로도 매우 많이 사용한 단어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제   목 : 80/20 법칙
   부   제 : 현명한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거둔다
   원   제 : 80/20 PRINCIPLE – The Secret of Achiving More With Less
   지은이 : 리처드 코치(Richard Koch)
   펴낸곳 : 21세기북스 (초판 출간일 2000.9)


이 책은 자칭 ’80/20 법칙’을 세계 최초로 설명한 책입니다. 저자인 리처드코치의 말을 빌면, 프랑스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기업 수익의 80%가 고객의 20%에서 얻어지는 것처럼, 대부분 상황의 요인 중 20%가 결과의 80%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100여년 전에 관찰했다고 합니다. 그는 이를 ‘파레토의 법칙’이라고 불렀는데, 그러나 정작 ’80/20’ 또는 이와 비슷한 표현을 쓴 적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가 ‘법칙’이라고 부른 것은 다음과 같은 수식일 뿐 그 어떤 곳에서도 ’80/20’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p.351)
파레토의 법칙(공식) : log N = log A + m log x
(N은 x보다 높은 수입을 올리는 수입자들의 숫자, A와 m은 상수)

어쨌든 리처드코치는 100여년 전 프랑스의 파레토가 발견한 이 현상을 보다 일반화하여, ’80/20 법칙’이라고 칭하고 이를 자연법칙이라고까지 승격화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80/20 법칙’은 정의하면, “노력, 투입량, 원인의 작은 부분이 대부분의 성과, 산출량,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법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치로 80과 20을 사용하였는데, 이 수치는 어느 경우에나 꼭 들어맞는 마법의 수치라기 보다는 원인과 결과의 불균형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 숫자는 80/20일 수도 있고, 90/10일 수도 있으며, 반드시 두 숫자의 합이 100이 되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80/20 법칙의 정의를 이해하고 몇 가지 사례만 알고 있다면,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이 법칙에 대한 사례 나열과 부연 설명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사례의 압박(?)을 통해 80/20 사고방식을 자연스레 독자에게 쇠뇌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됩니다.^^

제 생각에, 이 책의 핵심은 80/20 법칙이 아니라 ’80/20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80/20 사고방식은, 구체적인 분석을 요하는 80/20 분석에 비해 덜 분석적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의 길잡이로 삼을 수 있을만큼 쉬운 방법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80/20 사고방식이란, 투입과 산출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는 가정에서 바라보되, 자료를 모아서 분석하는 대신 ‘추정’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즉 모든 문제나 기회에는 반드시 찾아내야 할 핵심적인 소수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생활과 일과 사업에 적용시키는 데에는 80/20 사고방식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부에서 80/20 법칙의 개념을 설명하고, 2부에서 4부에 걸쳐 개인과 기업 사회편으로 나눠서 80/20 법칙이 적용된 사례와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일종의 80/20 법칙 응용편인 셈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80/20 법칙의 소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80/20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주장은 제15장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경영의 ABC>에 모두 나와 있습니다. 15장의 소제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늘 80/20 법칙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 다수보다는 소수가 중요하다
–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가치를 창출해낸다
– 자원은 항상 잘못 분배되고 있다
– 균형이란 환상이다
– 50/50 사고 방식은 이제 그만

80/20 법칙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매우 충격적인 발견이며, 이를 잘 응용하면 매우 유용한 도구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불균형의 현상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핵심적인 소수’와 ‘하찮은 다수’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비하한다는 공격까지 받을 수 있는 다소 위험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저자는 “80/20 법칙은 불균형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연스런 것이 반드시 옳다거나 그대로 방치해두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p.323)”고 합니다. 그러나 본문에서 이런 얘기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에게는 이에 대한 윤리적 대안까지 내놓아야할 의무는 없습니다.

본문 39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조지 버나드쇼의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말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George Bernard Shaw, John Adair의 《Effective Innovation》, p.169)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위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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