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야채 가게

대치동에 가면 ‘젊음 이곳에… 자연의 모든 것’이라는 야채 가게가 있습니다. 과일, 야채, 생선을 파는 일종의 잡화점인 셈인데요, 이 가게를 남들은 ‘총각네 야채 가게’라고 합니다.
이 책은 야채 가게와 그 가게의 주인인 이영석 사장에 관한 얘기입니다.

책 제목과 소개에 대한 글을 읽고 문득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라는 책이 떠 올랐습니다. 제 기억에는 베스트셀러였던 것 같은데요, 그 책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한국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일 것 같다는…
아니나 다를까, 저자도 똑 같은 얘기를 합니다.
시애틀에 생선 가게가 있다면 서울에는 야채 가게가 있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파이크 플레이스라는 어시장 상인들의 얘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활기와 열정,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저 또한 그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그 감동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습니다.

이영석의 야채 가게는 우리나라에서 평당 매출액이 최고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으나, 18평의 작은 가게에 하루 1,000여명의 사람들이 오간다고 하니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자동차를 가져와 박스 채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1인당 객단가도 꽤 높을 것 같습니다. 대충 1인당 만원씩만 잡아도 하루 1,000만원 매출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기사에 따르면 매장당 연 평균 매출이 30억원 정도라고 하네요. 현재 매장이 8개가 있으니 240억? 가히 기업수준입니다.

이영석이 직장 선배와의 문제로 인해 회사를 그만 두고 나와, ‘즐겁고 정직한 일은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때였습니다.
하루는 한강 둔치에서 머리를 식히고 있는데 거기서 오징어 행상 한 명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호기심에 그 오징어를 2만원어치 사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팔았습니다. 자신이 보기에도 분명 좋은 오징어였다나요, 어쨌든 확신에 찬 젊은이는 순식간에 모두 팔아버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4만원어치를 사서, 또 다 팔아버렸습니다. 이 때가 1993년이었는데, 오징어 트럭 행상 아저씨를 스승으로 삼아 일 년여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그 이후 독립하게 되는데, 독립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좋은 상품을 가리는 눈을 기르기 위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정말 뭇매를 맞아가며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렇게 고른 과일과 야채를 트럭에 싣고 팔았습니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지요. 떠돌이 행상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시간표를 만들어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장사를 하였습니다. 항상 어김없이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으니 그 때부터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트럭 행상도 점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습니다.

바나나를 팔 때에는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서 원숭이를 한 마리를 사서 – 거금 백만원짜리 – “원숭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원숭이도 맛없는 바나나는 먹지 않습니다. 원숭이와 바나나가 왔어요!” 이렇게 외치면서 팔았답니다. 당연히 대성공이었겠지요.

이영석은 가락 시장에서 ‘칼잡이’로 통합니다. 그가 최고의 과일을 고르기 위해 과도 하나를 들고 종횡무진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뭇매를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무턱대고 수박을 반으로 쪼개 맛을 보고 사지도 않고 가버렸으니 괘씸했겠지요. 수박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과일을 상자째 뒤집어 가장 아래에 있는 것을 골라 잘라 먹기를, 집집마다 그러니 도매상인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당연히 맞았죠.
그러나 그는 또 가서 똑같은 짓을 반복했습니다. 또 맞았죠.
그리고 또 갑니다. 그런 다음부터는 아무도 이영석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제는 가락 시장에서 이영석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가 새벽 3시부터 아침 10시까지 그런 식으로 먹은 과일은 사과 두 상자 분량이라고 하네요. 허거덕~~~

그렇게 고르고 고른 과일인지라 그의 가게에서는 과일 또는 야채의 상태를 묻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냥 가져갑니다. 모두들 당연히 최상의 상품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으니까요.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 가게에는 냉동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선도 파는데 냉동고가 없으니 참 이상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희는 그날 떼어 온 생선은 그날 다 팝니다. 그래서 냉동고가 필요치 않아요.”
하루에 다 팔아버리니 냉동고가 필요없을 뿐만 아니라, 냉동고가 없다는 사실로 인해 이 가게의 모든 생선은 가장 싱싱한 생선이라는 인식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냉동고가 없다는 것이 생선을 모두 팔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구요.
과일이든 야채든 생선이든, 아침에 개장할 때 가게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가 모두 다 팔려버리는 것입니다. 재고율 0%라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톡톡 튀는 장사 기법과 노하우만 가지고 총각네를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단지 총각네로부터 배워할 1%의 지식일 뿐입니다.
오히려 나머지 99%, 그건 그들로부터 뿜어나오는 열정과 에너지, 생동감입니다.

총각네 야채 가게에는 실제로 일과 놀이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날마다 싱싱한 에너지와 열정이 폭발합니다. 겨우 18평 가게 하나가, 재래 시장을 통채로 옮겨놓은 듯한 흥성거림과 열정으로 떠들석합니다.
그들의 열정은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 감동은 순전히 매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영석, 그에게는 백만장자의 넘치는 풍요와 거만함도, 야채 가게 총각의 의기소침도 없습니다. 그저 싱싱한 젊음과 뜨거운 가슴으로 1년 365일 스스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불타오른 자만이 타인을 불태울 수 있듯이, 그렇게 주변을 물들입니다.

예전에 《펄떡이는 물고기처럼》를 읽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나의 열정이 내 주위를 전염시킬 수 있을까?

꼭 시간을 내어 직접 그 야채 가게를 찾아갈 예정입니다.
시끌벅적한 그 현장, 그 열정, 그 에너지를 몸소 느끼고 체험하고 싶습니다.
나로 인해 내 주위의 사람들이 에너지와 열정에 감염되는 그 날을 그려봅니다.
그곳에 가면 그런 확신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가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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