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이란 없다

제   목 :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부   제 : 고시3관왕의 반평생 수기
지은이 : 고승덕 변호사
출판사 : 개미들 출판사 (초판 출간일 2003.7)


일단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먼저 당부를 해야겠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을 심하게 자학하거나 치유하기 힘든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고 변호사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넘어 분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많이 아픈 사람은 결코 이 책을 봐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간단하게 고 변호사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를 보면 이렇습니다.

– 대학 재학 중 사업시험 최연소 합격
– 행정고시 수석 합격
– 외무고시 차석 합격
– 고시 3관왕
– 서울법대 수석 졸업
– 하버디, 예일, 콜롬비아 로스쿨 졸업
– 미국 뉴욕 등 4개주 변호사
– 세계 최대 로펌인 B&M 변호사

헉~ 이런 수식어만 봐도 심상치 않은 인물입니다.
그 심상치 않은 인물이 자서전격인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호기심에 한번 사서 봤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나와는 뭔가 다른 면이 있겠지…

있었습니다. 분명히 있었습니다.
저는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읽으면 그리 먼 얘기같이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와 열정을 매우 부러워하며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고 변호사의 수기를 보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난 못해!!!”

    고 3때는 서울대 수석 입학과 예비고사 수석이 목표였다.(…) 서울대를 합격했지만 허탈했다. 수석 입학을 노렸다가 실패한 데서 오는 실망감이었다. 과외를 하지 않은 ‘시골 학생’의 한계였을까.(p.22)

책을 많이 읽기도 전에 이 대목부터 감히 ‘나도 할 수 있다’류의 책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가관(?)이었습니다.

범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집중력과 노력,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쏟아버리는 무서운 정신력.
이 책은 그가 서울대 입학부터 재학 중 3개 고시를 모두 합격하고 – 그것도 최연소, 수석, 차석이라는 타이틀까지 – 사법연수원, 예일대 유학, 판사 경험, 하버드 유학, 컬럼비아대 유학, 미국 변호사 시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유명한 초상화의 머리카락처럼 아주 세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공부한 책과 공부 방법, 1차와 2차 시험때 나온 문제와 어떤 식으로 답을 했는지… 마치 그의 일기장을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무지 지루했다.)
이런 얘기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그의 고통과 방황은 전혀 주목받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그는 초인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어서 책상에서 공부하다가 지치면 방바닥으로 내려가서 엎드려 공부했다. 엎드려 지탱할 힘마저 떨어지면 누워서 공부했다. 그래서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 형광등은 밝기는 하지만 흰색이므로 약해진 눈에 부담이 됐다. 잠잘 때쯤이면 체력이 완전히 소모됐다. 일어나지 않고서도 누워서 전등을 끌 수 있도록 전등에 끈을 길게 달았다. 자기 직전에는 전등 끈을 당길 힘만 남았다.(p.141)

그러나 이렇게 시샘만 하면 돈이 아깝지 않습니까? ^^
배울 건 배워야지요. 사실 약간의 시기심과 질투면 버리면 나름대로 얻을 것도 많습니다.

먼저 그의 학습법.

  • 단권화 작업

    고시를 공부할 때 기본서에 참고서와 문제집을 보충해 넣어 한 권만 보면 되도록 만드는 것을 ‘단권화 작업’이라고 하는데, 고 변호사는 이를 매우 잘 활용했습니다. 사시와 행시, 외시에 모두 이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책에는 고 변호사가 단권화 작업을 어떻게 했는지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어떤 책을 기본으로 삼아 어떤 식으로 했는지… (도대체 내가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고시 공부할 것도 아닌데…^^)

  • 콩나물 기르기식 공부

    반복학습입니다. 콩나물에 물을 부으면 하루 이틀이 지나도 모양에 차이가 없다가 날짜가 좀 더 지나면 콩에 조금씩 뿌리가 나고 자라는 것을 보고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반복해서 읽다 보면 콩나물이 자라듯 기억이 자란다고 하네요. (매우 당연한 진리이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 아우트라인 활용법

    컬럼비아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사용한 요점 정리 노트를 ‘아우트라인(outline)’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것이 인기가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상업적으로 만든 것까지 성행했다고 합니다.
    아우트라인은 판례 위주의 케이스북(casebook)이 너무 방대해서 간략하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의 사고 방식(판단법)도 특이합니다.(그의 판단법을 공식화시킨 것이 특이하다는 것입니다.)

그의 사고 방식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t1t2 판단법에 근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t1t2 판단법이란 그가 고안한 공식입니다.

    A>B. But A(t1) + 0(t2) < B(t1) + A(t2). Then B(t1) > A(t1).

이를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A가 B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A를 먼저하게 되면 나중에 B를 할 수 없지만, B를 먼저하게 되면 나중에 A도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기준으로 보자면 B가 A보다 더 중요하다.
는 것입니다.

이 판단법에 근거해서 그는 사법 시험을 일찍 준비해서 합격하고, 시간이 남아서 외시를 공부하고, 그러다가 또 시간이 남아 행시까지 도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판단법 자체보다는, 이렇게 판단한 결과를 그대로 ‘실천’하는 그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실천을 위해 자문(自問)하여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과정에 t1t2 판단법이 있었다고 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표제는 책 내용 중에 ‘포기하는 순간 불가능은 확정된다’는 말에서 따온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죠, 포기하기 전까지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그의 행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으나 그의 정신력과 의지만큼은 꼭 본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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