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의 법칙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씌어있습니다.

1.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
2. 운수 좋은 뜻밖의 발견(물)

그러나 이 책은 우연에서 ‘법칙’을 이끌어냅니다. 생각지도 못한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은, 실은 준비된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세렌디피티는 단순한 행운이 아니라 ‘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온라인교육업입니다. 그러다보니 저에게도 메일이나 쪽지로 공부방법에 대해 물어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어떤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게 좋을지 추천해달라는 질문도 꽤 있습니다. 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어떤 문제집으로 공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공부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똑같은 문제집으로 수천 수만명이 공부를 하는데, 잘 하는 이가 있고 못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결국 공부 방법에 있다는 것이 제 설명입니다.

세렌디피티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에게나 우연은 찾아오는데, 누구에게 그 우연은 단순한 우연으로만 그치고, 또 누구에게는 ‘행운’으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행운으로 발전시키는 그것을 ‘능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목 : 세렌디피티의 법칙
   지은이 : 미야나가 히로시 / 김정환 옮김
   펴낸곳 : 책세상 (초판 출간일 2007.4.30 / 초판 1쇄를 읽음) ₩10,000


이 책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에 맞는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도 결국은 세렌디피티의 수혜자입니다. 불안정한 액체 폭발물을 안정화시키려 실험하다가, 실수로 용기에 구멍이 생겨 액체가 흘러나와 굳은 것을 발견하고는 다이너마이트 제조법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도 실수로 발견된 것이고, 너무나 잘 알려진 ‘포스트잇’의 탄생도 실패한 실험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단순하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잘 떨어지는 접착제’라는 실패한 실험 결과조차도 창의적으로 받아들이는 3M의 문화가 포스트잇을 가능하게 했다는 식의 피상적인 내용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스트잇의 탄생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3M 중앙연구소의 스펜서 실버라는 연구원은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잘 달라붙지만 떼면 금방 떼어지는’ 이상한 접착제를 발견했습니다. 한마디로 연구가 실패했던 셈인데, 보통 연구자라면 실패한 연구를 숨기기 마련이지만 그는 그것을 사내 세미나에 발표했습니다. 비록 실패한 연구이지만 어디선가 사용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것이 1973년의 일입니다.

1974년 12월, 3M의 또 다른 연구원 아서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를 부르는데 악보에 끼워둔 갈피표(書標)가 떨어져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스펜서 실버의 실패한 연구 결과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갈피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게 책갈피에 끼워두는 종이 쪽지를 갈피표 또는 서표라고 합니다. 책갈피는 그저 ‘책장과 책장 사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혼동하는 것 같아 따로 그 뜻을 밝혀둡니다. 이 책에서도 잘못 사용되고 있기에.)

이튿날부터 아서 프라이는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갈피표’를 개발하기 위해 동료들을 설득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평평한 종이의 일부에 접착제를 발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접착제를 바른 면을 얇게 깎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접착제 바른 면이 울퉁불퉁해지지 않으니까요. 두께를 맞추는 고도의 기술에서 그 실용성까지, 시큰둥한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아서 프라이는 이 물건이 메모를 전달하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처, 결국 사내의 협력을 얻지 못한 채, 홀로 자택의 지하실에서 2년에 걸쳐 개발한 끝에 제조장치를 완성합니다. 그 사이 완성된 장치가 너무 커서 지하실 문으로 꺼내지 못해 벽을 부수어 꺼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내 마케팅부에서 시장조사를 했는데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써 본 적이 없는 물건이니 당연한 결과였을 겁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견본을 사내 비서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사내에서는 그 편리함이 입소문을 탔고, 결국 미국 일부 지역에서 시험 판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좋지 않자 개발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드디어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습니다. 3M 회장 비서의 이름으로 포춘 500대 기업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주문이 쏟아진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980년 미국에서, 그 이듬해에는 전 세계에 판매되게 되었습니다. 아서 프라이가 처음 포스트 잇을 만들기로 생각했던 때로부터 6년이나 지나서.

이것이 과연 행운인지, 노력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세렌디피티를 단순한 행운이 아닌, ‘노력한 끝에 찾아오는 우연한 행운’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세렌디피티가 가능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들고 있습니다. 위 포스트잇의 예처럼, ‘초보자의 발상’과 ‘전문가다운 실행력’도 그 중 하나입니다. 유연한 상상력, 그러나 만들기로 작정하였다면 지치지 않는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예를 통해 햇병아리 시절의 순수한 결의를 믿고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책을 인용하여 ‘아이디어를 내는 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원리 1. 아이디어는 기존의 요소를 새롭게 조합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디어를 낳기 위해서는 기존의 요소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하며, 그 요소들을 조합해야 한다.

원리 2. 기존의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재능은 사물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재능에 크게 의존한다. 따라서 사실과 사실 사이의 관련성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을 습관화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다섯가지 단계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정보 수집 (특정 분야의 정보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상식. 이를 위해 저자는 매월 서로 다른 분야의 책을 20권씩 읽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헉~)
2. 모은 정보를 머릿속에서 곱씹는 과정
3. 생각이 잘 안 날 때는 잠시 내팽개쳐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것. 당면한 문제를 무의식의 공간으로 이동시켜두는 것.
4.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생각하기 (← 여기서 세렌디피티가 찾아옵니다.)
5. 탄생한 아이디어를 소중히 키워가는 것 (← 포스트잇의 예에서 보듯이 엄청난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행운을 불러오는 마법도 결국은 노력과 끈기, 절실함의 산물입니다.
내용은 구구절절하지만 결론은 단순하고 당연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을진대, 당연한 말이 아닐까요?

* 갑자기 든 생각

《삼국지》의 적벽대전 부분을 보면, 제갈공명이 제단을 만들어 며칠간 기도를 해서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화공을 써서 조조의 대군을 전멸시킵니다. 이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갈공명은 이미 바람의 방향이 일시적으로 바뀔 때가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제갈공명은 엄청난 정보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정보를 때맞춰 사용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위기의 순간순간 세렌디피티가 찾아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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