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PDA를 살까, 스마트폰을 살까 많이 고민했다. 업무와 일정관리 툴로 아주 오랫동안 프랭클린 플래너를 써왔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회사 안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는데 기존의 클래식 사이즈의 플래너는 휴대하기 너무 불편했다.
전에는 하루 업무와 기록사항을 거의 빽빽하게 써왔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기록량이 확연히 줄었다. 휴대하지 않으니 용도가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PDA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HP의 iPAQ 212 엔터프라이즈 모델을 눈여겨 보아왔다. 몇 가지 옵션을 합쳐 60만원 대의 가격이다. 예전에 쓰다가 고장난 것에 비해 기능이 월등히 좋다. 윈도우즈를 운영체제로 하고 MS 아웃룩이 기본 내장되어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 기능이 있으면 좋으련만 PDA용 소프트웨어가 없다. 그러나 WAD를 사용하면 프랭클린 플래너와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프랭클린 플래너 기능을 휴대전화에 쏙 넣은 일명 프랭클린 플래너 폰이 출시됐다. LG의 SU-100 모델이 그것이다. 가격은 역시 60만원 대.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더 큰 문제는 SKT 전용이라는 거다. KTF로 번호 이동한 지 아직 1년이 안 되어, 약정 기간이 남아있다. SKT로 옮기는 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위약금도 물어야 하고… 인터넷으로도 알아보고 회사 근처 이동통신 대리점에도 가봤다.
아무튼 어제도 이 문제로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60만원짜리가 아닌, 단돈 6,000원 짜리 프랭클린 플래너 – 캐주얼 위클리 플래너(48절), 즉 주간계획용 수첩이었다. 가까운 분당 영풍문고에 가서 직접 사왔다.

PDA든 스마트 폰이든 수첩이든 모두 ‘도구’일 뿐이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한다’는 철학을 견지하며 휴대하기 쉬우면 된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마법사다. 평범하게 생긴 듯하지만, 매일 하루를 계획하고, 기록하고, 업무 완료 표시를 하면서 평범한 하루를 묵직하게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직접 펜을 들고 기록하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아날로그 도구는 그 자체가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반면 디지털 도구에는 그런 맛이 덜하다. 기록하기 쉽고, 찾아보기 쉽고, 여러 응용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는 등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존재감-부피감을 느끼기 쉽지 않다.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숨어 있어 찾아야 한다. 글을 적을 때의 그 ‘느낌’을 담기 어렵다.
자기경영의 핵심은 정보의 기록에 있지 않다. 그 정보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있다. 기록하는 내용보다 기록할 때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실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