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건희 개혁 10년
부 제 : 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
지은이 : 김성홍 / 우인호
출판사 : 김영사 (초판 출간일 1993.12)
어제(2004.1.6) 뉴스를 보면, 삼성(SDI)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80인치 PDP를 생산하여 소니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2,500원 올라 460,000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SDI는 71,600원)
2003년 11월에는 뉴스위크지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The Hermit King – Lee Kun Hee and Samsung Have Led Korea’s Resurgence. Where Are They Heading Next?
12월에는 또 ‘세계경제에 영향력 있는 8 인의 경제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이건희 회장을 선정했습니다.
가히 대한민국은 삼성과 이건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그래도 세계가 알아줄만한 기업이 하나라도 있다는 사실 – 아직도 좀 약하긴 하지만 – 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도 합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참 그럴듯합니다.
삼성 초고속 성장의 원동력 《이건희 개혁 10년》.
책도 비교적 막힘이 없이 쉽게 읽힙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딱히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간간히 새로운듯한 내용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책을 모두 다 읽고도 그리 감흥이 남질 않습니다.
1부 〈잠자는 삼성을 깨워라〉에서 1993년 후쿠다 보고서(후쿠다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고문) 사건을 계기로 개혁의 불을 붙이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다소 긴장감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삼성의 7·4제(7시 출근 – 4시 퇴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1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2부~5부까지는 그렇게 신선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마치 삼성의 홍보 책자를 모아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뭐, 홍보 책자면 어떻고 신문 기사면 어떻습니까? 배울 게 있으면 그것만 취하면 되지요.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시의에 편승한 기획 상품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작지만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북유럽의 ‘강소국(强小國)’을 발전 모델로 택했다는 이 회장의 선택은 일면 타당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 자원이 거의 없지만 소득은 2만~3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그런 나라에, 알고보면 나라를 지탱하는 대기업이 있다는 지적 또한 일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 대기업의 발목을 잡기 때문에 지장이 생긴다는 듯한 논조는 어딘지 모르게 구린 냄새가 납니다. 강영훈 전 총리가 “삼성의 무노조 신화에 대해 거론하면서 이는 이 회장의 인간 존중 철학에 근거한 것”(p.241)이라고 하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희 개혁 10년 – 제목이 무색하게도 ‘이건희’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은 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껍데기가 조금 보일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