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를 만든 참모들

《1인자를 만든 참모들》- 책 제목 자체가 그리 건전해(?) 보이지 않습니다. 대개 이런 류의 책들이 모사꾼이나 책사의 얘기를 흥미 위주로만 구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처음엔 이 책을 읽을까 말까를 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결론은 ‘괜찮다’입니다.

보통 참모라고 하면 여러 말들을 떠올립니다. 모사꾼, 책사, 전략가, 경세가(經世家), 측근 등…
굳이 분류를 하자면, 이 책에서는 전략가 또는 경세가라 부를만한 위인 몇 명과 책사라 부를만한 몇 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으로부터 뭔가를 본받을만 그런 사람들입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측근(오로지 옆에 있다는 뜻이니)이나 모사꾼에 대한 얘기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참모의 얘기를 다루되 단순히 얄팍한 술수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하나같이 치열한 삶과 한치 오차 없는 구상을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은 노력하는 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참모들과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또는 후에 듣지 않아 낭패를 보는) 보스들의 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보스의 파트너로서의 참모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모두 여섯 명의 참모를 다루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을 있게 한 딕 모리스, 토니 블레어를 있게 한 필립 굴드, 전략가-경세가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유방 곁의 장량, 조조 옆의 순욱, 이성계가 가장 아낀 정도전, 모사꾼으로까지 폄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수양대군의 참모 한명회, 윌슨 대통령의 참모 에드워드 하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온갖 쓴소리를 퍼부은 진정한 참모 루이 하우에 관한 얘기입니다.

위 사람들을 굳이 전략가-경세가 또는 책사급(級)으로 구분하자면,
장량과 정도전, 하우가 전자에 속한다 할 수 있고 나머지는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습니다.
장량은 너무도 유명하여 동양 고전 속에서 많이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장량의 자가 ‘자방’인데, 조조가 순욱을 두고 “그대가 나의 자방이다”라고 한 것이나, 수양대군 역시 한명회를 두고 동일한 말을 한 걸 보면, 과연 장량은 참모의 본보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 한 번도 제대로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중국을 통일한 대업을 이루도록 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는 작은 이익을 탐하지 않고 시종일관 전략적 관점을 견지한 참모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정도전 역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대단한 경세가입니다. ‘용의 눈물’을 통해 많이 알려진 대로(^^) 이방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그가 이미 조선 500년의 국가운영시스템을 마련해 놓은 뒤였습니다.

루즈벨트의 참모 루이 하우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잠은 4시간만 자고 식사는 배고플 때만, 그것도 샌드위치 하나와 우유 한 접시가 전부인 그의 행동은 가히 엽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루즈벨트 면전에서 이런 얘기까지 합니다.
“루즈벨트, 이런 멍청이, 그건 하면 안 돼,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 안 돼. 그래도 고집을 부린다면 당신은 정말 지독한 바보야. 평생 후회하며 살 거야. 기억해 두라고.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잠시 루즈벨트의 말을 듣고서) 그래 좋아. 그렇게 해보라구, 이 돼지머리야. 나중에 내가 말 안 해줬다고 그러지 마. 도대체 그게 뭐야. 지금 수영하러 가는 줄 알아? 그래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빌어먹을… 물에 빠져 뒈져버려!”
헉~ 이럴 수가…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하우는 루즈벨트가 갑작스런 소아마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한 7년의 세월을 그의 옆에서 정치 재개를 꿈꾸며 헌신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가족을 모두 루즈벨트의 집으로 이사를 오게 해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보스에게 줄기차게 NO!라고 말한, NO 맨의 전형입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읽을 거리가 참 많습니다. 저자의 방대한 자료 수집과 매끄러운 문체도 글을 참 읽기 쉽게 만듭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그러나 단지 재미로만 끝나는 책은 아닙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해 갔는지에 촛점을 맞춰 읽으면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을 것입니다.

선택의 순간, 자신에게 최대한 인색하고 냉정해야 한다. 또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를 써내려 갈 때보다 더 솔직해야 한다. (p.219)

이상, 동주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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