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1박 2일 동안 학원장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교육 명목으로 학원장님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을 한 것은 이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맡기 훨씬 전부터의 일입니다. 지금은 보습학원과 입시학원장님들을 모시고 말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컴퓨터 학원장님들을 앞에 두고 말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그 대상이야 어찌됐든 청중 앞에서 말을 할 때, 내가 그들에게 말할 바가 명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그들에게 말할 바가 명확하지 않고 자신이 없을 때, 즉 솔직히 말해서 그들에게 전달해 줄 그 무언가가 신통치 않을 때에는 그야말로 미사여구가 동원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같은 말을 중언부언해서 결국 지정된 시간을 ‘채우고’ 나옵니다. 반면 내가 말할 바가 명확하고 그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경우 나는 똑 부러지는 말로 핵심을 짚어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을 절대 벗어나지 않고 중언부언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복잡함은 단순한 진리를 위장하기 위한 언어의 유희일 뿐입니다.
『단순함의 원리』(원제 The Power of Simplicity)에서 잭 트라우트는 “형편없는 컨설팅의 중심에는 복잡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복잡한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들이라고 말합니다. 그 문장을 읽으며 저는 손뼉을 치며 동감을 했습니다.
복잡함 속에 빠진 이들은 비단 컨설턴트만이 아닙니다. 잭 웰치는 “불안해하는 경영자들이 이 같은 복잡함을 만들고 있다. 초초한 경영자들이 두꺼운 계획서와 촘촘히 들어찬 슬라이드를 많이 사용한다. (중략) 그리고 그들이 단순해지는 것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은 단순해지면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할 것을 우려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결국 형편없는 컨설턴트와 불안하고 초조한 경영자들은 복잡함을 좋아하고 그 가운데 서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가 말하는 피터 드리커나 잭 웰치와 같은 훌륭한 컨설턴트와 경영자는 어떠한가? 바로 단순함에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시종일관 단순함의 힘에 대해 여러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처럼 단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복잡함에 매우 익숙해져있기 때문입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수능 시험에서 매우 쉬운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대개 ‘이건 너무 쉬워. 분명 어딘가 함정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에 엉뚱한 답을 했기 때문일 겁니다. 복잡함을 강요받으며 살아온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크게 1부 단순함의 원리, 2부 경영, 3부 리더십, 4부 사람, 5부 단순함의 힘 등 전체 5개의 큰 주제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 부분에서 왠만한 결론을 다 내려놓고 대개의 경우를 실제 기업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중반 부분을 읽으면서 사실 저는 좀 지루했습니다.(그래서 책의 제목을 ‘단순함의 힘’이 아니라 ‘단순함의 원리’로 바꾸었나 봅니다.) 다 아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 아는 얘기가 바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복잡함에 길들여진 스스로에 대한 자기반성도 좀 하면서 말입니다.
1부 내용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만 나열해 보겠습니다.
“그의 재능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책들은 무수한 그래픽들로 혼란스럽다. 매 페이지마다 차트와 도표들로 넘친다.(중략)”
이것은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에 대한 Time의 논평을 재인용한 글입니다. 스티븐 코비의 그 현란함에 나도 몇번씩이나 박수치며 동의했던 적이 있었는데…
또한 인간은 상당히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한 예를 통해 비합리적이지만 단순한 그 무엇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시중에는 비포장도로용 4륜 구동차가 판을 치고 있다. (중략) 왜 사람들은 그 차를 구매하는가?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합리적인가? 세상은 너무나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수학 공식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현재의 모습이다.”
재미있는 비유도 있습니다.
“회전하고 있는 석재덩이는 녹색의 작은 선태 식물을 축적시키지 않는다.”가 무슨 말일까요? 바로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을 어렵게 해놓은 것이지요. 저는 이 부분을 읽다가 웃었습니다.
사람들은 지난 며칠동안 들었던 말 중에서 단지 20% 정도만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단순 명쾌한 문장을 작성하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문장을 짧게 써라.
2. 복잡한 단어보다는 단순한 단어를 선택하라.
3. 친숙한 단어를 선택하라.
4. 불필요한 단어는 피하라.
5. 동사를 활용하라.
6. 말하듯이 써라.
7. 읽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하라.
8. 읽는 사람의 경험과 연결시켜라.(포지셔닝의 본질)
9. 다양성을 최대한 이용하라.
10. 감동을 주기보다는 표현하기 위해 글을 써라.
이상과 같은 내용이 제1부 단순함의 원리에 나옵니다. 그리고 2부와 3부, 4부는 단순함의 원리를 설명하기 보다는 경영과 마케팅, 자기 계발에 대한 저자의 컨설팅 경험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서 9개의 실제 기업의 예를 통해 단순함으로부터 출발한 경영과 마케팅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일일이 요약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합니다. 이미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비교적 짧은 문장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함은 결코 ‘생각하지 않음’과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어떠한 현상을 정확하게 꿰뚫어 그 본질을 가려내는 힘이 바로 단순함을 최고의 힘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단순해지기는 그래서 더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벌써 시계 바늘이 월요일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좀 더 단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한 주가 되어야겠습니다.
이상 동주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