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지만 몸은 개운합니다. 아직 답변하지 못한 질문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오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서평부터 쓰고 해야겠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미안하지만 회사 일이 끝나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문학에 문외한이고 읽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저에게 선배는 《밥벌이의 지겨움》를 권했습니다. 이전에도 몇 권의 책을 권해 읽었는데, 다행히 거의가 제 취향(?)에 맞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번 역시 그 기대는 맞아 떨어졌습니다.

80년대 후반에 작곡가 겸 가수인 한돌은 그의 노래를 ‘타래’라 하였습니다. 그 ‘타래 모음집’ 1집의 ‘못생긴 얼굴’과 2집의 ‘홀로아리랑’을 저는 좋아합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지 몰라 부연하자면 한돌이 만든 노래로는 신형원의 ‘개똥벌레’나 ‘터’와 같이 잘 알려진 노래도 꽤 있습니다.
김훈은 그의 수필 또는 산문을 ‘世說’이라 부르고, 첫 번째 世說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와 두 번째 世說 《밥벌이의 지겨움》을 발표했습니다. 원래 세상 사람들의 비평을 世說이라 하지만, 그것보다는 세상 사는 얘기를 풀어놓은 것이라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 봅니다. 수필이나 산문집이라는 명칭이 주는 선입견을 없애려는 듯합니다.
한돌의 노래가, 노래이지만 노래가 아닌 것 같고, 김훈의 짧은 글이, 수필이지만 수필이 아닌 것 같으니, 이건 그 명칭이 가져다 주는 언어의 힘인 것 같습니다.


   제   목 : 김훈 世說, 두 번째 – 밥벌이의 지겨움
   지은이 : 김훈
   펴낸곳 : 생각의 나무 (초판 출간일 2003.6.28 | 2003.9.8일판 초판 4쇄를 읽음) ₩8,500


수필은 일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그 눈의 정교함이 수필의 맛을 좌우합니다. 김훈의 눈은 매우 정교하되, 그 정교함의 원리는 아날로그입니다. 아날로그는 연속됨의 다른 이름이고 디지털은 끊어짐을 뜻합니다. 일상은 흐름이고 연속이며, 이는 전적으로 아날로그적입니다. 김훈의 아날로그적 글쓰기는, 그래서 일상의 정교함을 풀어내기에 가장 알맞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사롭지 않은 그의 눈에 들어온 세상이 김훈의 언어로 가공되고, 몸이 밀어내듯 썼다는 그의 글은, 그래서 짧으나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가볍게 읽히되 무겁게 느껴지는 그 정체는, 제가 갖고 싶은 그 무엇입니다.

《밥벌이의 지겨움》을 사면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도 함께 샀습니다. 주말에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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